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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한의협 최혁용 회장 "의협 최대집 당선인은 국민 권리 생각해야"

의료일원화 이뤄낼 것, 최소 일차의료 영역에서 통합의사 만들어져야

"대한의사협회(이하 의협) 최대집 회장 당선인은 자기 권리만을 주장할 게 아니라 국민 권리를 지켜주기 위해 어떤 역할을 해야 할 지 관심을 둬야 한다."

지난 4일 오후 2시 한의협 회관 5층 대강당에서 개최된 기자간담회에서 대한한의사협회(이하 한의협) 최혁용 회장(이하 최 회장)이 이같이 주장했다.

기자간담회에서 최 회장은 중점 과제로 ▲한의약 보장성 확대(급여화) ▲현대 의료기기 사용 ▲세계의과대학 목록 재등재를 언급했고, 이를 달성하기 위해 ▲의협을 비롯해 각 직역 단체들과의 연대가 필요하며 ▲정부의 보건의료시스템 개혁에 적극적으로 찬성 · 동참할 계획이라고 했다.

중간 목표는 일차의료 통합의사 제도이며, 최종 목표는 의료일원화라고 했다.

한편, 이날 오간 질의응답을 메디포뉴스는 일문일답 형태로 정리했다.



◆ 해외 한의사 면허와 우리나라 면허의 차이는?

중국에는 중의대와 서의대가 있는데, 중의대를 나오면 중의사 면허를 취득하고, 서의대를 나오면 서의사 면허를 취득한다. 2년을 더 배우면 의사든 한의사든 복수면허자인 중서결합의사가 된다. 그런데 중의사든 서의사든 중서결합이든 면허 범위는 같다.

중국 정부가 운영하는 중의과학원이 있는데, 산하에 한방병원인 광안문 병원이 있다. 이 병원에서 한의사들이 가장 많이 하는 치료는 백내장 수술이다. 한의사들 수술은 한의학에서 응용한 메스인 끝이 휜 메스를 사용하기 때문에, 중의수술이라고 한다. 또한, 한약과 양약을 섞은 약을 한약이라고 부른다.

중국에서는 양방이 있는지 없는지가 아니라 한방이 있는지 없는지를 따진다. 수술에 한방 아이디어가 들어가 있으면 한방 수술이라고 하고, 약에 한약이 포함되면 한약이라고 한다.

일본의 경우 의대만 있으며, 한의사 제도가 없다. 그런데 일본 의대에서는 한의학을 가르치며, 의대를 졸업한 의사는 한약을 쓸 수 있고 침도 놓을 수 있다. 세부적으로는 한방의학전문의제도와 한방을 따로 공부하는 의사들만의 학회인 동양의학회도 존재한다. 

즉, 중국은 하나의 면허를 통해 중의사 · 서의사 · 중서결합의사가 될 수 있기 때문에 삼원적 일원화이며, 일본의 경우 한방 · 양방을 한 명의 의사가 다 같이 하는 흡수 · 통합 방식이다.

대만의 경우 우리나라와 유사하게 중의사 · 서의사로 이원화돼 있다. 그런데 대만에서는 중의사의 X-Ray 사용이 합법이다. 또, 중의사가 서의사가 되거나 서의사가 중의사가 되는 과정이 우리나라보다 수월하다. 추가 교육을 받으면 면허를 취득할 수 있다. 중의대를 졸업한 의사가 서의 레지던트로 들어가는 경우가 흔하고, 수련받는 것도 자연스럽다. 비교적 이원화돼있지만, 갈등이 없는 상태이다.

우리나라는 면허가 양분돼 있어서 의사가 침을 쓰면 불법이며, 한약이 양약을 쓰면 불법이다. 진단기기 등 애매한 것에서는 갈등이 지속된다. 한의사와 의사 사이 회색지대 영역은 계속 직역 갈등이 일어날 수밖에 없다. 의사 · 한의사의 공유 영역이 만들어지고 이 영역이 점차 커져야만 갈등이 줄어든다.

