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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인공지능 신약개발을 위해 정부가 해야 할 일

신약개발에 인공지능 기술을 활용하겠다는 움직임이 활발하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올해 2월 ‘인공지능과 빅데이터를 결합한 신약개발 플랫폼’을 구축하겠다고 사업공고를 냈다. 보건복지부는 지난달 2018년도 제약산업 육성ㆍ지원 시행계획(안)’을 통해 인공지능을 활용한 신약 생태계를 조성하겠다고 밝혔다. 한국제약바이오협회 역시 지난달 인공지능신약개발지원센터 추진단을 꾸렸다. 

알파고로 인해 대중적 관심을 한 몸에 받던 인공지능 기술이 이제 제약산업으로 들어왔다. 신약개발 기간은 10년이 넘게 걸리는 경우가 부지기수이기 때문에, 인공지능 기술을 이용해 신약개발 기간을 단축하려는 노력 자체를 비판하는 전문가는 거의 없다. 

문제는 각 부처와 기관이 내놓은 인공지능 신약개발 사업내용이다. 

인공지능과 빅데이터를 활용한 플랫폼 구축부터 살펴보면, 과연 이 사업의 주체가 누가 될 지와 플랫폼 구축 이후의 상황을 예측할 수 없다. 과기정통부는 일단 자신들은 플랫폼 구축 사업을 지원할 뿐이라고 전했다. 이러한 플랫폼 구축 사업과 관련해 한 교수는 “국책연구 과제의 사업 대상자로 ‘학교’가 선정될 경우, 플랫폼이 구축된 뒤 관리가 안 될 가능성이 크다”고 우려의 목소리를 내기도 했다. 

보건복지부가 인공지능 신약개발 생태계 조성을 위해 내 놓은 사업 중 현실성이 다소 떨어지는 사업은 ‘국ㆍ내외 제약산업의 신약 R&D 실패경험 공유 및 정보 축적을 위한 플랫폼 구축’이다. 사기업이 자신들이 연구비로 진행한 연구결과를 왜 공개해야 하는지 근본적인 물음이 뒤따른다. 실패경험 데이터는 신약개발로 곧바로 이어지지 않았지만, 그 자료는 그 자체로 가치를 지닌다. 제약사 입장에서 아무런 대가없이 공개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한국제약바이오협회의 인공지능신약개발센터 추진단도 이렇다 할 움직임이 없다. 지난 달 추진단 출범식을 가진 뒤로 이렇다 할 활동내용을 발표하지 않고 있다. 현실적으로 예산이 마련이 되지 않아, 사업 진행여부가 불투명한 상태다. 일각에서는 해외 인공지능 신약개발 솔루션을 사용하는 경험 축적에만 머무를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그렇다면 인공지능 신약개발을 위해 정부는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가? 얼마 전 한 교수에게서 들은 말을 통해 답변을 대신한다. 

교수는 의료 빅데이터와 관련해 정부의 역할을 묻자 “정부는 시장을 마련해 놓고 기업이나 학계가 뛰어 놀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해 놓으면 된다. 빅데이터로 돌아오면, 정부는 공공 데이터를 공개해 활용할 수 있게만 해주면 된다”고 답했다. 

인공지능으로 다시 돌아와서 생각해도 답은 같다. 정부는 인공지능을 활용할 수 있는 공공데이터만 제대로 활용될 수 있도록 공개하고, 가공해 주면 된다. 

사적 재산인 제약사의 실패 연구 데이터를 공개하라고 할 것 아니라, 국책 연구로 수행된 수 많은 연구결과라도 제대로 가공해서 공개하면 된다. 보건의료 종사자 및 연구자들이 건강보험심사평가원과 국민건강보험공단 데이터만 연구에 잘 활용할 수 있도록 토대를 만들어주는 것이야 말로 정부가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