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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피부과 국제학술대회가 남긴 숙제


요즘 국내 피부과 전문의들 사이에선 제대로 된 진료를 거치지 않고 아동한테는 ‘아토피’, 성인한테는 ‘건선’이라고 말해도 절반이상은 맞아 떨어진다는 우스갯소리가 있다고 한다.

그만큼 아토피, 건선을 앓고 있는 환자가 많다는 소리의 반증인 셈이다. 하지만 이는 비단 우리나라 피부과에만 국한된 현상만은 아닌 듯하다.
지난 1일부터 4일까지 서울 쉐라톤 그랜드 워커힐 호텔에서 개최된 제8차 아시아피부과 국제학술대회에서도 이 같은 관심이 그대로 표출됐으니 말이다.

상황은 이렇다.

대회 첫째 날 조직위에서 야심차게 준비한 피부외과 논문 발표장은 그 큰 규모가 민망할 정도로 텅텅 비어 있었다. 발표를 경청하고 있는 사람이 거짓말 조금 보태 손에 꼽을 정도로 적었던 것이다.
하지만 같은 시각, 코스메틱 업체들의 부스가 마련된 케어제품 홍보존에는 학술대회 참가자들로 북적였다.

업체들도 유창한 외국어 실력을 자랑하는 홍보요원들을 전방에 매치, 자사제품의 우수성을 알리는데 주력했다.
분명, 학문적 임상연구 결과 발표가 주를 이룬 피부외과의 논문 발표장과는 확연히 다른 모습이었다.

학회 조직위 한 관계자는 “사실 이렇게까지 코스메틱 존이 붐빌 줄은 몰랐다”면서도 “피부외과 파트 진균간염의 경우 경제적, 학문적으로 낙후된 곳에서 많이 발생하는 후진국형 질병이다 보니 자연히 사람들의 관심이 아토피, 여드름, 건선, 노화 등에 관련된 것에 집중되는 것 같다”며 이 같은 현상에 대해 설명했다.

그런데 관계자의 말에서 씁쓸함을 느끼게 되는 이유는 왜 일까.
학술대회는 새롭게 개발된 치료법에 대해 이야기하고 학문적, 임상적 연구 결과에 대한 논의가 주를 이루어야 하는 자리이다.
그리고 그것이 탄탄한 뿌리를 가지고 성장하기 위해서는 어느 한 곳에만 이목이 집중 되선 안 된다.

물론, 피부과, 특히 환자들의 니즈와 관련된 최신 트렌드를 읽는 것은 매우 중요한 일이다. 하지만 학문적 임상 소견 교환이 기본이 돼야 할 학술대회에서 소위 돈 되는 질병에만 뜨거운 관심이 모이는 현실이 과연 피부과학의 발전에 얼마나 큰 도움이 될지는 미지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