◆ 2020년 의료일원화 합의가 가능하다고 보는지?

의협과는 이미 2010년에 합의했고, 2015년에도 한의협, 의협, 복지부 등 5개 단체가 모여서 합의안을 도출했다. 다시 못할 리 없다. 나는 한의사 · 의사 사이에 면허를 통합하자는 외적 압력이 있다고 본다. 그 외적 압력의 ▲첫 번째는 의사 수 부족이다. 우리나라는 인구 천 명당 의사 수가 2.2명이다. OECD 평균은 3.4명이다. 의사 수가 50% 늘어나도 겨우 OECD 평균밖에 안 된다. 실제로 지금도 의사는 편재돼있다. 농어촌에 의사가 부족하고, 특정과는 의사를 구하기 어렵다.  ▲두 번째로 만성병 중심으로 질병이 변하고 있다. 이제는 과거 보건의료시스템으로는 지속할 수 없다.  ▲세 번째로 의사와 한의사 간 지나치게 갈등이 많다. 지금 보건의료 갈등의 약 80%가 의사 · 한의사 간 갈등이다. 이 갈등을 없애려면 면허 통합으로 가야 한다. 회색지대에 있는 어떤 제도를 쌍방간 같이 쓸 수 있다면 국민을 향한 의료서비스 경쟁이 이뤄진다. 

이원화된 체계에서 누구 것인지 경계를 분명히 해서 회색지대에 있는 것들을 두고 싸우는 시스템보다는, 웬만한 것은 같이 쓰게 해서 경쟁을 통해 의료서비스 질을 향상하고, 국민 입장에서는 선택권을 누릴 수 있게 해야 한다. 즉, 특정 직역이 독점하지 않게 해야 한다.

임기 중 결실을 보겠다는 건 아니다. 일원화 합의를 하겠다고 말했다. 내가 이루고자 하는 것은 일원화의 완성이 아니라 일원화 합의다. 변경할 수 없는 합의도 가능하다고 본다. 이미 2010년에 이어 2015년도에도 합의했다. 2020년에도 가능하다.

정부가 더는 직역 간 치열한 갈등과 의사 수 부족 문제를 수수방관하지 않을 것이다. 그러한 정책 연장선에서 의료일원화 논의는 반드시 나올 것이며, 2020년 일원화 합의는 가능할 것이다.

◆ 면허권 침해 논리를 들어 의협이 반대하는 상황에서 어떻게 면허권을 확대할 수 있을지?

면허권이 확대돼 의사 · 한의사의 공동 영역이 넓어지면 갈등이 줄어들고, 국민 선택권은 더 커질 거라고 본다. 

이를 위해서는 정부와 언론이 의사 · 한의사가 싸우는 것을 구경만 해서는 안 된다. 전략적으로 의사 · 한의사가 국민을 위해 복무할 수 있도록 각자의 역할 영역을 확대해야 한다. 공동 영역을 더 많이 만드는 것이 필요하다.

◆ 한약 급여화를 위해서는 표준화 및 안전성 · 효능 입증이 필요하다.

한약 안전성 문제는 우리나라에서만 제기되는 문제이다.

한약을 먹으면 위험하다고 의사들이 주로 주장한다. 그런데 중국, 일본, 대만, 미국에서는 한약에 대한 논란의 소지가 없다. 우리나라 의사들 논리에 따르자면, 이들 나라에서는 표준화도 안 돼 있고, 안전하지 않고, 효능이 불분명한 약들을 국가 재원으로 보험화하고 있다는 결론이 난다.

한약 안전성은 국가가 보증하고 있다. 첩약에 포함되는 각 한약재는 hGMP(Herbal Good Manufacturing Practice, 우수 한약 제조 및 품질 관리 기준)의 인증을 받는다. hGMP는 한약과 같은 천연물의 GMP 제도이다. 각 안전성이 이미 입증돼 있다. 정부가 GMP로 관리하는 것 이상으로 어떻게 안전성을 입증해야 하는지 알 수 없다. 

