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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연봉 높지만…의심되는 입원전담전문의 미래

입원전담전문의(호스피탈리스트)는 입원환자 대상으로 입원부터 퇴원까지 환자 진료를 책임지는 전문의이다. 보건복지부는 2016년 9월 동 제도의 시범사업을 실시하여 시범사업 기간 연장, 참여 대상 확대, 전공의 정원 추가 배정 등 본 사업 전환을 위한 장치를 마련하고 있다. 

지난해 11월 열린 대한외과학회 추계학술대회에서 이우용 기획위원장은 "미국에서는 입원전담전문의의 연봉이 가장 높으며, 의사로서 인정받고 존경받는다."라면서, "삶의 질도 높다. 어느 한 입원전담전문의는 '저녁이 있는 삶이 있다는 것을 알았고, 즐기고 있다'고 언급했다. 언제까지 24시간 풀로 대기하고 저셀러리로 어디까지 커버할 수 있느냐."고 말했다.

실제 국내 입원전담전문의의 연봉은 1억 5천만 원에 달한다. 여기에 워라벨까지 보장된다고 하니 만성 과로를 호소하는 의사들에게는 충분히 솔깃한 제안이 될 수 있다. 채용 공고에 앞다투어 신청자가 몰리지 않는 게 오히려 이상할 정도이다.

그러나 입원전담전문의의 전망은 밝지 않다. 입원전담전문의로 전환한 의사들은 입원전담전문의를 꺼리는 가장 큰 이유를 병원에서의 불확실한 위치라고 입을 모았다. 전공의 대다수는 전문의 · 펠로우를 거쳐 교수로 승진하는 절차를 밟고 싶어 하는데, 입원전담전문의는 이러한 과정과는 다소 거리가 멀다는 게 중론이다. 집도의나 동료 의사, 교수와의 관계가 모호하다는 것도 결점으로 지적됐다.

대한전공의협의회 이승우 부회장은 "의사들은 엄청나게 많은 연봉을 원하는 게 아니다. 자기 전문성을 살려서 환자를 진료해 마땅한 대가를 받길 원한다."며, "입원전담전문의는 새로운 직역이다 보니 병원 내 위치가 불확실하다. 또, 교수 · 입원전담전문의 · 전공의 간 구도가 발생해 커뮤니케이션 문제에 봉착하게 된다."라고 말했다. 또한, "국내에는 다양한 모델이 없고, 아직 정착도 안 됐다."고 지적했다.

연세암병원 외과 입원전담전문의 병동에서 외과 호스피탈리스트로 근무 중인 정은주 교수는 "우리가 뭘 하는 사람인지 많은 이들이 물어본다."면서, "입원전담전문의는 우리가 여태껏 경험하지 못한 직종이기 때문에 많은 이들이 당황해한다. 많은 이들이 동 제도가 전공의를 대체하는 취지로 도입된 게 아니냐는 의문을 갖는다."라고 했다.

그런데도 병원 내 입원 · 진료환경 정상화를 위한 동 제도 도입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부정할 수 없다. 기존 전공의 몫이었던 입원환자를 전문의가 돌봄으로써 진료서비스 질 상승으로 입원환자 평균 재원일수가 감소해 결과적으로는 의료비가 감소하는 효과가 나타났으며, 전공의 수련 질도 향상됐다. 

충북대병원 내과 정유숙 입원전담전문의는 "내과 및 혈액종양내과의 지원으로 연구 활동을 하고 있어 전문가로 성장하기 위한 자극을 받고 있다."며, 전문성을 살릴 수 있는 연구를 지속할 수 있다는 점을 장점으로 꼽았다.

분당서울대병원 연구에서는 동 제도 시행으로 입원 환자의 평균 재원 일수가 감소했고, 응급실 대기 시간도 10시간 미만으로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무엇보다도 가장 중요한 건 환자 안전이다. 고통을 호소하는 입원환자는 담당 의사를 신속히 만나서 진료를 더욱 빠르게 받을 수 있고, 의사가 병동에 상주하기 때문에 접촉 시간이 증가하여 환자 만족도가 높아진다. 

물론 앞에서 언급한 여러 장점에도 불구하고 이 제도는 누구든 겪어보지 못한 길이어서 정착이 다소 지연될 수 있다. 그럴 때는 용기 있게 호스피탈리스트를 선택한 선각자들을 기억하자. 1백 명도 채 되지 않은 적은 수지만 이들로 인해 의료계는 미약하게나마 발전하고 있다. 닫힌 문을 오랫동안 살펴 열린 문을 보지 못하는 우는 이제는 없었으면 하는 바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