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위내시경 검사를 하면서 실시간으로 위암이 의심되는 병변을 찾아내고, 위암 가능성을 평가해 위암 진단 및 조기위암의 침윤 깊이까지 예측 가능한 인공지능(AI) 모델이 개발됐다.
인공지능을 활용해 초기에 위암을 진단하고, 적시에 환자별 종양 특성에 맞는 치료법을 적용하면 치료율을 향상시킬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서울대병원 소화기내과 정현수·이정훈 교수와 남준열 前교수(現서울힘내과 원장) 연구팀은 위내시경 검사 흐름에 따라 순차적으로 병변 탐지(AI-LD), 감별 진단(AI-DDx), 조기위암 침윤 깊이(AI-ID)까지 예측할 수 있는 인공지능 모델을 개발하고, 기존 의사와 비교해 정확도를 평가한 결과를 발표했다고 25일 밝혔다.
우리나라의 위암 발생률은 세계에서 가장 높은 나라 중 하나다. 2015년 기준 한 해 동안 10만 명당 33.8명이 위암 진단을 받았다. 그나마 다행인 건 위내시경 검사를 받는 사람이 증가하면서 조기위암 단계에서 위암이 발견되는 경우가 많아지고 있다는 것. 이로 인해 위암으로 인한 사망률은 빠르게 감소하고 있는 추세다.
하지만 조기위암의 경우 발견이 어려운 경우가 많고, 발견했어도 모양만으로 위염이나 위궤양과의 구분이 쉽지 않아 진단을 놓치거나 오진하는 사례가 발생한다. 또한, 종양의 침윤 깊이에 따라 치료 방법이 다를 수 있어 조기위암에 대한 종양 분류의 내시경적 병기 결정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이 때문에 위내시경 검사의 정확도를 향상시키기 위해 의사들은 정기교육과 학회 등을 통해 관련 지식과 경험을 꾸준히 발전시키고 있다.
하지만 검사자의 경험과 숙련도에 따라 진단 정확도에 차이는 존재할 수밖에 없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전문가 수준의 정확도를 지닌 인공지능 시스템 개발 필요성이 대두돼 왔다.
연구팀은 2015년 1월부터 2019년 12월까지 서울대병원과 삼성서울병원에서 위암 및 위궤양으로 진단받은 1366명 환자의 위내시경 영상 자료를 이용해 아래의 그림과 같이 합성곱 신경망 기반 인공지능 모델을 개발하고 검증했다.
인공지능 모델은 ①AI 병변 탐지 모델(AI-LD)을 이용한 위 점막 병변 검출하고 ②AI 차등 진단 모델(AI-DDx)을 사용해 양성 위궤양(BGU), 조기위암(EGC), 진행성 위암(AGC)이 있는 위 점막 병변에 대한 차등 진단할 수 있으며, ③AI 침윤 깊이 모델(AI-ID)을 사용해 조기위암 침윤 깊이를 추정할 수 있게 구축됐다. 이어 조직 진단의 기준에 따라 AI-DDx 및 AI-ID 추정 모델의 성능을 내시경 및 초음파내시경의 결과와 비교했다.
그 결과, 위암 진단 정확도 비교에 있어서 연구팀이 개발한 인공지능 모델(정확도 86%)이 내시경 경험이 1년 미만으로 많지 않은 초보(정확도 78%)나 2~3년 경험의 중간 경력을 가진 내시경 전문의(정확도 84%)의 시각적 진단에 비해 정확도가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숙련된(5년 이상) 내시경 전문의(정확도 86%)와 비교했을 때는 유사했다.
또한, 침윤 깊이 평가 비교에서는 인공지능 모델이 기존의 전통적인 방법인 내시경 초음파검사에 비해 유의하게 높은 정확도를 보이는 것을 확인했다. 이 같은 결과는 연구팀이 개발한 인공지능 모델의 우수성을 확인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현수 교수는 “전문가 수준의 정확도를 지닌 인공지능 모델의 보조를 통해 내시경 검사자의 숙련도나 상황에 관계없이 높은 정확도의 위암 진단이 가능해진다면 이는 환자와 의사 모두에게 바람직한 일일 것”이라며 “조기위암의 침윤 깊이 예측 정확도가 향상될 경우 내시경 절제나 수술 등 치료방법 결정에도 많은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이정훈 교수는 “의학 분야에서 인공지능은 의사의 능력을 보조하는 데 큰 역할을 보여주고 있다”며 “이번 연구와 같이 진단 분야뿐만 아니라 환자의 예후를 예측하고 치료 방법을 결정하는 데에도 큰 기여를 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한편 이번 연구는 KAIST 및 삼성서울병원과의 공동연구로 이루어졌으며, 미국 소화기내시경학회 공식학술지 ‘Gastrointestinal Endoscopy’ 최신호에 게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