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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원/의원

[창간특집]개원가 전문병원화 바람 약인가 독인가

전문화병원, 개원가 탈출구 될까?<1탄>

개원가에 불고 있는 거대 전문병원화 바람이 거세다.

전문병원제도는 이미 관절, 척추, 항문외과, 소화기 내과, 신경외과 등에서 활발히 추진돼 왔고, 보건복지부는 지난 2005년부터 8개 진료과목 4개 질환에 대해 42개 전문병원 시범사업을 진행하며 이 제도의 정착에 공을 들이고 있다.

특히 이 사업이 마무리되는 내년 1월, 본격적으로 이를 시행한다는 방침이어서 앞으로 이는 더욱 심화될 것으로 보인다.

복지부가 추진하는 이 전문병원제도는 30병상 이상 규모의 2차의료기관과, 임상 질, 의료기관인증 그리고 의사인력에 차등을 두는 기준에 한하는 것으로 사실상 최근 의원급 의료기관들이 열을 올리며 추진하고 있는 전문병원화와는 조금 거리가 있다.

현재 의원급 개원가에서는 이러한 국가 정책 추진에 힘입어 급여과와 비급여과를 막론하고 전문병원으로의 탈바꿈, 혹은 그 비등한 모습을 갖추기 위해 막대한 자금력과 우수한 시스템, 그리고 화려한 경력의 의료진을 내세워 환자들의 소비패턴을 변화시키며 극심한 경영난에 처한 개원가의 새로운 다크호스로 부상하고 있다.


개원가, 왜 거대 전문병원화 인가?

개원가에서 전문병원화를 추구하는 이유는 간단하다.

상급종합병원보다 문턱은 낮지만 대등한 실력을 갖추고 있어 절차는 간편하면서도 양질의 진료를 받기를 원하는 환자들의 니즈를 부합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비록 행정적인 의미에서 병원으로 전환하지 않더라도 전문병원화를 표방하게 되면 기존 의원의 형태만 취하고 있을 때 보다 외형상이나 진료면에서 환자들에게 더욱 신뢰감도 줘, 동류의 의원급들 사이에서는 경쟁우위에 설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실제 전문병원으로의 변화를 위해 의원급에서 병원으로 공식 전환한 서울의 A모 병원의 경우 협진을 비롯해 팀웍과 안전성으로 그 효과를 톡톡히 누리고 있다.

이 병원 원장 P모씨는 “종합병원은 집중해야 될 환자의 수가 많은 만큼 밀착보호가 가능한 개원가보다 섬세함 부족해질 수밖에 없다”며 “이 부분을 감안하고 의료시스템을 보완, 환자에게 보다 질 좋은 서비스를 제공한 것이 주효한 것 같다”고 말했다.

이외에도 병원으로 승격하진 않았지만 이에 버금가는 시설과 인력을 갖추고, 전문병원화를 표방함으로써 경영적인 측면과 양질의 진료서비스 등 두 마리의 토끼를 모두 잡아 성공가도를 달리는 의원들이 속속들이 생겨나고 있다.

8개의 병상을 갖추고 있지만 수술실적, 및 환자에 대한 서비스, 진료시스템 그리고 규모 면에서는 여느 종합병원과 비교해도 손색이 없는 서울의 B모 이비인후과의원의 경우에도 이런 전문병원화 표방의 성공 케이스에 해당한다.

이곳 관계자는 “비록 보건행정상의 위치는 의원이지만, 환자를 수술하게 될 경우에 이것에만 그치지 않고, 상급종합병원에서만 주로 이루어지는 수술 환자의 일상생활 복귀를 돕는 재활과 교육에도 집중하는 등 통합적으로 실시하는 Total 진료 시스템을 선보이고 있어 큰 호응을 얻고 있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종합전문성형센터를 표방하며 압구정동에 새 둥지를 튼 C모 성형외과도 행정상으로는 의원이지만 그 규모는 병원급에 버금간다.

