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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원/의원

감염병 경험자에 심리·정서 지원 서비스 제공되야 한다

메르스 환자 42.9%가 외상후스트레스장애(PTSD) 경험

연구결과 4년 전 메르스를 겪었던 생존자는 완치 후에도 정신건강에 문제를 가졌던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코로나19 치료 환자도 정신건강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는 근거를 제시하는 연구 결과로써 의미가 있다. 코로나19 심리치유를 위해 정부뿐만 아니라 의료기관들에서 어떤 역할을 하고 있는지 함께 알아봤다. [편집자주]

 

메르스 환자 42.9% PTSD 경험

 

국립중앙의료원 이소희·신형식, 서울대학교병원 박혜윤·박완범, 서울의료원 이해우, 단국대학교병원 이정재, 충남대학교병원 김정란 연구팀은 2015년 메르스 당시 생존자 148명 중 63명의 정신건강 문제에 관한 연구 결과를 최근 발표했다. 이번 연구는 해외 유명 학술지 ‘BMC Public Health’ 최신호에 게재됐다.

 

연구에 따르면, 메르스가 완치된 생존자 34(54%)1년 후에도 한 가지 이상의 정신건강문제를 겪었다. 42.9%가 외상후스트레스장애(PTSD)를 경험하고, PTSD 또는 우울증이 있는 환자는 그렇지 않은 환자에 비해 삶의 질이 더 나빴다. 27.0%는 우울증이 있었으며, 22.2%는 중등도 이상의 자살위험을, 28%는 심각한 불면증을 보인 것으로 나타났다.

 

감염의 심각도에 상관없이 생존자들은 감염자에 대한 사회의 낙인을 높게 인지할수록, 감염 당시 불안 수준이 높을수록 PTSD 위험도가 높아졌다. 메르스로 가족이 사망했을 때는 우울증 위험이 올라갔다. 과거 정신과적 치료력이 있는 경우에는 두 가지 위험도가 모두 높았다.



이는 메르스에 국한된 것만은 아니다. 지난 사스(SARS) 때도 홍콩의 감염자 중 35%가 불안 또는 우울증(13.3%) 증상을 나타냈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홍콩의 사스 감염 생존자 중 42.5%는 여전히 완치 후에도 3년 동안 정신병을 나태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으며, 중국의 사스 감염자 42%4년이 흘러도 여전히 PTSD를 경험했다고 한다.

 

결과적으로 감염병 사태 이후 슬픔이나 오명과 같은 일부 요인이 지속될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할 때 환자들의 고통은 이후 일정기간 동안 일상생활로의 회복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연구팀은 메르스와 코로나19는 이환율과 치사율, 정부와 사회의 대처 등에서 많은 차이가 있어 해석에 주의해야 한다면서도 그럼에도 감염증의 심각도 보다 심리사회적 측면에서 감염증을 어떻게 경험하고 인지하는지가 정신건강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연구책임자인 이소희 박사는 코로나19로 환자와 격리자의 정신건강에 대한 우려가 높은 상황에서 이번 연구는 환자의 정신건강 문제가 장기화 될 수 있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는 점을 보여준다고 의의를 밝혔다.

 

이와 함께 연구팀은 감염병 환자의 심리적 고통을 줄이기 위해서는 감염 발생 동안 적절한 심리적·사회적 지원이 필요하다환자를 치료하는 의료전문가는 질병의 후속 기간 동안 환자에게서 부정적인 심리적 결과가 발생할 위험에 대해 인지하고 있어야 하며, 특히 이전 정신과 병력이 있는 환자나 질병 중 심리적 고통이 높거나 감염병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에 더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고 조언했다.

 

연구팀은 초기 발생 단계에서 일반 대중과 격리된 사람들 사이의 두려움을 줄이기 위해 효과적인 위험 커뮤니케이션을 전체 전략에 통합하는 것이 중요하며, 사회적 낙인을 최소화하기 위해 환자 및 검역된 사람들과 관련된 윤리적 문제를 고려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어 일상적인 치료에는 개별 위험 요인과 현재의 고통 수준을 반영하는 효과적인 심리적 지원이 포함되어야 한다“PTSD에 대한 다른 심리적·사회적 변수보다는 변화가 가능한 위험 요소로서 낙인에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고 경고했다.


