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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정신과 환자를 탓하지 말라"

정신건강의학과 故 임세원 교수의 죽음으로 의료계가 충격과 비통에 잠겼다. 故 임 교수는 자기 생명이 위험한 순간에도 같이 일하는 간호사에게 도망치라고 말한 뒤 제대로 피신했는지를 확인한 것으로 알려져 주위의 안타까움을 더하고 있다. 

이 가운데 2019년 의료계 신년하례회가 3일 프레스센터에서 개최됐다. 이날 참석한 정부 관계자 · 정치권 인사 모두는 침통한 표정으로 故 임 교수를 애도하며 안전한 진료 환경 구축을 위한 특단의 예방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약속했다. 더불어민주당은 관련 법 개정 · TF팀 구성으로 안전한 진료 환경 구축에 나설 예정이며, 국회 보건복지위원회는 오는 9일 故 임 교수 사망 사건과 관련한 현안 보고를 실시한다. 

일명 '임세원법'도 4건이나 발의됐다. △더불어민주당 정춘숙 의원은 정신질환자의 지속적인 치료 · 관리를 위한 정신건강복지법 개정안 두 건 △자유한국당 박인숙 의원 · 김승희 의원은 보안 · 처벌 강화, 반의사불벌죄 삭제 등의 내용을 담은 의료법 개정안을 각각 대표발의했다. 그러나 이들은 상당 부분에서 기존 발의된 법과 유사 · 중복되어 약간의 아쉬움이 있다. 비슷한 내용의 법안을 연달아 발의하여 대안 반영으로 실적을 채우려는 의도도 일정 부분 숨어있을 것이다.

의료계는 처벌 강화만이 능사는 아니라며 보다 실효성 있는 대책을 주문한다. 병원이라는 특수한 환경을 감안하여 의료진 폭행이 곧 공공의 안전 위협으로 이어진다는 사회적 인식을 조성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에 더하여 의료계는 최근 방영 중인 JTBC 드라마 'SKY 캐슬'을 비롯하여 의료인을 위협 · 폭행하는 장면을 가감 없이 방영하는 영상 매체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대한응급의학회에 따르면, 2007년부터 2011년까지 방영된 의학 드라마 중 응급실 폭력 장면은 총 2,302건으로 나타났다. 

경기도의사회는 지난 3일 성명서에서 "드라마 · 영화 등 각종 영상 매체에서 의료인 폭력을 미화해 진료 현장 폭행 범죄를 부추겨 왔다."고 지적했다. 지난해 7월 국회 토론회에서 충남대학교병원 응급의학과 유인술 교수도 "드라마에서 의료진이 폭행을 당하면, 벌을 받는 장면도 함께 나와야 한다."며 의료인 폭행에 대한 인식 전환을 강조했다. 

소를 잃었어도 외양간은 고쳐야 하는 게 순리다. 故 임 교수의 유가족은 △안전한 진료 환경을 조성하고 △마음이 아픈 사람들이 편견 · 차별 없이 언제든 쉽게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사회를 만들어 달라는 주문과 함께 정신과 환자를 탓하지 말아 달라는 당부를 덧붙였다. 이 같은 고인의 유지를 반영한 대책을 조속히 마련하여 의료인이 환자에 의해 목숨을 잃는 비극적인 일을 이제 더 이상은 접하지 않았으면 한다. 평생 환자를 위해 헌신한 의인 故 임세원 교수의 삼가 명복을 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