이곳은 안면윤곽을 주로 하며 각각의 분야에서 고도의 트레이닝을 거친 전문의사들이 원스톱 진료 서비스를 제공해 환자들의 발길을 끌고 있다. 이 성형외과 관계자는 “종합성형을 시행한다고 해서 진료과목만 많고, 전문성의 결여된 기존의 백화점식 진료를 생각해선 곤란하다”며 “한 분야에 특출난 전문의가 해당진료에만 집중하는 보다 전문화되고 심도있는 양질의 치료를 선보인다”고 강조했다.

앞서 열거한 곳들은 의원급이고, 이제 막 병원의 반열에 합류했지만 그 시스템 면에서도 상급종합병원을 능가할 정도다. CMS (실시간모니터링)장치, 보조호흡장치, UPS (무정전 전원공급장치) 등 3D가상시술 가능 최첨단 기계와 전자차트 도입 등 최신식 기기 등으로 무장한 것. 입원환자를 위한 편의시설도 결코 상급종합병원에 뒤지지 않는다.

종합병원 수준의 특대형 입원실 설치 운영 해 장기입원 보호자를 위한 게스트 하우스공간 등이 마련돼 있다.

업계 관계자는 “소규모의 의원급에 머무를 때 보다 전문병원화를 표방하면 의료진에 대한 신뢰감이 상승해 환자들 사이에서 인지도 높아지고, 이것이 자연스레 진료실적으로 이어진다”면서 개원가에서 이에 관심을 갖는 이유에 대해 전했다.


개원가 전문병원화의 그림자

하지만 이러한 거대 전문병원화에는 이러한 핑크빛 단면만이 존재하는 것은 아니다. 이를 표방한다고 해도 내부적인 문제로 인해 와해되는 경우도 있고, 조직력을 갖추지 못해 결국 의원이 가진 한계를 넘지 못하는 곳도 있다.

한때 남부럽지 않은 규모를 자랑하며 의원과 전문병원화의 경계에서 승승장구했지만 조직력이 와해 돼 최근 내리막길을 걷고 있는 A피부과도 이러한 사례를 가진 곳 중 하나이다. 내부에서 파열음이 새어나오기 시작하면 처음 시작이 좋아도 결국 좋은 결실을 맺을 수 없다는 것.

규모를 키우는데 몰입하다 보니 자금에 의한 문제가 발생하기도 한다.

업계관계자는 이와 관련, “의원급에서 굴리는 돈이 억대라고 하면, 전문병원화로 가면 몇백억대로 뛴다. 투자를 받기 위해 자기주변에 있는 모든 사람들까지 다 끌어들일 수도 있다. 때문에 전문병원화를 표방하기 위해서는 탄탄한 자본력을 갖춰야 하는 것은 두말할 나위가 없고, 이를 운영할 때 발생하는 리스크를 감당할 수 있는 자신감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문제는 또 있다. 의원급에서 이러한 거대전문화를 추구하며 주변의 소규모 의원들이 취하고 있던 포지션마저 잠식해, 상대적으로 열악한 환경에 있는 의원들의 생존은 더욱 힘들어 진다는 것이다.

특히 의원급이 전문병원화를 표방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최근에는 2차병원들이 새로운 수익모델을 창출하기 위해 1차병원에서 주로 하던 진료를 전문화시켜 시장에 자리잡고 있다.

업계 모관계자는 “이미 조직력과 자금력이 확보 돼 있는 기존 2차병원들은 기존 1차의료기관에서 담당하던 미용성형 등의 비급여, 혹은 항문외과 등의 프로젝트팀을 꾸려 전문병원화사업을 수월하게 추진하고 있다”면서 “일반 의원들은 이에 대비해 살아남을 수 있는 방안을 고민해 봐야 할 시점”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이에 대해 개원가에서는 “기존 대형종합전문병원과의 경쟁도 모자라 이제는 전문병원 맟 이와 비슷한 규모와 시스템을 갖춘 의원 등 또다른 골리앗이 등장해 주변의 환자들을 모으고 있다”면서 위기감을 호소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