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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약제 관련 국감의 '옥의 티'된 '렌비마' 발언

2018년 보건복지위원회 국정감사가 마무리됐다. 다양한 보건의료 이슈가 나왔지만 질환과 약제에 있어서 단연 언급이 많이 된 분야는 간암이다.


최근 간암 치료에 사용되는 '리피오돌' 사태를 겪으며, 글로벌 제약사들의 약가 이슈로 아비 벤쇼산 한국글로벌의약산업협회 회장이 뭇매를 맞기도 했으며, 선제적 대응을 하지 못한 보건복지부 산하 기관들 역시 비판대에 올랐다.


또한 항암제의 허가 및 급여 등재에 대한 개선점 역시 식약처와 심평원의 단골 질타 사유로 떠올랐는데, 19일 진행된 국감 현장에서는 항암제 급여 등재기간 단축을 요구하는 신동근 의원의 발언이 있었다.


요지는 우리나라 항암신약 등재률이 30%에 채 못 미치며, 이는 OECD 국가의 절반 수준으로 급여 등재기간도 우리나라 20개월, 선진국 8개월로 선진국 대비 길어, 등재기간까지 한 달에 300~500만 원씩 본인부담으로 약가를 내야하는 환자들이 메디컬 푸어가 될 수밖에 없다는 것.


이에 정부는 급여기간을 단축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취지의 발언이었다. 하지만 신동근 의원은 이후 간암 치료제를 언급하며 옥의 티를 남겼다.


그는 현재 말기 간암에서 1차 치료제로 사용되는 '넥사바'의 급여 기준이 까다로워 이를 완화해야 한다는 환자들의 목소리가 있다고 주장했으며, 최근에는 '넥사바'에 이어 치료 효과도 괜찮고, 부작용이 훨씬 적은 항암표적제 '렌비마'가 식약처의 허가를 받고 등재를 준비하고 있다고 발언했다. 이어 '렌비마'의 등재가 내년부터 되니 가능한 한 빨리 등재가 되었으면 좋겠다고도 덧붙였다.


또한 말기 간암 2차 치료제인 '스티바가'를 언급했고, 1차 치료제로 '렌비마'를 쓸 경우 2차 치료제로 '스티바가'를 사용할 수 없다고 말하며, '넥사바'와 '스티바가'는 같은 회사이기 때문에 임상시험을 통해 사용할 수 있는데 '렌비마'는 약물스위칭에 대한 임상시험이 안 돼 있어서 사용할 수 없다고 말하며, 이에 대한 시험을 대학병원이 할 것도 아니고 국가적으로 지원할 수 있는 방안이 없냐고 반문했다.


이에 김승택 심평원장은 약제에 대해 공부하고 나름대로 좋은 방법이 있는지 찾아 보겠다고 답변을 하며 해당 질의를 마무리했다.


항암 치료제에 대한 환자들의 치료접근성을 확대해야 한다는 신동근 의원의 취지는 십분 알겠다. 하지만 대상 환자들은 말 그대로 말기 간암 환자들이다. 생사의 갈림길에 놓인 환자에 잘못된 정보는 큰 혼란을 불러온다.


'렌비마'가 말기 간암 1차 치료에 10년 만에 등장한 반가운 치료옵션이긴 하지만, '넥사바' 대비 치료효과의 우월성이나 부작용의 감소를 입증한 약제는 아니다. 개선된 무진행생존률과 객관적반응률로 '넥사바' 대비 개선된 치료효과를 기대하고는 있지만 전체생존율의 개선은 입증하지 못했다.


부작용 역시 마찬가지다. '넥사바'의 대표적 부작용인 수족증후군에서는 '렌비마'가 발생률이 적지만, 고혈압에 있어서는 '렌비마'가 '넥사바' 대비 발생률이 높다. 부작용의 종류가 다를 뿐이지, '렌비마'가 '넥사바' 대비 부작용이 '훨씬 적다'는 표현은 적절치 못한 것이다.


이렇게 기존 치료제 대비 우월성을 입증한 약물도 아닌 비열등성을 입증한 약물에 대해, 치료 실패 후 2차 치료제 사용 근거를 마련하기 위한 임상에 국가적인 지원이 있어야 한다는 신동근 의원의 주장은 '어불성설'이다.


기본적으로 치료제의 사용 확대를 위한 근거 확립은 해당 제약사의 몫이지, 우리 정부의 몫이 아니다. 신동근 의원의 발언은 간암 말기 환자에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는 소지가 다분하다.


환자 입장에서는 '훨씬' 좋은 약제가 존재하는데도 정부의 규제와 지원 미흡으로 인해 사용할 수 없는 상황으로 오인하기 쉽기 때문이다.


그 옛날 '글리벡'의 등장처럼 애초에 치료효과의 혁신적인 개선이 예견된 약물이라면, 국가적인 차원에서 하루빨리 환자에 접근할 수 있도록 지원책을 강구하는 게 맞다. 하지만 이미 기존 치료제가 존재하고 이에 대비해 비열등성만을 입증한 약물에 대해 치료 실패 시 2차 치료 대안까지 국가가 마련해줘야 한다면, 대체 국가의 책임은 어디까지인가?


'렌비마'의 빠른 급여 등재는 환영할 만한 일이다. 환자도, 의료진도 치료옵션의 선택지가 존재한다는 것만으로도 치료환경은 크게 개선될 것이다. 그러나 '렌비마' 치료 실패 후 2차 치료제에 대한 근거 마련은 해당 제약사의 몫이다.


이미 '렌비마'의 사용이 가장 일찍 시작된 일본에서는 2차 치료제 또한 모든 약제에서 권고하고 있으며, 약제 스위칭에 대한 근거들이 하나둘 쌓여가고 있다. 이렇게 일본에서 마련된 임상적 근거를 활용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 등 정 급하다면 정부가 취할 수 있는 방안은 존재한다.


'근거에 기반한' 치료 패러다임이 점차 확대되고 있는 만큼, 정부는 '근거'를 무시하지 않으면서도 환자접근성을 개선할 수 있는 규제 개선 방안을 모색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