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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원/의원

‘K-방역’의 대표, 생활치료센터 성황리에 모두 종료

서울대병원 등 의료지원단 파견해 치료 도와
생활치료센터 표준모형 해외 전파 계획

코로나19 무증상·경증 환자를 치료해왔던 대구경북 생활치료센터 16개소가 430일 운영을 끝으로 마침내 모두 문을 닫게 됐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와 대구시는 생활치료센터로 활용해온 대구 중앙교육연수원(대구1)과 경북 영덕 삼성인력개발원(경북대구1)30일 운영을 종료하며 전국 16개 생활치료센터 운영을 중단한다고 429일 밝혔다. 신규 확진자 수가 한 자릿수에 머무는 등 코로나19 사태가 안정화 추세를 보이는 데 따른 것이다.


정부는 32일 대구에서 코로나19 환자가 급속도로 퍼짐에 따라 병상이 부족해 자가격리 도중 치료를 받지 못하고 숨지는 일이 발생하자 치료체계를 개편해 전국 최초로 대구 중앙교육연수원에 생활치료센터를 구축했다. 이후 16개까지 확대돼 드라이브 스루 선별진료소와 함께 ‘K-방역의 대표 모델로 꼽혔다.



대구경북대구1 생활치료센터에서 마지막으로 퇴소한 코로나19 환자 17명은 29일 구급차 8대를 이용해 계명대 동산병원으로 이송됐다. 그리고 다음 날 의료진 철수와 방역이 이루어졌고, 51일 잔여 운영진이 최종 철수했다. 앞으로 신규 환자가 발생할 경우 계명대 동산병원에 입원된다.

 

생활치료센터는 428일 기준 총 3025명의 환자가 입소했고, 이중 97%2957명이 완치 후 퇴소했다. 의료진과 경찰, 소방대원 등 총 1611명은 환자를 돌보고 센터를 지켰다. 센터 내에서는 감염을 막기 위해 진료와 식사 등 모두 비대면으로 진행됐고, 의료진은 환자들의 상태를 매일 모니터링했다.

 

한편 325일부터 해외 입국 경증환자 관리를 위한 생활치료센터로 사용되던 경기국제1(파주 국가대표트레이닝센터) 생활치료센터도 국민건강보험공단 운영 하에 36일간의 공여 기간을 마치고 본연의 기능으로 되돌아갔다.



 

여기서 그동안 총 30(남자 19, 여자 11)이 입소해 15명이 퇴소하고 15명은 아직 완치되지 못해 또 다른 생활치료센터인 우리은행 안성연수원으로 이송돼 치료를 받게 됐다.

 

코로나19의 일등공신들

 

코로나19 무증상·경증환자들을 무사히 집으로 돌려보낼 수 있었던 것은 전국 각지에서 모인 의료진과 자원봉사자, 합동지원단의 노력과 헌신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병원들도 생활치료센터 협력병원으로 적극 동참했다.

 

서울대병원은 문경의 서울대학교병원 인재원(경북대구3)에 마련된 생활치료센터를 운영했다. 서울대병원은 본원에 중앙모니터링본부를 설치해 생활치료센터에서 송출하는 환자들의 데이터를 지켜보며 건강상태를 확인하고, 의료진은 환자가 작성한 자가기록지를 바탕으로 원격 화상 상담과 환자의 불안·우울감 해소를 위해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상담도 실시했다. 또 감염환자는 물론 일반환자의 적기 치료를 위해 모듈형 음압병동을 설치했다.



 

고려대의료원은 경주 농협교육원(경북대구2) 생활치료센터에 스마트 환자모니터링 시스템을 구축하고 산소포화도 측정기, 체온계 등 의료물품 등을 지원했다. 스마트 환자모니터링 시스템이란 환자 스스로 모바일 어플리케이션을 통해 본인의 증상과 상태를 기록해 전송하면 중앙 데이터베이스에 저장되고, 이를 의사가 전산상으로 확인할 수 있는 시스템이다.




경북대병원은 중앙교육연수원과 함께 경북대 기숙사를 생활치료센터로 전환해 운영했다. 순천향대 중앙의료원과 국민건강보험 일산병원은 각각 천안 우정공무원연수원과 제천 국민건강보험공단 인재개발원 생활치료센터에 의료진을 파견했다. 원주세브란스기독병원도 제천 국민연금공단 청풍리조트 생활치료센터에 의료진을 파견해 코로나19 경증환자 치료를 도왔다.



