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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급여수가, 비용 절감 위해 깎기만 해선 안 돼

"비용 절감 관점에서 의료서비스 정상화 관점으로 변화해야"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설계 당시 대법원 수준의 판단기구 역할을 기대했으나, 현재 심사평가의 권위가 없어 의료계 갈등이 재생산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국민건강보험공단 출입기자협의회가 지난 25일 정오 서울시 서초구 소재 식당에서 국민건강보험공단(이하 공단) 김용익 이사장(이하 이사장)과 간담회 자리를 가졌다.

이날 이사장은 인사말에서 "문재인 케어, 건강보험료 부가체계 개혁을 진행해야 하는 2018년도에 이사장직을 맡게 돼 많은 책임을 느끼고 있다. 임기 내 건강보험 발전 방향을 공단 직원들과 함께 모색할 것이며, 그간 해결 못했던 공단 내부 문제들을 차근히 풀어나가고자 노력할 것이다."라고 말했다.

◆ 취임 소회와 임기 중 꼭 이루고자 하는 사업은?

이사장은 문재인 케어 및 건강보험료 부가체계 개혁의 성공이 현 당면 과제라고 했다.

이사장은 "비급여를 전면 급여화하는 방식으로 건강보험 보장성을 확대한다는 정책에 내가 많은 관여를 했다. 이 정책은 이번에 만든 게 아니라 지난번 대선 때 만들어 공약으로 제시했던 내용이다. 지난번 대선 때 당선되지 못해 정책을 접어두고 있었다. 대신에 박근혜 정부 때 4대 중증질환에 대한 건강보험 확대를 추진했다. 그런데 4대 중증질환 건강보험 확대는 여러 가지 한계가 있었다. 근본적 문제를 풀기 위해서는 전면적인 급여 확대가 필요했다. 4대 중증질환뿐만 아니라 모든 질환에 대해 의료보장이 이뤄지는 방향으로 추진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보험료 부과 체계와 관련해 이사장은 "지역가입자 · 직장가입자 격차 문제, 고소득자 · 저소득차의 공정하지 못한 보험료 부과 문제 등이 보험료 부과 체계에 겹쳐 있었다. 우선 1단계로서 그러한 격차를 줄이고 보험료 부과의 공정성을 획기적으로 개선하려는 시도가 오는 7월 1일부터 진행된다. 이 부분은 이미 확정이 돼 있다."라고 말했다.

향후 건강보험 방향과 관련해서는 "저출산 · 고령화로 인해 노인 인구 및 의료비가 빠른 속도로 증가하고 있다. 이러한 추세 속에서 '건강보험이 과연 지속 가능한 제도가 될 수 있을까'라는 우려가 있다. 그런데 이 문제에 대한 대응 방안을 아직 찾지 못했다."라면서, "연구조직 강화, 외부 연구자들과의 연계 강화, 보건의료인과의 협의 등을 거쳐 건강보험의 지속 가능성 문제에 대해 대안을 마련하는 작업을 반드시 하고자 한다."라고 말했다.

또한, 건강보험 전액이 보건의료계, 제약회사 등 약계로 흘러가기 때문에 그 인프라가 어떻게 구성되느냐에 따라 건강보험 돈의 쓰임도 결정된다고 했다.

이사장은 "이는 향후 고령화 사회에서의 건강보험의 생존 여부와 결정적 관계를 맺고 있다. 구성된 인프라에서 돈을 효율적으로 사용하지 못하는 상황이 된다면, 국민 부담이 엄청나게 커지기 때문에 보건의료계 전체가 그 부분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라면서, "특히, 건강보험에서 시야를 넓혀서 보건의료인 · 제약 유통 인프라 등을 어떤 방식으로 만들어야 하는지, 그들과의 관계를 어떻게 파트너십으로 형성할 수 있는지, 건강보험 · 보건의료계 · 제약 유통 업계가 어떻게 협조해서 파트너십을 형성해 국민 건강을 위해서 일할 수 있는지 등을 모색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이는 현 지속 가능성 문제와 밀접한 관련이 있으며, 오랜 기간 형성된 건강보험과 보건의료계 · 제약계의 안 좋은 관계를 풀어나가는데 단초가 될 수 있다고 했다.

이사장은 "이사장으로서 건강보험공단 내부 문제를 살펴야 한다. 그런데 몇 년 뒤 공단 직원이 대대적으로 바뀐다. 1989년 7월 전 국민 의료보험을 달성했을 때, 지역의료 보험조합을 구성하면서 당시 수천 명의 직원을 일시 선발했다. 그때 선발된 직원들이 몇 년 뒤 일시에 정년 퇴임을 하게 된다."라면서, "신규 직원 채용 · 인력 구성 · 교육 및 훈련 등이 향후 새로운 공단을 조직하는 데 있어 굉장히 중요한 과제이다. 건강보험을 잘 관리해, 질 높은 행정으로 국민에게 제공돼야 하므로 이 부분을 신경 써서 다루고자 한다."라고 말했다.

◆ 건강보험 제도의 대대적 개편을 앞둔 상황에서 공단 역할 변화가 필요한 부분이 있다면?

이사장은 "국가별 건강보험 제도를 살펴보면, 우리나라는 공단, 일본 · 독일은 의료보험조합이나 질병 금고 등으로 돼 있다. 나라마다 보험자 조직 간 업무 권한 배부를 다르게 하고 있다. 우리나라 · 일본의 의료보험제도를 개량 · 적용하고 있는 대만의 경우 보험자 조직이 정부 조직의 일부분이다. 즉, 그 나라의 보건복지부 일부분으로 구성을 해놓고 있다."라면서, "우리나라는 관리 권한이 보건복지부, 공단,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하 심평원)으로 나뉘어 있다."라고 말했다.