특히 연구팀은 감염된 환자가 사회로부터 격리되어야 하는 바이러스를 확산시키는 위험한 가해자로 간주된다는 관점이 쉽게 만들어진다언론과 정부는 환자나 격리된 사람들을 낙인에 빠트릴 수 있는 말이나 행동에 주의하며 그들을 존중하고 적극적으로 지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서울대병원 박혜윤 교수는 감염자에 대한 낙인을 줄이기 위해 노력하고, 감염증 사태에서 사별이나 불안 등 심리사회적 어려움이 있는 환자를 적극적으로 지지하면 정신적 후유증을 줄일 수 있다고 조언했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보건정책연구실 전진아 건강정책연구센터장, 이지혜 연구원)이 최근 발행한 보고서에서도 코로나19가 장기화됨에 따라 지역사회 주민은 확진자, 격리자 및 해제 대상자에 대한 과도한 불안 및 분노를 보이며, 감염병 확진자 및 격리자들은 피해자이면서 가해자라는 심리적인 불안감과 죄책감을 가지고 있다고 한다.

 

이에 연구원은 확진자 및 격리자, 지역사회 주민이 스스로 마음건강을 돌볼 수 있도록 필요시 정신의학적 치료를 비롯한 심리·정서 지원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도록 시의적절하고 충분한 마음건강 돌봄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통합심리지원단운영

 

현재 정부는 국가트라우마센터, 국립정신의료기관, 광역·기초 정신건강복지센터를 중심으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통합심리지원단을 구성해 코로나19 감염 확진자 및 가족, 격리자를 대상으로 심리지원을 제공하고 있다.



현재 서울특별시와 경기도 내 각 시, 인천광역시 등 지자체에서는 자체적으로 심리지원단을 구성해 운영 중이며, 정부는 기존 정신건강 위기 상담 전화(1577-0199) 핫라인을 통해 심리지원을 제공하고 있다.

 

그 외에도 중앙정신건강복지사업지원단 등 전문가 집단에서도 국민이 경험하는 과도한 불안과 공포를 해소하기 위해 마음건강 돌봄 정보를 제공하고, 대한신경정신의학회는 재난정신건강위원회, 대한소아청소년정신의학회와 함께 코로나19 극복을 위한 마음건강지침을 대상자별로 마련해 배포했다.

 

지침은 총 10가지로 불안은 자극히 정상적인 감정이라는 점 정확한 정보를 필요한 만큼 얻을 것 혐오는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점 나의 감정과 몸의 반응을 알아차릴 것 불확실함을 자연스러운 현상으로 받아들일 것 가족과 친구, 동료와 소통을 지속할 것 가치 있고 긍정적인 활동을 유지할 것 규칙적인 생활을 할 것 주변에 아프고 취약한 분들에게 관심을 가져줄 것 서로를 응원할 것 등을 담고 있다.

 

병원도 코로나19 심리치유 나서

 

병원들도 심리치유지원단을 발족해 운영하는 등 코로나19 환자 및 의료진의 심리치유를 지원하기 위해 나섰다.

 

명지병원은 환자와 의료진의 심리치유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지원하는 코로나 블루 치유지원단을 발족해 종합적인 심리치유 프로그램을 개발해 운영 중이며, 관련 콘텐츠를 제작해 공식 웹페이지 및 페이스북, 유튜브 채널 등을 통해 전달하고 있다.

 


또 지난 526일에는 경기필하모닉 체임버앙상블을 초청해 병원 로비에서 의료진 등 병원관계자를 격려하고 코로나19 환자들을 위로하기 위해 콘서트를 개최하기도 했다.

 

이날 콘서트는 정나라 지휘자의 연주 아래 현악기로만 구성해 생상스의 백조 등 대중들에게 친숙하면서 정서적으로 힐링이 될 수 있는 곡들을 1시간여 동안 연주했다.

 

영남대의료원도 권역 호흡기 전문질환센터 1층 로비에서 코로나19 극복을 위한 힐링 음악회를 열었다. 이날 연주에는 원형준 바이올리니스트와 서수민 첼리스타가 참여했다.

 

김태년 의료원장은 오랜만에 병원 곳곳에 치유의 음악이 울려 퍼져 코로나19로 지친 환자, 보호자 특히 교직원에게 위로가 되는 시간이었다고 말했다.

 

경북대병원도 지금은 운영이 끝난 대구1 생활치료센터 격리환자들을 위해 치유음악회를 개최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