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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세쿠키누맙’ 등장, 강직척추염 근본 치료에 더욱 가까워져

서울의대 이은영 교수, “생물학적 제제, 질환 외 의료비 절감 효과 보여”

척추에 염증이 발생하고, 점차적으로 척추 마디가 굳어지는 만성 척추관절병의 일종인 ‘강직척추염’. 국내 강직척추염 환자의 유병률은 약 0.5%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희귀난치질환인 만큼 질환에 대한 일반인들의 인식도는 낮으며, 질환이 미치는 사회적인 영향에 대해서는 잘 알려져 있지 않다.


최근 국내에도 이 질환이 환자에게 미치는 장기적인 영향과 사회적 부담을 정량화하고, 한국인 강직척추염 환자에서의 동반 질환, 장애 및 의료비용과 관련된 요인들을 연구한 논문이 발표됐다.


2003년부터 2013년까지 건강보험 데이터를 통해 강직척추염 환자 1,111명과 연령, 성별, 수입, 지역 등을 매칭해 보정한 대조군 5,555명의 자료를 분석한 결과, 국내 강직성 척추염 환자의 28%는 포도막염, 건선 등의 관절 외 증상(extra-articular manifestations; EAMs)을 겪고 있으며, 이러한 동반질환이 환자의 장애 발생에 영향을 주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동반질환 외에도 성별(남성)이나 진단 시기 등이 강직척추염 환자의 장애 발생에 영향을 끼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메디포뉴스는 지난 2월 해당 논문을 발표한 서울의대 이은영 교수를 만나 강직척추염에 관한 자세한 설명과 진단과 치료 패러다임의 변화 등에 대해 들어봤다.


이은영 교수는 현재 서울대학교병원 류마티스내과에 재직 중이며, 주요 진료 분야는 강직척추염과 류마티스 관절염 등으로 대한류마티스학회 국제위원과 홍보위원을 역임한 바 있으며, 현재는 총무위원을 맡고 있다.


강직척추염, 사회활동 가장 왕성한 45세 이하 남성에서 주로 발병


이은영 교수는 “강직척추염은 소수의 HLA-B27 유전자를 가진 사람에게서 부분적으로 발생하는 희귀난치질환”이며, “HLA-B27라는 유전적 요인에 바이러스 감염 등과 같은 환경적 요인이 결합해 생기는 것으로 추측되지만, 현재까지 원인이 밝혀지지 않았다”고 운을 뗐다.
 
이 교수의 설명에 따르면, 강직척추염은 발병 연령이 만 45세 이하로, 남성에서 많이 발생한다고 알려졌다. 강직척추염 환자들은 가장 활동이 왕성할 시기에 강직 증상으로 인해 일상생활이나 사회생활에 지장을 받게 되는 것이다.


이은영 교수는 “강직척추염은 조조강직 증상 심하며, 뼈와 뼈를 잇는 인대나 부착부에 염증이 생기기 때문에 환자들은 관절의 움직임에 큰 불편함을 느끼게 된다”고 설명했다. 아침에 일어나서는 움직이기가 힘들고, 한참을 움직인 후에야 관절의 움직임이 완화되는 형태로, 일상생활에 상당한 불편함을 초래하게 된다.


강직척추염, 디스크 등 타 질환으로 오인돼 치료시기 놓치기 쉬워


이은영 교수는 "정확한 진단과 치료가 중요한 강직척추염은 실상 환자가 다른 질환으로 오인해 치료시기를 놓치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했다. 허리통증이나 골반통증이 수반되며 환자의 대부분이 디스크나 협착증으로 오인해 전혀 다른 치료를 받다가 치료시기를 놓치는 경우 많다는 것이다.


이 교수는 “빠른 경우는 허리통증 발생 후 1~2년 내 진단 받는 환자도 있지만, 실제 10년이 경과한 후 진단을 받는 환자도 있다”고 말하며, “처음부터 강직이 오는 환자의 경우는 X-ray 상으로 확연하게 구분이 되어 그나마 조기 진단이 가능하지만, 척추관절염에서 강직척추염으로 넘어가는 단계의 환자들은 판단에 어려움이 있다”고 부언했다.


천장관절에 X-ray 상으로 구분이 가야 하는데, 사실상 X-ray로 구분이 된다는 건 어느 정도 질병이 진행한 상태이며, 이미 염증성 통증이 한참 지속된 상태를 의미한다는 것이다.


이 교수는 “최근에는 보다 빠른 진단을 위해 MRI를 동원하거나 여러 진단 기준을 통해 조기 진단을 유도하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고 전했다.


또한 이 교수는 최근 강직척추염 진단률이 높아진 이유에 대해 “과거에는 이 질환에 대한 인식이 낮아 화자들이 강직의 진행을 막는 치료법이 없다고 생각했지만, 생물학적 제제의 개발 등 치료법이 발전하면서 잘 관리만 하면 별 문제없이 일상생활을 지속할 수 있다는 인식이 높아졌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생물학적 제제의 등장, 강직척추염 치료 외 의료비 감소에 기여


이은영 교수는 앞서 언급된 논문을 통해 생물학적 제제가 환자의 강직척추염 치료비용 외의 의료비를 감소시키며, 업무 생산성과 같은 사회간접비용도 줄일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생물학적 제제로 치료를 받은 환자가 그렇지 않은 환자에 비해 강직척추염 치료로 인한 의료비는 높지만, 그 외 의료비는 적게 발생한다는 것이다.


