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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신약개발로 이어질 수 있는 중개연구 활발히 진행돼야”

지동현 , “신약개발로 이어질 수 있는 임상시험 인력 절실해”

미국에서 운영하는 임상정보 데이터베이스 clinical.gov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지난해 기준 임상시험 순위(건수 기준)는 세계 6위다. 메디포뉴스는 14일 지동현 한국임상시험산업본부 이사장을 만나, 우리나라 임상시험 현황, 향후 나아가야 할 방향부터 임상시험이 신약개발로 이뤄질 수 있는 내용까지 들어봤다. 




-임상시험 세계 6위가 어떤 의미를 가지는가?   

우리나라와 함께 10위권 국가들의 면면을 살펴보면 알겠지만, 결국 10위 안에 명시된 국가들을 보면 모두 신약개발을 하고 있는 것이 공통점이다. 2004년 기준 24위에 머물러 있던 우리나라가 6위까지 올라섰던 것은 기존의 제네릭 개발 위주의 국가에서 신약개발 국가로 체질개선을 해 나가는 과도기에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구체적으로 우리나라 임상시험 현황에 대해 진단해 달라. 

상(Phase) 별로 살펴보면, 임상 1~3상까지의 구조를 살펴보면 알 수 있다. 미국은 1상-2상-3상의 비율이 37-39-24인 반면 우리나라는 33-17-50의 비율이다. 즉, 미국은 1,2상 임상시험이 비율이 높아 (임상시험) 기반구조가 튼튼한 편이고, 우리나라는 기반구조가 약한 편이다. 우리나라에서 3상 임상시험 비율이 높은 이유는 다국적임상시험이 많이 수행되기 때문이다. 결국 다국적임상시험을 제외해 놓고 본다면, 우리나라 임상시험 수준은 1상에 머물러 있는 수준이다. 

-우리나라에서 다국적임상시험이 증가되고 있다는 것을 볼 수 있는 특정 지표가 있나? 

식약처에 통계에 따르면, 2016년에서 2017년까지 우리나라에서 진행된 다국적임상시험은 약 19.4% 증가했다. 이 중에서 3상 다국적임상시험은 30%가량 증가했다. 세계에서 우리나라 임상시험 품질에 대한 인식이 좋아지고 있다고 분석할 수 있다. 

-세계적인 임상시험 흐름도 진단해 달라. 

전반적으로 다국가임상시험이 증가하고 있다. 임상시험 숫자 자체가 예전처럼 증가 추세를 보이진 않는다. 임상시험에 워낙 비용이 많이 들고, 3상은 늘고 있으나 전체인 임상 건수가 명확하게 늘고 있진 않다. 오히려 전체 임상시험 건수는 clinical.gov 기준으로 감소했다. 

신약 파이프라인은 증가하고 있으나, 파이프라인 증가에 비해 임상시험 숫자가 늘어나지 않고 있다. 그 이유는 예전엔 1상, 2상, 3상 순차적으로 임상이 이뤄졌으나, 현재는 1상과 2상, 2상과 3상을 묶어서 진행하기도 하고, 임상 1상도 여러 개 진행했던 것을 유연하게 디자인해 (임상 건수를) 줄이려는 노력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임상 시험 자체가 줄었다기 보다 프로토콜 자체가 변하면서 건수가 줄었다. 하지만 건수와 다르게 임상 규모는 점점 커지고 있다.  

-여러 기고문 등을 통해 기초의학 연구 패러다임의 변화를 꾸준히 주장해 오셨다. 이에 대한 구체적으로 답변해 달라. 

이젠 기초연구를 기반으로 실질적인 신약개발에 이어질 수 있어야 한다. 그 동안 기초의학에 대한 정부 차원의 지원이 있었다. 이젠 성과물이 나와야 할 시점이라고 본다. 물론 이런 고민은 비단 우리나라만의 고민이 아니다. 미국, 영국 등에서도 해왔던 고민이다.  

정부, 기업, 연구자(임상의, 신약개발 연구원 등) 등 각 주체 별로 노력이 필요하다. 정부는 기초연구가 신약개발 등으로 응용될 수 있게 연계해 주는 일종의 이니셔티브를 구성할 필요가 있다. 일례로 영국의 UKCRC처럼 직원, 시설, 기술을 포함한 모든 임상연구를 지원할 수 있는 인프라가 마련이 정부가 해야 할 역할이라고 생각한다. 현재 각 연구자들이 임상 디자인, 통계 모니터링, 데이터 관리 등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해 줄 수 있는 인프라 구축이 시급하다. 

임상시험이 활발히 이뤄지는 우리나라 대학병원에서는 연구자 주도 임상시험이 많이 진행되고 있다. 대부분 적응증 확대, 병용요법에 대한 연구가 주를 이루고 있고, 신약 후보물질에 대한 연구는 거의 이뤄지고 있지 못 하고 있다. 여러 요인이 있겠지만, 병원에서 신약 후보물질에 임상을 진행할 동인이 없다. 

일본의 경우 연구자 임상자료를 신약을 허가자료로 활용할 수 있다. 우리나라도 병원의 연구자 임상시험이 신약개발 연구에 활발히 이용될 수 있도록 참고할 만한 사례다.  

-신약개발에서 항상 언급되는 내용이 R&D 생산성이다. 임상시험 단계에서 R&D 생산성을 높이는 방식은 어떤 것이 있나?

신약 후보물질의 효능(efficacy)을 측정할 수 있는 바이오마커 발굴과 신약개발 전 주기를 빠르게 진행 할 수 있는 효율적인 임상시험 디자인이 이뤄져야 한다. 

이를 위해선 임상시험을 진행하는 의사들에 대한 교육과 훈련에 대한 지원이 필요하다. 신약개발은 단순히 좋은 신약후보 물질을 찾아내는 것이 아니다. 약을 처방하는 임상의, 복용하는 환자의 수요를 예측할 수 있어야 하고, 임상 디자인에 필요한 통계, 데이터 관리 능력을 갖춘 전문인력이 필요하다.현재 우리나라에는 이러한 인력이 전무한 실정이다. 

-우리나라 임상정보 공유현황은 어떤가? 지난달 한국임상시험포털(K-CLIC)도 오픈 했는데, 그간의 성과는 어떤가?

WHO에서 각 국의 임상시험 primary registry(데이터베이스)로 등록한 곳이 있다. 미국에는 clinicaltrial.gov가 있고, 우리나라에는 질병관리본부가 운영하는 CRIS가 이에 해당한다. 미국에서는 현재 의무적으로 임상시험 정보를 올리게 법으로 규제하고 있으나, 우리나라는 의무사항이 아니기 때문에 보건복지부에서 지원한 임상시험만 올라오고 있는 실정이다. 

결국 우리나라 기업 역시 clinical.gov에 임상시험 정보를 올리는 것이 우선이기 때문에 이중으로 작업해 굳이 CRIS에까지 임상시험 정보를 올릴 동인이 없다. 향후 우리나라에서도 미국처럼 강제적으로 법으로 규제해 임상시험 정보를 올린다 할지라도 clinicaltrial.gov와의 호환성도 고려해야 할 것이다. 

K-CLIC은 아직 우리나라 임상시험 정보 공유가 제대로 이뤄지고 있진 않지만, CRIS, clinicaltrial.gov, 식약처 임상자료 등을 한 곳에 모은 플랫폼이라고 보면 된다. 

향후 우리나라 임상시험 정보 공유도 clinicaltrial.gov 수준으로 이뤄질 수 있도록 법률 제정, 인프라 구축 등 다양한 노력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