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명대 동산병원(병원장 송광순)이 건강한 사람의 대변을 이용해 장염을 치료하는 ‘대변 세균총 이식술(이하 대변 이식술)’을 활발하게 시행 중이다.
25일 계명대 동산병원에 따르면 대변 이식술은 건강한 사람의 대변 속 미생물을 내시경이나 관장을 통해 환자의 장 속에 투입, 장내 미생물 균형을 맞추는 치료법이다. 치료효과는 물론 질환 재발률이 낮아 유럽과 미국 등에서는 이미 활발히 시행되고 있다.
동산병원은 2017년부터 감염성 질환인 ‘클로스트리디움 디피실 장염’ 환자들에게 대변 이식술을 시행 중이며 치료 후 성적도 매우 좋다. 대변 이식 전담 교수가 환자의 자세한 병력청취와 진찰을 한 뒤, 혈액 및 대변검사를 통해 환자에게 적합한 건강한 기증자를 선별한다. 기증자의 대변을 특수처리하여 환자에게 주입하는데, 주로 대장내시경으로 이식이 이루어진다.
클로스트리디움 디피실 장염은 항생제로 인해 생기는 설사병으로, 항생제가 장내 미생물의 불균형 상태를 유발하여 클로스티리디움 디피실 균이 장염을 유발시킨다. 최근 국내에서도 노년인구가 늘고, 항생제 사용이 증가함에 따라 클로스트리디움 디피실 장염의 발생률이 해마다 높아지고 있다. 악화되면 장 마비, 독성 거대결장, 장 천공, 쇼크 등으로 인해 사망에도 이를 수 있으며, 초기 치료 후에도 35%의 재발률을 보인다.
대변 이식술은 기존의 표준 치료법과는 달리 항생제 내성 발생 등의 부작용이 없다는 점 등에서 안전성을 인정받았고, 클로스트리디움 디피실 장염의 치료에 90% 이상 효과를 보이고 있다. 그러나 아직 건강보험 적용이 되지 않는 신의료기술로, 환자 본인 부담금이 높은 편이다.
소화기내과 이유진 교수는 “최근 장내 미생물에 대한 관심이 크게 높아지면서, 대변 이식술이 다양한 질병의 치료 및 예방법으로 활용 가능성이 제시되고 많은 연구들이 진행되고 있다. 아직은 클로스트리디움 디피실 장염의 치료에만 쓰이지만 향후 염증성 장질환이나 과민성 장증후군 환자에게도 적용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또 “대변 이식에서 전문가의 충분한 상담과 철저한 선별검사가 이루어진다면, 대변 공여자에 의한 감염 위험성을 예방하고, 치료효과를 높일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