 

가톨릭중앙의료원 산하 의료봉사 기구인 가톨릭메디컬엔젤스는 대구경북 지역 코로나19 환자를 위해 산하 8개 병원(서울성모병원, 여의도성모병원, 의정부성모병원, 부천성모병원, 은평성모병원, 인천성모병원, 성빈센트병원, 대전성모병원)의 전 교직원을 대상으로 의료지원 자원봉사단을 모집했다. 이들은 대구 의료현장에 파견됐고, 그중 서울성모병원 재활의학과 의사 1명과 간호사 2명은 경북대구4(한티 대구대교구 피정의 집) 생활치료센터에서 의료봉사자로 활동했다.


20여일간 충북대구4(보은 사회복무연수원) 생활치료센터 총 책임자를 맡았던 염준섭 교수는 429일 연세의료원 종합관에서 열린 파견복귀 간담회 자리에서 각기 다른 곳에서 모인 구성원들이었지만 위기 상황을 함께 헤쳐 나간다는 마음으로 맡은 일에 충실하며 손발을 맞춰 성공적으로 생활치료센터 운영을 마칠 수 있었다함께 노력해준 의료진들에게 감사한다고 말했다.



 

세계에서도 인정한 생활치료센터

 

대구·경북 환자가 급증할 때 생활치료센터와 의료진들의 도움이 없었더라면 지역의료 전달체계 붕괴까지 갔을 것이라는 평가가 나오면서 생활치료센터 운영의 의미는 매우 컸다고 할 수 있다.

 

대구에 소재한 대학병원 응급실은 경북대·영남대·계명대·대구가톨릭대 등으로 당시 확진자를 격리 치료할 음압병실과 확진자의 동선 등을 조사할 대구시 소속 역학조사관도 부족한 상황이었다.

 

하지만 생활치료센터의 등장으로 코로나19 주요 전담병원은 안정적인 병상 수를 확보해 중증환자 치료에 집중할 수 있었다.

 

생활치료센터는 대구경북 지역에서 폭발적으로 늘어난 확진자 증가세를 잠재운 일등공신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김신우 대구시 감염병관리지원단장은 기존 입원 환자와 신규환자, 대기환자의 경증도를 따져 생활치료센터와 병원에 분산시킨 덕분에 병상 가동 능력을 높였다다수 확진자를 생활치료센터에 격리시켜 폭발적인 확진자 증가세를 잠재울 수 있었다고 말했다.



 

생활치료센터가 중증환자에게 의료자원을 효율적으로 분배할 수 있는 유용한 방법이 됐다는 분석결과도 나왔다.

 

경북대구7(LG디스플레이 구미 기숙사) 생활치료센터 의료진으로 참여한 강원대병원 김충효 교수팀은 생활치료센터를 운영하며 분석한 결과를 국제학술지인 대한의학회지(JKMS)에 게재했다.

 

김 교수팀은 논문을 통해 세계 모든 나라에서 코로나19 환자가 급증하면서 병상을 잠식해 다른 중증 질환자가 입원하지 못하는 심각한 의료자원 문제를 격고 있다생활치료센터는 병원 건물이 아닌 이미 지역사회에 존재하는 시설을 활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지금으로서는 가장 효율적이고, 코로나뿐 아니라 다른 전염병이 확산될 때도 적용할 수 있는 시스템이라고 했다.

 

북미를 비롯해 유럽과 중국 등 전 세계 언론에서도 서울대병원이 운영한 생활치료센터를 기사로 다루며 호평했다.



 

조비룡 공공진료센터장은 그동안 쌓아왔던 대한민국과 서울대병원의 높은 의료 역량과 IT 기술이 위기 상황에서 빛을 발했다생활치료센터가 감염병 확산으로 인한 의료공백을 저지하는 데 큰 역할을 했다고 설명했다.

 

정부는 향후 감염병 발생 시 신속히 생활치료센터 설치를 지원하고, 생활치료센터를 표준화해 해외에 전파하겠다는 계획이다.

 

김강립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1총괄조정관은 29일 정례 브리핑에서 앞으로 정부는 생활치료센터의 시설·인력 기준, 환자관리 방법 등을 표준화한 모형을 마련하고 보급해 향후 감염병 발생 시 지자체별로 모형에 따라 신속하게 생활치료센터를 설치할 수 있도록 지원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생활치료센터 표준모형을 국제 기준에 맞게 표준화하여 해외에 널리 알리는 등 생활치료센터가 ‘K-방역모델의 핵심으로 작동할 수 있도록 만들 계획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