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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희귀질환자 죽음 내모는 심평원의 '삭감'?

건강보험 적용 절실한 고가의 비급여 약제

희귀질환관리법 시행이 약 1년을 넘겼다. 보건복지부는 희귀질환자 대상 산정특례 확대 방안을 마련해 과도한 의료비 부담을 덜어주고 있으나 대다수 희귀질환자는 여전히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 / 지난 19일 오전 10시 희귀질환 환우와 가족을 위한 정서치유 세미나가 국회의원회관 제1소회의실에서 개최됐다. 이날 메디포뉴스는 한국희귀 · 난치성질환연합회(이하 연합회) 신현민 회장을 만나 희귀질환관리법의 현주소와 초고가 약제에 대한 생각 및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하 심평원) 삭감 문제 등에 관해 의견을 물었다. [편집자 주]



◆ 희귀질환자로서 겪는 어려움은?

내 이름은 신현민이며, 1954년생으로 올해 만 64세이다. 다발성 경화증이라는 희귀질환을 1997년도에 확진 받았는데, 당시 우리나라에서 내로라하는 대학병원에서도 다발성 경화증 진단을 못 했다. 일주일간 병원에 입원해서 MRI 등을 촬영하고 온갖 검사를 다 해놓고도 뇌종양 아니면 중풍인 것 같다고 했다. 월요일 퇴원 예정이었는데 일요일에 전신 마비가 왔다. 다발성 경화증은 스테로이드제만 투여하면 장애가 안 생기는데 그런 것도 의사가 모르고 오진을 했다. 

현재는 이 같은 환자들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취지로 연합회에서 정책 관련 일을 맡고 있다. 진단받기 이전에는 연 매출 50억 원을 올리는 택배 · 전보 관련 회사를 운영했는데, 장애가 생긴 후 도저히 이 상태로는 할 수 없었다. 지금은 완전히 손을 뗀 상태이고, 회사를 직원들에게 넘겨줘서 직원들이 직업을 잃지 않게 끔 했다.

그러다 보니 희귀질환으로 인한 경제적 어려움을 해결할 기회가 막혔다. 그리고 1997년 다발성 경화증 발병에 이어 1998년도에 지체장애 2급을 진단받았다. 최근에 힘이 부쳐서 장애인 활동 보조 인력의 도움을 받으려고 했는데, 장애 재판정을 받아야 한다고 했다. 재판정 결과 왼쪽 · 오른쪽 다리 모두 지체장애 2급으로, 담당자가 표기를 1급으로 잘못했다. 어찌 됐든 장애로 인해 여러 어려움이 있는 것은 사실이다.

현재 우리나라에서 장애인복지법 및 희귀질환관리법이 시행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내부 장애를 장애로 인정하지 않는 문제가 있다. 복합부위 통증 증후군(CRPS) 등 우리나라가 감각 · 통증 장애는 장애로 인정 안 하고 있다. 게다가 배변 · 배뇨 장애도 인정 안 하고 있다. 그런데 배변에 문제가 있을 때 인공항문을 통해 배설주머니를 차고 다니면 장애로 인정해준다.

내 경우 소변을 못 보기 때문에 카테터(catheter)로 빼내는데, 카테터로 빼는 것도 장애로 인정을 안 해주고 있다. 그런데 배뇨 호스를 아예 끼워놓으면 그건 장애로 인정한다. 이처럼 장애인복지법이 아주 모순된 상태로 시행되고 있다.

희귀질환자들이 가진 문제점이 희귀질환 관리법에 의해 해결돼야 하는데, 희귀질환으로 인한 장애는 장애인복지법에 의해 해결해야 한다. 굉장히 모순된 관리법이라 생각하며, 개정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 희귀질환과 관련한 문재인 케어의 방향성을 제언하자면?

우리나라에는 의료비를 보험에서 되돌려주는 의료실비보험이 있다. 비급여도 보험회사에서 다 환급을 해주기 때문에 개개인이 의료비 부담 없이 살 수 있다. 그런데 희귀질환자들은 그러한 의료실비보험에 가입할 수 없게 돼 있다. 가입을 안 해주고 있다.

암 보험의 경우 사보험에서 확진비 · 수술비 · 입원비까지 혜택을 준다. 그런데 희귀질환은 그런 것이 없어서 고스란히 100% 환자 부담으로 간다. 그렇기 때문에 문재인 케어가 보편적 복지를 지향한다면, 정부가 우정사업본부를 통해서라도 희귀질환과 관련한 보험을 만들어서 팔아야 한다. 

즉, 전 국민 복지를 향상하는 보편적 복지를 지향한다면, 희귀질환자들의 비급여 문제를 의료실비보험에서 해결한 이후여야 한다. 현재는 초등학생과 대학생에게 농구 시합을 시키는 것과 마찬가지이다. 초등학생은 작고, 대학생은 크다. 결과는 불 보듯 뻔하다.

