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도 예산안과 관련해 감염병 전담병원 등을 수행하면서 어려워진 공공병원 회복·정상화를 위한 예산 신설 또는 손실보상 연장 예산 확충, 건강보험 국고 부담액 증액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25일 8개 시민단체와 5명의 국회의원이 공동 주최하는 ‘시민의 관점으로 분석하는 2023 나라예산 토론회’가 국회의원회관 제2간담회실에서 개최됐다.
이번 토론회는 참여연대, 건강사회를 위한 약사회, 공공운수노조, 나라살림연구소, 종교투명성센터, 환경운동연합, 보건의료단체연합, 기후변화청년단체GEYK 등 8개 시민단체와 정의당 장혜영 국회의원을 포함해 더불어민주당 이학영·윤건영·김주영·이수진 국회의원 등 5명의 국회의원이 공동으로 주최했다.
이날 건강권 실현을 위한 보건의료단체연합 전진한 정책국장은 ▲감염병 대응 지원체계 구축 및 운영 예산 ▲건강보험가입자 지원 예산 ▲의료 마이데이터와 원격의료 예산 등에 대해 평가·지적했다.
먼저 전 국장은 감염병 대응 지원체계 구축 및 운영 예산과 관련해 공공병원 회복·정상화를 위한 예산 신설 또는 손실보상 연장이 필요하다는 견해를 밝혔다.
국내의 공공의료기관 병상 비율은 전체 병상 대비 9.7%에 불과하나, 2020년 3월 감염병 전담 병상의 81.2%를, 2021년 1월에는 92%를, 2021년 11월에는 49.8%, 2022년 3월 26.8%를 담당하는 등 지난 3년간 시민 생명의 보루 역할을 해왔다.
문제는 코로나19 진료에만 매진하는 동안 공공병원의 경우 의사 인력, 진료 건수, 수술 건수, 필수진료과 개설율, 의료수익 모두 급감했다는 것에 있다. 특히, 2019년과 2020년 사이 국립중앙의료원과 지방의료원, 적십자병원의 평균 의료수익은 약 28% 감소했으며 2021년에도 2019년 수준을 회복하지 못한 것으로 드러났다.
더욱이 지방의료원의 경우 향후 2019년 수준의 병상이용률까지 회복되는 기간이 52개월(4.3년) 소요될 것으로 추계되고 있는 상황이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감염병 전담병원 등 코로나19 환자 치료의료기관에 대한 손실보상금이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감염병 대응 지원체계 구축 및 운영’의 2023년도 예산은 9508억 8700만원으로 전년(2022년) 본 예산 대비 33.8%, 전년(2022년) 추경 대비 77.1% 삭감됐다.
전 국장은 이에 대해 “공공병원들이 손실보상금으로 버텨왔으나 이제 그런 지원도 기대하기 어렵게 됐다”라면서 많은 공공병원들이 적자에 허덕이며 회복·정상화에 어려움을 겪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아무런 관련 대책도 내놓지 않고 있음은 물론, 예산도 편성하지 않는 정부의 행동에 대해 비판했다.
무엇보다 전 국장은 지난 3년간 정부의 요구에 따라 코로나19 대응에 헌신하느라 존립에 어려움을 겪는 공공병원을 지원하는 것은 정부의 마땅한 의무라고 강조하면서, “예산 신설 및 손실보상금 지급기간 연장 등을 통해 코로나19 전담 공공병원이 기능을 회복해 정상화될 때까지 정부가 나서서 충분히 지원해야 한다”라고 제언했다.
아울러 중장기적으로는 인구가 적은 지역에서도 꼭 필요한 필수의료와 공익적 활동을 해 발생할 수밖에 없는 공공병원에서 발생하는 적자는 정부가 책임지도록 정책과 예산을 제도화할 것을 촉구했다.
건강보험 국고 부담액 대폭 증액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제시됐다.
전 국장에 따르면, 2023년도 건강보험가입자 지원(일반회계) 예산으로 책정된 금액은 9조 1494억 800만원으로, 전년(2022년) 예산(8조 6842억 9300만원) 대비 5.36% 늘었으나, 당초 보건복지부가 요구한 예산(10조 1665억 8300만원) 대비 10.01% 삭감됐다.
문제는 이 예산은 정부가 보험료 예상 수입액의 20%를 지원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각각 예상수입액 대비 일반회계에서 12.0%, 국민건강증진기금에서 2.4% 등을 합해 총 14.4%만 지원하는 것으로 결정하면서 무려 4조6662억 원의 예산이 덜 편성된 예산이라는 것이다.
