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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3주기 인증제…병원 떠나는 간호사

의료기관평가인증제는 의료기관이 자체 평가를 통해 인증을 획득하는 방식으로, 환자 안전과 의료서비스 질 향상을 목표로 2011년 1월 24일 본격 시행돼 어느덧 3주기를 앞두고 있다.

환자 안전을 골자로 하는 평가 인증의 취지 · 방향성은 누구나 공감하며, 필요성도 느낀다. 시행 초기에는 의료기관의 자율적 · 지속적인 의료 질 향상 유도로, 환자 안전을 보장하는 의료 시스템이 마련될 것으로 기대가 모였다.

그러나 현시점의 인증제는  보여주기식 인증, 눈속임 인증,  반짝 평가, 외우기식 평가  등 오명 · 비난을 면치 못하고 있다.

인증 기간에 의료기관은 서류 준비를 시작으로 청소 · 암기 등의 외형적인 일에 시간을 많이 쏟으며, 인증 기간이 끝나면 기존 방식으로 원상 복귀돼 결과적으로 제도의 실효성이 없다.

지난 6일 국회 토론회에서 국립대병원 A 간호사는 "인증 시 외래 간호사에게 병동에서 났을 법한 진정, 약물, 검사 내용을 달달 외우라고 강요한다. 암기력 테스트를 하는 것 같다."라면서, "대다수 의사가 인증 내용에 대해 잘 알지도 못하고 관심도 없기 때문에 간호사들이 일일이 따라다니면서 내용을 알려줘야 한다. 의사가 빠뜨린 서류 업무도 전부 간호사가 한다. 의사들을 졸졸 따라다니면서 내용을 채워달라고 부탁하면, 의사들은 선심 쓰듯이 내용을 채운다."라고 증언했다.

또한, "인증 기간에는 입원 환자 · 수술 · 검사 건수를 줄이고, 심지어 감염 환자도 받지 않으며, 인증 기간이 끝나면 기존 방식으로 원상 복귀된다. 보여주기식이 너무 많다. 인증 기간에는 휠체어를 창고에 숨겨놓고, 병동에 약물이 하나도 없게끔 한다. 선입 · 선출 사용 규칙을 지키기 위해 유효기간 3년인 물품을 일정 공간에 비치 시 매일 소비해서 비치량이 1~2주 이내 소모돼도 다시 오는 물품을 하루라도 빠른 것으로 위치를 재정렬하는 행위를 반복한다."라고 말했다.

조별과제에서 무임승차로 학점을 얻어냈던 대학 동기 일화가 있는데, 여기서는 대학교가 병원, 동기가 의사, 교수님이 인증원이라는 것만 바뀌었다. 이에 더해 장학사라는 귀하신 분 온다고 교과서를 덮고 애먼 신발 각을 맞췄던 유년시절도 떠오른다. 시대가 발전해도 나아진 것 없이 오히려 퇴보한 느낌만 든다.

사립대병원 B 간호사는 "인증 기간에는 주 7일 근무로 새벽 6시에 출근하고 퇴근은 밤 10시에 한다고 했다. 매일 16시간씩 일주일 기준 총 112시간을 일하는데, 병원은 오버타임 수당을 주지 않는다."면서, "인증 기간에는 식당을 못 가기 때문에 밥을 못 먹는다. 새벽에 나와서 밤까지 주 5일 내내 밥을 먹지 못한다."고 하소연했다. 그야말로 간호사만 죽어나는 인증인 셈이다.

이대목동병원 신생아 사망 사건, 메르스 사태, 장성 요양병원 화재 참사 등 환자안전사고는 연일 발생하고 있다. 인증제 시행으로 한 가지 깨달은 게 있다면 간호사를 갈아서 인증을 받았다 한들 의료기관은 여전히 사고에서 안전하지 않다는 것이다.

울산의대 예방의학과 이상일 교수는 "부정한 방법으로 인증 또는 조건부인증을 받은 경우 인증을 취소할 수 있는데, 이에 해당할 경우 전부 인증을 취소해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이 교수의 말에 간호사들은 "그럼 모든 기관 인증이 다 취소된다."라고 하나같이 입을 모았다.

결국, 어떠한 형태의 인증제든 결국 간호사 몫으로 돌아간다면 인증 취소, 기준 강화 등 모든 방안은 쓸모없다. 인증제 전담 근무자로 지정된 간호사는 간호 본연의 업무가 아닌 인증제 업무로 평소보다 배로 일한다. 당장 간호사 한 명이 급한 의료 현장인데, 아이러니하게도 귀하신 몸은 의료진이나 환자가 아닌 인증제가 돼버렸다.

탁상행정이라는 고리타분한 말이 있다. 3주기도 여느 때처럼 주먹구구식으로 시행할 게 아니라면 답은 탁상이 아니라 실제 의료 현장에서 찾아야 한다. 인증멤버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고, 인증제가 태움보다 무섭다는 증언에 공감해야 한다. 인증원과 복지부는 인증 기간 온종일 굶으며 밤새워 일했다는 간호사 증언을 외면 말고, 의사 · 간호사가 본래 의무인 치료에 전념할 수 있는 인증제를 구상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