사실 나는 모든 이를 위한 의료복지는 불가능하다고 생각한다. 그러므로 보편적 복지가 아니라 정말 어려운 사람들을 위한 선택적 복지로 가야 한다. 진정으로 고가의 약제가 필요한 환자들이 우선이다. 감기와 같이 작은 비용이 들어가는 약제는 우리나라 국민 소득 기준에 비춰볼 때 굳이 지원해줄 필요가 없다. 

정리하면, 죽음을 목전에 둔 환자들의 어려움을 해결해주는 선택적 복지를 우선으로 하고, 그러고도 여유가 있으면 누구에게나 혜택을 줄 수 있는 복지 쪽으로 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 산정특례와 관련하여 암과 희귀질환에서 차이가 나는 이유는?

극희귀질환자도 산정특례를 적용하면 본인부담률이 10%이다. 그런데 이 산정특례도 문제가 있다. 

우리나라 희귀난치성 질환에 대한 본인일부부담금 산정 특례제도가 2001년 7월부터 시행됐다. 시행 당시에는 고셔병, 혈우병, 근육병, 만성신부전증 등 네 개 질환에 한정하여 의료비를 20% 경감해줬다. 이를 시작으로 매년 몇 개 질환을 추가하는 형태로 지속적으로 대상질환 및 혜택을 늘려왔다.

산정 특례제도 시행 후 2004년 말 건강보험 당기수지 흑자가 2조 원이 넘으면서 이 돈을 어디에 쓸 것인지 공론화됐다. 결국, 암 환자 대상 산정특례가 희귀질환자보다 4년 2개월이 늦은 2005년 9월 시작됐다.

그런데 희귀질환 본인부담률은 20%인데, 암 환자는 10%였다. 그래서 희귀질환도 10%로 낮춰달라고 지속적으로 목소리를 냈다. 결국은 10%로 낮춰줬는데, 암 환자는 또 5%로 내려갔다. 왜 희귀질환에 차별을 두는지 모르겠다. 암과 동일하게 5%로 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암이나 뇌혈관 · 심혈관은 5% 부담인데, 희귀질환자만 10%를 부담하는 것은 형평성에 맞지 않는다.

희귀질환의 경우 질병 수는 많은데 환자 수가 적다 보니까 목소리를 제대로 못 내서 그런 현상이 일어난다. 

◆ 심평원 삭감 문제가 지적되고 있다.

다발성 경화증의 경우 환자가 재발을 1년에 2번 하면 건강보험에서 인터페론 베타 제제 등 무조건 약제를 제공한다. 그런데 1년 2번 재발이 있었음에도 심평원에서 삭감을 한 일이 있었다. 심평원 담당자와 통화해서 이 문제와 관련해 어떻게 된 일인지 물었다. 재발이 두 번 이상 있었다고 담당 의사가 분명히 기록했는데 삭감을 해놔서 병원에서 치료를 안 해주고 있다고 했다.

시간이 좀 지나서 다시 확인해보니 돼 있었다고 했다. 그래서 심평원 담당자가 병원에 연락해서 쓰라고 말했다고 했다. 그런데 치료 공백 동안 생긴 문제는 아무도 책임지지 않고, 보상도 없었다. 심평원의 횡포라는 표현까지 쓸 정도이다.

또한, 다발성 경화증은 재발이 아니더라도 MRI 상으로 병소가 관찰되면 질환 확진이라고 할 수 있기 때문에 건강보험 적용을 해야 한다. 재발만 보지 말고, 병소가 있느냐 없느냐도 같이 봐야 한다.

◆ 희귀질환관리법이 보완해야 할 점은?

NGS(Next-Generation Sequencing, 차세대 염기서열 분석) 같은 것을 희귀질환관리법에서 다 다뤄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희귀질환관리법은 희귀질환자들을 위해 제정된 법인데도 환자 입장에서 그것을 체감하지 못한다. 즉, 무늬만 있다. 

물론 시행한 지 얼마 안 됐으니까 그럴 수 있다. 시행령 · 시행규칙도 공표된 지 1년 남짓에 불과하다. 희귀질환자들이 어려움을 겪는 문제를 바로 해결할 수 있는 사항을 하위법에 다룬다든지 법을 개정한다든지 해야 한다. 필요한 환자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방향이어야 한다. 환자들이 가장 요구하는 게 무엇이고 어떤 것이 문제인지를 우선순위를 두어 하나씩 해결할 수 있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

혈우병의 경우 지혈이 안 되는 병이다. 혈우병 환자들은 지혈이 안 되면 약제를 맞아야 한다. 그런데 약이 워낙 고가이고, 심평원이 툭하면 요양급여비용을 삭감하니까 지금 아주대학교병원에서는 환자를 안 받는다고 선언했다.