2016년 업데이트된 ASAS-EULAR 강직척추염 관리 지침에 따르면, 생물학적 제제는 비 스테로이드 항염제 다음으로 2차 치료에 권고되고 있다.


이은영 교수는 “생물학제 제제들은 기존 소염제 대비 탁월한 항염 효과를 입증했다”고 강조했다. 염증을 확실히 조절하는 것만으로도 얻을 수 있는 2차 효과들은 많다.


이은영 교수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강직척추염 환자의 28%는 관절 외 질환을 동반하고 있으며, 20%는 포도막염, 7%는 건선, 그리고 4%는 염증성장질환을 동반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그림). 또한 강직척추염 환자들은 일반인에 비해 고혈압 등 만성질환의 빈도도 높게 나타난다는 게 이 교수의 설명이다.



이은영 교수는 “체내에 만성적인 염증 반응이 오래 지속될수록 혈관질환 위험을 높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고 덧붙였다. 생물학적 제제로 조기에 염증을 가라앉히는 것만으로도 동반질환의 2차 합병증 예방 효과를 볼 수 있는 것이다.


하지만 이은영 교수는 “강직척추염 치료에서 가장 핵심은 강직의 예방”이라고 강조했다.


기존 생물학제 제제들은 염증을 가라앉히는 효과면에서는 확실하게 입증됐지만, X-ray 상으로 강직의 진행을 역전했느냐에 대해서는 아직 입증되지 않은 상황.


이 교수는 “중요한 사실은 염증이 생긴 바로 그 자리에서 강직이 시작된다는 것이며, 따라서 염증을 잘 조절하면 강직을 예방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염증에는 악화와 완화의 기복이 있는데, 그 기복의 차가 심해질수록 질환은 진행하며, 이러한 기복을 줄이는 게 치료의 목표인 것이다. 이 교수는 "이러한 굴곡을 조절하는 데 기존 소염제도 효과가 있기는 했지만, 생물학적 제제가 등장하며 큰 역할을 하게 됐다”고 강조했다.


‘세쿠키누맙’의 등장, 근본 치료에 가까워지다


현재 강직척추염 치료약제 중 생물학적 제제로는 'TNF 저해제'와 '인터루킨(IL)-17 억제제'가 있다.


‘세쿠키누맙’이란 최초의 IL-17 억제제가 등장하기 전까지, TNF 저해제에 치료반응이 나타나지 않으면 더 이상의 치료옵션은 없었던 셈이다. 

 

ASAS-EULAR 강직척추염 관리 지침에 따르면 2차 치료에 언급된 생물학적 제제로서 TNF 저해제를 우선적으로 권고하고 있지만, 전문가들은 IL-17 억제제의 등장 시기와 그간 축적된 TNF 저해제의 근거 데이터의 영향일 뿐 머지않아 TNF 저해제와 IL-17 억제제가 동일선상에 놓일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이은영 교수는 “TNF 저해제가 류마티스관절염 등 다양한 염증성 질환에 두루두루 쓰이는 제제이긴 하지만, 강직의 진행을 막을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해서는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TNF는 모든 염증성 질환에서 수치가 올라가 있는 물질이지만, 강직척추염 환자에서 TNF는 정확도가 떨어진다는 것이다.


이 교수는 “반면, IL-17은 강직척추염의 근본적인 부착부염(enthesitis)의 발생과 유지에 중요한 역할을 하며, 실제 강직척추염 환자에서 조직검사 통해 IL-17 발현률이 올라가 있는 것을 확인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때문에 강직척추염에 있어서는 TNF보다 IL-17이 근본적인 치료 기전에 더 가까울 것이란 가설을 시작으로 ‘세쿠키누맙’이 개발됐다”고 설명했다.


이은영 교수는 “두 가지 약제를 ‘Head-to-Head’로 비교한 연구는 없지만, TNF 저해제의 6~7년차 치료결과보다 ‘세쿠키누맙’의 2~4년차 방사선학적 척추 변형 억제 효과가 더욱 인상적인 것으로 나타났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다만 IL-17 억제제가 뒤늦게 개발되어 아직 충분한 데이터가 축적되지 않아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부언하며, “현재 글로벌 환자 800여 명을 대상으로 TNF 저해제와 IL-17 억제제를 ‘Head-to-Head’로 비교하는 연구가 시작단계에 있으며, 4년 후쯤 결과가 발표될 것으로 보여 그 결과에 주목하고 있다”고 기대감을 내비쳤다.


마지막으로 이은영 교수는 “세쿠키누맙은 TNF보다 체내 비중이 훨씬 적은 IL-17을 선택적으로 억제함으로써 작용하는 데 다소 시간이 걸리지만, 좀 더 만성적인 치료를 목표로 하여 부착부의 염증 조절을 통해 궁극적으로 그 부위 뼈가 자라나는 걸 예방하는 효과를 기대한다”고 말하며, “때문에 염증 질환에 흔히 쓰는 TNF 저해제보다는 단시간 내 항염 효과는 적을 지 모르지만 부작용 면에서는 더 유리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