첩약은 안전성이 입증된 한약재들을 병용 투여하는 것이다. 즉, 약을 조합하는 것이다. 소아과, 내과 등을 가면 처방전을 받는데 처방전에는 5개 내지 10개 정도의 약이 조합돼 있다. 조합된 약들은 약국에 가서 조제한다. 그런데 약국은 GMP 시설이 아니다. 약국에서 조제한 약들은 임상시험을 거쳐서 안전성을 입증하지 않는다. 

각 약이 이미 GMP를 통해 안전성이 입증됐으므로, 약의 조합 · 조제는 별도의 안전성을 입증할 대상이 아니다. 개별 한약재는 안전성이 입증돼 있다. 병용 투여하는 행위까지 별도의 안전성이 필요한 건 아니다. 의사들이 자신들도 하지 않는 일을 한의사들에게 요구하고 있다. 실제 필요한 게 아니라 정치적으로 주장하는 것이다. 

한약제제는 과거 경험을 통해 임상적 효능을 입증한다. 그러므로 임상 3상을 거치지 않고 제제화된 한약도 많다. 이렇게 임상 3상을 거치지 않고 제제화된 약의 효능 · 효과는 대체로 사후입증돼 있다. 그 약들이 이미 특정한 효능 · 효과를 목적으로 사용돼왔기 때문에 제제화됐고, 제제화된 이후에도 동일 목적으로 쓰면서 효능 · 효과가 입증됐다.

즉, 각 한약제제들의 효능 · 효과가 임상 3상 이상으로 입증돼 있다.

◆ 첩약의 경우 임상데이터가 없다.

첩약은 환자마다 다르게 주므로, 임상 3상 데이터가 없다. 임상 3상 데이터를 만들려면 동일 처방을 여러 명에게 줘야 한다. 첩약은 한의사가 경험 · 직관 · 지식에 근거해서 주는 약이다. 첩약을 사용하는 것은 단순히 치료용 물질을 환자에게 투여하는 게 아니라 그 안에서 한의사의 의료행위와 결합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수술용 메스는 안전해야 하지만, 안전한 메스로 훌륭한 맹장 수술을 진행하는 것은 의사의 능력이다. 국가가 맹장 수술까지 표준화해서 임상시험을 해서 패키지로 상품을 만들지 못하는 것처럼, 첩약도 첩약 도구를 안전하게 만들 수는 있지만, 그 도구를 가지고 환자를 치료하는 행위에는 한의사 능력이 개입된다. 이러한 이유로 중국 · 대만에서는 첩약을 보험화하는 것이다.

첩약 보험화는 재료의 보험화와 행위 보험화를 포함한다. 행위의 보험화를 간과하고 임상 3상을 내놓으라는 거다. 첩약은 의료행위의 특성이 있고, 임상 3상을 하지 않은 한약제제들조차도 임상 3상 이상의 데이터들이 포함돼 있다. 그 데이터에는 과거 경험과 약을 만들고 난 이후의 사용례들이 포함된다.

◆ 의협은 한의과를 의과에 편입하는 교육일원화를 주장하고 있다. 

의료일원화에는 크게 ▲일본식 일원화 ▲중국식 일원화 ▲미국식 일원화가 있다.

미국식 일원화는 D.O.(Doctor of Osteopathic Medicine, 정골요법의사) 제도를 채택하고 있다. 정골요법의사를 배출하는 정골의대는 우리나라 한의대와 유사한 대체 의학을 가르치는 곳인데, 여기에서도 양방 교육을 같이한다. 미국의 정골요법의사는 시험에 응시해 MD(Medical Doctor, 의사)가 될 수 있다. 

그런데 하버드 의대를 나온 의사가 정골요법의사가 되려고 하지는 않는다. 그래서 미국식 일원화는 한의사는 의사를 같이하지만, 의사는 의사만 하는 평면적 일원화라고 할 수 있다. 

