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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오픈이노베이션에 대한 단상

오픈 이노베이션. 이제는 4차 산업혁명만큼 많이 회자됐고, 그만큼 식상한 단어기도 하다.  

우리나라 제약산업에서 오픈이노베이션이라는 화두를 던진 곳은 한미약품이었다. 한미는 2010년 외부 연구개발팀을 신설하며, 제품 상업화 비율을 높였다. 한미약품의 뒤를 이어 우리나라 제약사들은 외부 투자 금액을 늘리기 시작했다. 2016년 11월 말 기준 우리나라 매출 상위 10대 제약사의 외부 투자 금액은 총 2,197억원을 기록하며, 2015년과 비교해 36% 증가했다. 

제약사의 외부투자는 자체 연구개발 중심에서 벗어나 외부의 유망 기술을 도입하는 등의 방식으로 신약개발 가능성을 높이는 전략이다. 일례로 유한양행은 다국적제약사 도입품목 비율을 줄이고, 신약개발에 적극적으로 나서기 위해 바이오벤처 등 13개 기업에 투자했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자본력을 가진 제약사가 바이오벤처 기업과의 오픈이노베이션 전략에 긍정적인 평가를 내리고 있다. 제약사가 우수한 바이오 스타트업에 자본을 투자해 육성한 뒤, 이들이 제대로 된 연구성과를 내기 시작하면 공동연구 등을 통해 협업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것이다. 

그러나 생각만큼 쉽지 않은 것이 오픈이노베이션이다. 오픈이노베이션의 취지와 현실성의 괴리가 있기 때문이다. 이 괴리는 얼마 전 인공지능을 활용한 신약개발에 대한 한 교수와의 전화통화에서 짐작할 수 있었다. 교수는 “인공지능기반 신약개발이 세계적으로 30개 기업에서 진행되고 있다. 이 회사들이 어떻게 하고 있는지 알아보기 위해 논문을 검색한 적이 있는데, 별다른 논문이 없었다. (짐작하자면) 논문을 통해 자신들의 기술 노하우를 공개하기를 꺼리기 때문이다”고 말했다. 글로벌 기업 역시 오픈이노베이션의 ‘개방(open)’은 생각만큼이나 쉽지 않다. 기술공개는 곧 자신들의 비즈니스 모델을 공개하는 것이고, 개방했을 때 이익분배 문제를 명확하게 상정하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사정은 사실 더 녹록치 않다. 기자가 자료 하나를 요청하더라도 유관 부서의 승인을 모두 받아야 하는 폐쇄적 구조를 가진 우리나라 제약사, 공식적인 자리에서 자신의 연구 분야를 발표하면서 자료 제공을 꺼리는 연구자, 공청회를 통해 국민들에게 정책 현안의 자문을 구하는 자리에서조차 자료 공개를 꺼리는 공무원, EMR 데이터가 자신들 소유라고 여기는 일부 의사들이 자리잡고 있는 우리나라 보건산업에서 개방조차 갈 길이 멀어 보인다.

우리나라에서 전문직이라는 울타리 안에서 활동했던 보건사업 종사자가 과연 진정한 개방(open)을 통한 혁신(innovation)을 이뤄내고 있는지 다시 한번 돌아봐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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