매년 2월 마지막 날은 세계 희귀질환의 날이다. 희귀질환의 정의는 국가별로 다르나, 우리나라에서는 유병인구가 2만명 이하이거나 진단이 어려워 유병인구를 알 수 없는 질환을 말한다. 약 85%는 유전자 변이에 의해 발생하는 선천성 질환이며, 이 중 절반 이상은 영아 및 소아기에 발병한다.
선천성 희귀질환은 진단 시기가 빠를수록 좋은 예후를 보이는데, 알려진 질병만 해도 500여 종이 넘고 질환 인지도도 부족하기 때문에 조기 진단이 어렵다는 문제가 있다. 특히 원인미상으로 울거나 구토를 하는 경우가 빈번한 신생아는 질병 여부를 알아채기가 쉽지 않아 최적의 치료시기를 놓칠 수가 있는데, 이럴 경우 회복이 어려워져 평생 장애를 가지고 살아가거나 극단적인 경우 목숨까지 잃을 수도 있기 때문에 조기 진단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태어날 때부터 발생하는 ‘선천성 대사 이상 질환’… 증상 나타난 이후에는 회복 어려워
선천성 대사 이상 질환은 태어날 때부터 효소를 만드는 유전자의 이상으로 인해 특정 효소가 생성되지 않아 발생하는 질환을 말한다. 즉, 탄수화물, 단백질, 지질 등의 대사에 관여하는 효소나 조효소의 결핍으로 몸속으로 들어오는 영양소를 대사하지 못해 발생하는 질환을 통칭하며, 주로 신생아 시기에 발병하는 질환으로 ‘신생아 대사 이상’ 또는 ‘유전성 대사 질환’이라고도 불린다.
정상적으로 꼭 필요한 최종 물질은 생성되지 않고 과도한 전구물질이 뇌, 심장, 간, 신장 등 중요 장기에 축적돼 지능 장애, 발달 장애와 같은 과잉 증상부터 심하면 영아 돌연사 등을 일으킬 수 있다.
선천성 대사 이상 질환은 결함이 있는 대사 경로에 따라 약 500여 종 이상으로 질환 종류가 다양하며, 유전학적, 생화학적 진단 방법의 발전으로 새로운 질환들이 추가되고 있다. 각 질환마다 여러 가지 유전 방식을 따르는데 상염색체 열성 유전이 가장 흔하다.
대표적인 선천성 대사 이상 질환은 성장 장애와 지능 저하를 유발하는 ‘선천성 갑상선기능저하증’, 단백질을 구성하는 아미노산인 페닐알라닌을 다른 아미노산으로 변환하는 효소가 부족해 뇌 손상, 피부색소 결핍과 같은 증상이 나타나는 ‘페닐케톤뇨증’ 등이 있다.
각 질환별로 증상 및 치료방법도 상이한데, 질환 대개가 신생아 시기에 나타난다. 출생 시에는 별다른 문제점이 발견되지 않지만, 수유를 진행한 지 2~3일 후에 구토, 처짐, 경련 등과 같은 비특이적 증상이 일어난다.
하지만 영유아 시기에는 모유를 먹다가 역류 현상으로 인해 가볍게 토를 하는 경우가 종종 있고, 몸을 제대로 가누지 못해 처지는 느낌이 들기 때문에 대수롭지 않게 넘기는 경우가 많다. 해당 증세가 지속되면 병원을 찾게 되는데, 선천성 대사 이상 질환은 대체로 증상이 진행되면 이전으로 되돌리기가 매우 어렵다.
◆신생아라면 누구나 받아야 하는 ‘선천성 대사 이상 검사’… 조기 발견이 무엇보다 중요해
선천성 대사 이상 질환은 희귀질환의 일종이지 불치병은 아니기에 조기 진단 시 치료가 가능한 질환이 다수이고 빠른 치료를 통해 발병을 늦출 수 있어, 증상이 발현되기 전에 올바른 조기 진단이 필수적이다.
우리나라는 2018년부터 생후 28일 이하의 모든 신생아에게 선천성 대사 이상 질환에 대한 검사를 무료로 받을 수 있도록 건강보험 급여를 적용했다.
‘선천성 대사 이상 검사’는 아이가 태어난 후 48시간에서 1주일 안에 시행하는데, 대부분 생후 48~72시간 내에 신생아기의 발 뒤꿈치에서 소량의 혈액을 채취해 유전자를 검사한다. 아기의 발꿈치에서 채취한 한 방울의 혈액을 혈액 여과지에 묻힌 뒤, 면역화학분석장비와 질량분석기(TMS, Tandem mass spectrometry)를 통해 즉시 검사를 시행한다.
검사 결과 갑상선기능저하증, 선천성 부신피질과형성증, 갈락토스혈증 및 72종의 아미노산, 유기산, 지방산, 퓨린, 페록시좀, 탄수화물 대사 이상 질환과 7종의 비특이적 소견을 한번에 선별할 수 있다.
다만, 선천성 대사 이상 검사는 혈액을 묻히는 검사지가 종이라는 특성상 번지기도 하고 서로 붙기도 해 검사 정확도와 신뢰도가 낮다는 단점이 있었다.
이에 전국 수십 개 의료기관에 해당 검사를 제공하고 있는 임상검사 전문의료기관 GC녹십자의료재단이 검사의 질을 높이기 위해 검체를 안전하게 보관할 수 있는 ‘혈액여지 건조 보관함’을 자체적으로 개발했다. 베타 테스트 결과, 검체 1~8건당 건조시간은 3시간에서 1시간 30분으로 절반 이상 줄었으며, 개별 검체 별로 보관이 가능해 검체 분실과 손상 및 오염 가능성이 없어졌다.
선천성 대사 이상 검사는 유전적 문제를 조기에 발견·치료하여 장애 발생을 선제적으로 대응해 문제를 최소화하기 위한 목적으로, 선별 검사에서 양성 판정을 받았다고 하여 100%의 발병률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정확성을 위해 재채혈이 필요하며, 재검 결과에도 양성 판정이 나오면 질병 가능성이 높으므로 전문의의 진료와 추가적인 검사가 필요하다.
이아람 GC녹십자의료재단 진단검사의학과 전문의는 “선천성 대사 이상 질환은 신생아 시기 조기에 발견하면 치료 가능한 경우가 많기에 조기 진단이 무엇보다 중요한데, 기존 검체 수집 및 보관법의 경우 검체의 안정성이 낮은 경우가 종종 있어 검사결과의 신뢰도를 높일 방법이 필요했다”며 “이에 GC녹십자의료재단은 검체 안정성과 정확도를 높인 ‘혈액여지 건조 보관함’을 단독 개발, 병원에서 조금 더 신속하고 유용하게 검체 수집과 보관을 진행할 수 있도록 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