의협이 주장하는 것은 전문의 제도를 말하는 것이다. 내가 말하는 일원화는 면허 일원화로, 면허통합이다. 전문의 제도는 면허 세부에 포함되는 것이고, 전문의가 무엇이든 면허는 여전히 통합돼있다. 전문의 제도와 관련해 한의사 포함 문제는 일원화 제도와는 논의의 궤가 다르다.

각국의 일원화 중 우리나라에 가장 적합하고 현실성 있는 일원화는 중국식 일원화이다. 이미 우리나라에 한의대 · 의대가 있기 때문에, 한의사 · 의사 면허 범위를 점차 겹치게 만들어 공동영역을 늘리면 점진적 일원화를 달성할 수 있다.

현재 의사 · 한의사는 KCD(Korean standard classification of disease and cause of death, 한국표준질병 사인분류)를 함께 사용한다. 그러면 적어도 KCD 사용에서는 일원화돼있는 것이다. 만일 일차의료 영역에서 통합의사가 만들어지면 일차의료 영역이 일원화돼있는 것이다.

최종적으로 의사 · 한의사 면허 범위가 동일해지면, 중국처럼 100% 의료일원화된 나라가 되는 것이다. 그렇다고 일본식 · 미국식 일원화를 반대하는 건 아니다. 기본적으로 일원화를 찬성하면서 현실성 높고 더 나은 방법으로서 중국식 일원화를 주장하는 것이다.

◆ 첩약 안전성을 입증하는 통계가 있는지?

안전성 입증 대상은 첩약에서는 한약재이며, 한약제제에서는 제제화된 약들이다. 대부분은 약국에서 판매하는 일반의약품과 전문의약품 등에 대해서는 안전성을 의심하지 않을 거다. 왜냐하면, 그 약들은 KGMP(Korean Good Manufacturing Practice, 의약품 제조 및 품질관리기준) 시설에서 만들어졌기 때문이다. 국가가 안전성을 보증해주고 있다.

첩약의 경우 개별 약제들이 hGMP이다. 안전성 관련 통계가 있냐고 묻는 것은 여전히 약의 병용 투여에 대한 우려일 것이다. 그런데 양방의 경우도 병용 투여와 관련해 안전성을 사전 입증해서 정부가 사전 승인하는 GMP 제도가 없다. 의사들이 그냥 알아서 병용 투여한다. 

약의 병용 투여와 관련한 위험성을 걸러내는 장치는 DUR(Drug Utilization Review, 의약품 안전사용서비스) 시스템과 모니터링이다. 첩약이 급여화되면 DUR · 모니터링을 반드시 해야 한다. 한의협에서는 오래전부터 첩약 급여화를 주장하면서 DUR · 모니터링 대상에 한약재를 넣자고 주장해왔다.

여기에 사전 통계가 있을 필요가 없다. 첩약 급여화 후 DUR · 모니터링을 통해서 데이터를 쌓아가면 된다. 확률상 양약보다 훨씬 낮은 부작용이 보고될 것이다. 우리나라에는 이 통계가 제대로 잡혀있지 않지만, 미국 · 중국 · 일본 등의 사례로 쉽게 알 수 있다. 우리나라도 DUR · 모니터링을 통해서 충분히 데이터를 쌓을 수 있다. 다만 안전성 통계가 급여화의 전제가 돼야 하는 것은 아니다. 양방도 급여화의 전제가 아니다.

◆ 한약 처방은 공개 의무가 없다.