올해 말로 일몰되는 국민건강보험법 조항에 따르면 국가는 당해 연도 보험료 예상 수입액의 14%를 일반회계에서, 국민건강증진법에 따라 당해 연도 보험료 예상수입의 6%를 국민건강증진기금에서 지원하도록 규정돼 있다.
전 국장은 “월 5만 원 이하의 건강보험료를 6개월 이상 체납한 ‘생계형 체납자’는 올해 6월 기준 67만3000여 가구에 달함에도 정부는 내년에도 보험료율을 올려 7%를 초과하게 만들었다”라고 비판했다.
또, 건강보험 국고지원율은 프랑스는 50%가 넘고, 일본도 39%에 달하며, 대만은 국고지원율 36%를 법제화한 반면, 우리나라는 12%에 불과해 다른 OECD 국가들보다 서민들의 부담이 높은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무엇보다 전 국장은 “윤석열 정부에서 ‘건강보험 지속가능성을 제고’를 명분으로 지출개혁을 하겠다고 하고 있는데, 건강보험 지원 예산 수조 원을 미납하면서 ‘뇌·뇌혈관 MRI’와 ‘하복부·비뇨기 초음파’ 등의 비급여를 급여화함에 따라 과다이용이 발생했다는 것을 이유로 몇 %도 안 되는 환자들의 치료비 보장을 줄이겠다는 것은 어처구니없는 일”이라고 평가했다.
이어 “정부는 국고지원 책임을 다해 감염병과 경제위기 시기 절실한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를 해야 한다”라고 강조하면서, 다른 OECD 국가들처럼 건강보험 국고지원율을 전체 건강보험료의 최소 30% 이상이 되도록 증액할 것과 국민건강보험법 개정을 통해 국고 부담액 상향하고 항구적으로 법제화할 것을 촉구했다.
의료 마이데이터와 원격의료 등을 위한 의료민영화 예산 편성도 중단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전 국장에 따르면, 2023년도 예산으로 ▲비대면 진료기술개발(R&D) 55억 5000만원 ▲보건의료 마이데이터 활용기술 연구개발 및 실증사업(R&D) 97억 5000만원 ▲의료기관 기반 디지털 헬스케어 실증 및 도입(R&D) 75억원 ▲의료 마이데이터 플랫폼 운영(정보화) 96억9400만원이 각각 편성됐다.
전 국장은 해당 예산과 관련해 “공공병원 확충 및 지원, 의료인력 확충, 건강보험 국고지원 등에는 예산을 아예 편성하지 않거나 턱없이 부족하게 편성하고, 공공어린이재활병원 운영비 등을 전액 삭감하는 등 복지예산은 쥐어짜는 반면에, 기업들을 의료로 돈벌이하게 만드는 의료민영화 예산은 늘린 것으로 보인다”라고 평가했다.
무엇보다 전 국장은 ‘의료 마이데이터’ 사업은 건강보험 공단 등에 축적된 개인정보, 개인의 병원 진료기록, 웨어러블 디바이스로 수집된 건강정보, 유전체 정보 등을 민간기업이 활용할 수 있도록 돕는 플랫폼을 만드는 사업이라고 비판했다.
건강정보를 넘기는 것이 가져올 손해를 정확히 따져보기 힘든 개인들을 보호하기는커녕 쉽게 이러한 정보를 민간기업에 넘길 수 있는 창구를 국가가 우리 세금으로 만들어 주는 것으로, 기업들은 데이터를 이용해 각종 상업적 이익을 챙길 수 있지만, 개인들은 정보인권 침해를 입을 가능성이 높아질 수 있다는 것이다.
전 국장은 “이런 마이데이터 플랫폼은 민간의료보험사에 의료행위를 허용해주는 의료민영화인 ‘건강관리서비스’에 활용될 것이 뻔하며, 공공의료 기반이 취약한 한국에서 원격의료는 영리기업이 플랫폼으로 의료에 침투해 돈벌이 하는 시장을 열어주는 결과 이상이 될 수 없고, ‘디지털헬스’라는 이름의 사업도 대체로 효과가 입증되지 않은 의료기술들을 손쉽게 허가해주는 규제 완화·민영화 성격이 짙은 사업에 불과하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의료공공성을 저해할 관련 예산을 삭감하고 복지 확대와 의료공공성 강화에 써야 한다”라는 의견과 함께 ‘의료민영화 예산 전액 삭감’을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