신촌 세브란스병원에서도 삭감 문제 때문에 안 하려고 한다. 지금 이의신청을 한 상태이다. 이러면 환자들은 갈 곳이 없다. 왜 삭감하는지 모르겠다. 피가 지혈이 안 되고, 수혈이 안 되기 때문에 약제를 쓰는 것이다. 약품은 영양제도 아니며, 의사가 필요하다고 인정해서 처방한 것인데 자꾸 삭감하는 이유를 모르겠다. 물론 심평원 내 분명한 삭감 기준은 있지만, 삭감한다면 삭감 이유를 확실히 내놔야 한다. 

◆ 초고가 약제 문제도 있다.

희귀질환자들에게 가장 희망을 주는 것은 치료제 개발이다. 예를 들어 내가 앓는 병이 A라고 가정했을 때, A병의 치료제가 나오지 않았더라도 B라는 병의 치료제가 개발되면, A병을 앓는 환자도 희망을 품을 수 있다. 'A병의 치료제도 언젠가는 나오겠구나'라고 희망을 품으며 살 수 있다.

그런데 치료제가 나왔는데도 건강보험 적용을 안 하니까 도미노 현상이 생겼다. 나와도 그만이다. 안 나오면 치료제가 없는 거고, 나와도 정부가 승인을 안 해준다. 1년에 환자 본인이 몇억씩을 부담한다. 환자들은 재벌이 아니다. 아마 재벌도 감당하지 못할 것이다.

단 한 명의 낙오자도 생겨서는 안 된다. 고가의 약제를 쓰고 있는 희귀질환자를 '우리 국민의 구성원이다'라는 생각을 가지고 정부가 건강보험을 적용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우리나라는 후진국도 아니고 개발도상국도 아니다. 세계 경제 10위권 안에 있는 나라에서 이런 것은 당연히 해줘야 한다.

문케어에서는 이를 바로 적용해야 한다. 약이 고가든 저가든 해줘야 한다. 약제가 개발되면 건강보험을 적용해 쓸 수 있게 해줘야 한다.

◆ 아직도 희귀질환에 대한 편견이 만연하다

내가 며칠 전 그리스를 다녀왔다. 그리스에서 세계 희귀질환자들에 대한 워크숍 및 세미나가 있었다. 거기서 발표됐던 얘기인데, 예전 우리나라에서는 사회적 무관심 · 편견을 짊어지고 희귀질환자들이 살았다. 사회적 무관심이라는 것은 희귀질환자에 관해 관심이 없는 것이며, 편견이라는 것은 전염에 관한 것이다.

희귀질환은 어느 병이든 전염되는 병이 하나도 없다. 예전에 오늘과 같은 희귀질환 관련 행사를 개최했는데 '각각의 병이 다 다른데 그렇게 모이면 되겠느냐'고 한 기자가 물었다. 그래서 희귀질환은 어느 병이든 전염되는 병은 없다고 말했다. 

현재는 사회적 무관심 · 편견이 어느 정도 완화됐지만, 여전히 국민 대상 인식 전환이 이뤄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 '희귀'와 '희소'? 어떤 단어를 써야 하는지?

현재 희귀와 희소를 병용하는 문제가 있다. '희귀'질환관리법은 국회의원 여러 명이 발의한 법을 국회 보건복지상임위에서 통과시킨 법이다. 이 법에서는 희귀(稀貴)라고 분명히 해놨다. 

그런데 한 언론사 기자가 왜 귀할 귀(貴)자를 쓰냐고 이의를 제기했다. 사람 수가 적으면 적을 소(少)자를 써야 한다고 했다. 그래서 현재 희소와 희귀가 병용되고 있다.

희귀질환자들도 헷갈려서 희소질환은 무엇이고 희귀질환은 무엇이냐며 도리어 묻고 있다. 국회에서 통과했고, 현재 전 세계적으로 희귀질환이라고 명명하고 있는데 왜 희소를 쓰는지 모르겠다.

그 언론사에 내가 메일을 보냈지만, 아직 답변이 없다. 본인이 희소를 쓸 거면 희소질환관리법으로 바꾸면 된다. 그런 것도 아니면서 희소라고 해놓는 것은 억지다. 

◆ 희귀질환자를 위한 실질적 정책을 제언하자면?

희귀질환자들이 겪는 현실적인 문제점을 개선하기 위해 정부와 사회, 언론이 각자 역할을 해야 한다.

현재 비급여 약제를 고가라는 이유로 건강보험 적용을 안 하고 있는데, 치료를 받지 못할 거라는 환자들의 불안감을 정부가 없애줘야 한다. 그게 정부가 할 일이다.

엉킨 실타래를 푸는 일이 쉽지 않지만 하나하나 천천히 풀어나갈 수 있도록 마음 · 자세를 가진다면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연합회 차원에서도 노력할 것이며, 정부 · 사회 · 언론에도 이 같은 협조를 부탁드린다.

※ 본 인터뷰는 한국희귀 · 난치성질환연합회 신현민 회장의 개인적인 경험 · 의견을 바탕으로 작성된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