첩약은 한약재를 섞어서 첩지에 싼 약이다. 첩지를 풀면 그 안에 무슨 약을 얼마나 썼는지 다 나온다. 첩약이라는 말 자체에 처방공개라는 개념이 포함돼 있다. 최근 편의를 위해 첩약을 달여서 제공하는 게 추가되면서 달인 약에 무슨 성분이 들어있는지 모른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양약의 경우 어떤 형태의 약이든 성분이 적힌 종이를 읽지 않으면 알 수 없다. 그런데 첩약은 첩지를 열면 다 알 수 있다. 처방공개와 관련해 한의사는 공개 단련돼 있다. 이전부터 공개해왔다. 법적으로도 환자가 한약을 받고 한의사에게 무슨 약제를 조합했는지 물어보면 답할 의무가 있다. 즉, 처방전 공개 의무가 있다. 심지어 몇몇 한의원에서는 환자가 요구하지 않아도 성분을 전부 써서 제공한다. 첩약의 경우 첩지를 풀면 당연히 알았던 것을 탕약으로 주다 보니까 편의상 써서 준다.

즉, 환자가 요구하면 처방을 고지할 의무가 있다. 처방 공개는 옛날부터 해왔고, 한약이 급여화된다면 모든 약에 대해 공개해야 한다.



◆ 보험급여를 위해서는 보편타당한 안전성이 확보돼야 하며, 환자마다 다르게 제공되는 약들이 표준화돼야 한다.

동의한다. 다만, 이 말이 그대로 적용되는 영역은 한약제제며, 각 한약제제는 전부 GMP에 의해 표준화돼 있다.

문제는 첩약 급여화다. 첩약은 재료 · 행위가 결합한 방식이며, 비슷한 급여화의 예가 임플란트 시술이다. 임플란트 보험 적용은 재료 따로 세분화된 행위 따로 나눠놓지 않고, 전체 행위 하나로 포괄해서 120만 원 선에서 급여화했다.

첩약도 동일하게 포괄적 급여화를 해야 한다. 그런데도 어떤 상병명에 어떤 재료를 주로 쓰는 게 좋은지 기본적 표준화는 필요하다. 이를 CPG(Critical Pathway Guideline, 표준진료지침)으로 할 생각이다. 이미 수십 개 질환 대상으로 시행되는 한방치료에 CPG가 만들어져 있다. 이 CPG를 기본적 가이드라인으로 하되 실질적 처방은 환자를 진단하는 각 한의사의 의료행위로 이뤄져야 한다. 

즉, 보험 급여와 관련해 한약제제는 아무 문제 없고, 첩약의 경우 CPG를 근거로 포괄적 방식으로 급여화하면 문제가 해결된다. 

◆ 의협 최대집 회장 당선인에 대한 생각은?

내 임기가 3년인데, 최 당선인도 3년이다. 임기 동안 최 당선인과 함께해야 하는데, 마음이 무겁다.

한의협 · 의협은 한의사 · 의사의 이익을 수호하기 위해 만든 임의적 이익단체가 아니다. 의료법으로 정한 법정단체로, 의사 · 한의사가 강제로 중앙회를 조직하고, 강제 가입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또한, 보수교육, 의료윤리심의, 의료광고심의 등 국가가 해야 할 일을 의협 · 한의협에 위임하고 있다.

심지어 필요하면 국가는 한의협 · 의협에 자금 지원도 한다. 국가가 돈을 주면서까지 국가 일을 대신하게 해놨다. 협회 정관을 바꾸려면 복지부 승인을 받아야 하며, 심지어 복지부는 정관에 대해 명령할 수 있다. 임원 교체 명령도 가능하다. 필요하면 복지부는 최 당선인을 교체하라고 명령할 수 있다. 

의사 권리는 물론 중요하다. 그러나 국민 권리를 얘기하는 것은 권리 주체로서 너무나 당연하며, 국민을 가리켜 기본권 소지자라고 부른다. 즉, 국민은 헌법이 정한 기본권을 향유하는 주체다. 국가는 기본권 수범자로 기본권을 소지하지 않는다. 국가의 존재 이유는 국민 기본권을 지켜주기 위한 것이다. 

의협 · 한의협은 국가 역할을 대신하고 있으며, 국민 기본권을 지키는 수범자 위치에 있다. 최 당선인은 기본권 소지자로서 자기 권리만을 주장할 게 아니라 기본권 수범자로서 국민 권리를 지켜주기 위해 어떤 역할을 해야 할 지에 관해서도 관심을 가져야 한다.

한의협도 그렇게 할 것이다. 한의협도 물론 한의사 이익이 중요하지만, 국민에 대치되는 주장은 하지 않을 것이다. 국민을 위해 존재하는 법정단체라는 자각을 잊지 않을 것이다.

◆ 최근 대한약사회와 대한한약사회가 한방의약분업에 대해 합의했다.

내가 확인한 바로는 두 단체가 첩약을 포함한 완전의약분업을 합의하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

국민을 위해서 필요하고 국가가 적정 재원을 써서 의약분업을 하는 것이 국민에게 도움이 된다면 기꺼이 의약분업에 찬성할 것이다. 그런데 첩약 의약분업을 실시하는 국가가 전 세계적으로 단 한 군데도 없다.

첩약을 의약분업하기 위해서는 원내에서 조제 탕전해주는 약과 원외에서 처방전을 보내서 조제 탕전하는 약 사이 동등성이 입증돼야 한다. 그런데 그 동등성을 확보하기가 굉장히 어렵다. 첩약은 치료용 재료의 단순 전달이 아니다. 첩약에는 의료행위가 포함돼 있다. 약을 조제하는 관점에서도 의료행위가 들어간다. 각 약들을 조제하는 과정에서 용량, 무게 등을 조정하기도 한다. 이러한 전 과정이 전부 의료행위이다. 첩약에서는 한약 조제 행위도 넓은 의미에서 의료행위에 해당한다. 이를 분업하기에는 무리가 따른다.

또한, 한약은 약 5백 종류가 존재하는데, 원산지에 따라 약이 다르고 계절에 따라 다르다. 상 · 중 · 하 품질에 따라 약효가 다르며, 지역에 따라서도 다르다. 말이 5백이지 종류가 훨씬 더 다양하다. 이를 한의사가 원내에서 조제할 때는 직관 · 경험을 통해 조절할 수 있다. 

그런데 의약분업 목표는 약물의 오 · 남용 방지인데, 오남용 방지를 위해 첩약 의약분업을 실시하는 것은 가성비가 없다. 정책 시행 비용이 있고 그 비용을 통해 얻을 이익이 있는데 이 정책을 시행해서 얻을 이익이 실제로 있는지를 생각해보면 굉장히 어렵다.

이 때문에 중국은 완전의약분업 국가임에도 첩약만 의약분업이 예외로 돼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주사제 · 응급의약품은 의약분업에서 예외로 돼 있다.

내가 들은 바로 대한약사회 · 대한한약사회 한방의약분업이 첩약 의약분업을 하겠다는 합의가 아니었다. 약간 과장 보도된 면이 있는 것 같다.

원칙적으로 필요하다면 언제든 의약분업에 대해 논의할 수 있다. 다만 첩약을 의약분업했을 때 얻을 정책적 실익보다 첩약 의약분업에 드는 비용이 지나치게 높기 때문에 우선순위는 상당히 떨어지지 않나 생각한다.

그리고 모든 정책은 다른 나라가 어떻게 하는지를 살펴야 한다. 의약분업도 외국이 시행하니까 우리나라에 도입된 거다. 첩약 의약분업은 어느 나라도 하고 있지 않다. 

반면, 한약제제는 GMP 시설에서 만들어지며, 그 자체가 완전한 치료 도구로서 역할을 한다. 원내에서 한의사가 조제하는 것과 원외 약국에서 조제하는 것의 동등성이 완전히 입증된다. 우선순위로 따지면, 한약제제를 의약분업하면서 전면 급여화를 시도하는 게 바람직하다.

첩약은 시간을 두고 논의할 주제이며, 전 세계적으로 시행하지 않는 첩약 의약분업을 굳이 비용을 써가며 시행할 필요는 없다. 논의 대상이 되는 것에 있어서는 불편하지 않으며, 필요하면 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