이어서 이사장은 "한국보건의료연구원도 일정 부분은 권한을 가지고 있다. 엄밀히 말하면 식품의약품안전처도 약을 매개로 일정한 권한을 나눠 가지고 있다고 볼 수 있다. 그러한 권한 배분을 어떤 방식으로 고칠지에 대해서는 생각할 부분이 많다."라면서, "앞으로 문재인 케어를 성공하고 수가, 약가, 심사평가 등의 기능들이 고쳐져야 한다. 여기서 당연히 건강보험 관리 조직을 어떤 식으로 개편하느냐는 얘기가 나오게 된다."라고 말했다.

이 문제는 진행을 보면서 협의를 통해 신중히 얘기해나가야 한다고 했다. 

◆ 300병상 이상 병원 진입억제 방안을 많이 냈다. 이사장으로서 동일한 생각을 하고 있는지?

이사장은 "생각은 쉽게 바뀌는 게 아니다. 그 생각은 여전하며, 오랜 기간 인프라 개혁을 어떤 방향으로 해야 하는가를 고민한 결과물이다. 당연하다고 본다."라면서, "그러나 공단 이사장은 공적 역할 수행에 충실해야 한다. 그 부분과 관련한 직접적인 얘기를 하는 것은 이사장을 맡는 동안의 공적 역할 수행에 적합하지 않다고 본다."라고 말했다.

이사장은 보건복지 · 제약 인프라를 연구할 때 그러한 것들을 포함해서 연구하고 대안을 개발하는 데에는 한 부분이 될 수 있겠다고 덧붙였다.

◆ 비만과 담배가 공단의 핵심사안으로 추진되고 있다. 앞으로의 구상 방향은?

이사장은 "그 사안들에 대해서는 아직은 본격적으로 업무파악을 하지 못했다. 그 사안들은 건강보험에서의 부하를 줄이는 위치에 있다. 즉, 수요를 줄이는 데 의미가 있는 것이다. 저출산 · 고령화로 인해 앞으로 수요가 굉장히 늘어나리라 예측되는데, 고령화의 핵심 전략 중 하나가 평생 건강관리를 통해 노인들을 건강하게 만드는 것이다. 그런데 노인을 건강하게 만들기는 매우 어렵다. 그래서 젊을 때부터 또는 영 · 유아기 때부터 평생 건강관리를 시행해 의료비를 절감하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또한, 의료이용행태도 굉장히 문제가 많다고 했다. 

이사장은 "의료쇼핑, 중복투약 등이 도리어 건강에 매우 악영향을 미친다. 의료이용형태를 건전한 방향으로 고쳐야 한다. 고령화 진행은 막을 수 없지만, 목표를 건강수명의 최대 연장으로 두고 있다. 이게 건강보험을 살리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라면서, "합리적인 의료이용으로 의료비를 절감하고 자기 건강도 지킬 수 있다. 그러한 노력을 통해 건강보험에 걸리는 부하를 줄여야 한다."라고 말했다.

◆ 의약계에 당부하고 싶은 것은?

이사장은 건강보험과 보험의료계가 갈등 관계로 빠져드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다고 했다. 

이사장은 "외국만 보더라도 보건의료계와 건강보험이 심한 갈등 관계에 놓여있는 전례가 별로 없다. 우리나라는 특수한 상황이라고 할 수 있다. 물론 외국에도 건강보험과 보건의료계 간 긴장 관계가 존재한다. 그런데 그 긴장 관계는 바람직하고 필요한 관계며, 우리나라에서는 너무 지나친 감이 있다. 이는 소위 역기능적 갈등 관계로 이어져서 문제가 된다. 이렇게 관계가 안 좋아지는 핵심에는 급여 · 수가 · 심사 문제가 있다."라고 말했다.

이어서 이사장은 "이번 문재인 케어에서는 비급여의 전면 급여화로 그동안의 너무 낮았던 수가를 올리고 비급여 수가는 낮춰서 모든 급여 항목에 대해 합리적인 가격을 만들고 있다. 즉, 급여 · 수가 부분에 대해서 건강보험을 거의 재설계하는 수준으로 다시금 만드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급여로 다 들어오고 수가를 원가 + ∝ 식으로 합리적으로 조정하면, 의료인과 건강보험은 싸울 일이 훨씬 줄어든다.

이사장은 "비합리적인 수가가 사라지고 수가가 합리적으로 구성되면 갈등 요인이 줄어든다. 사실 문재인 케어는 건강보험 · 보험의료계 관계 개선에 기반을 다지는 것이다. 의료계의 적극적 참여, 의료계 의견 수용 등으로 새로운 급여 수가 기능을 만드는 과정이기 때문에, 과정에 대한 두려움을 미뤄두고 그 과정을 넘어서서 합리적으로 수가를 설정해야 갈등 관계를 벗어날 수 있다."라고 말했다. 

이사장은 비용 절감의 관점에서 의료서비스를 정상화하는 관점으로의 변화를 주장했다.

이사장은 "건강보험이 급여 수가를 보는 관점을 비용 절감을 위해서 깎아내리는 관점으로 봐서는 안 된다. 내가 공단에 있는 동안 정부 및 여러 당사자를 설득해 그 관점을 바꾸려고 한다. 비용 절감의 관점에서 의료서비스를 정상화하는 관점으로 바꿔야 한다."라면서, "낮은 수가를 기피하고 높은 수가만 하려고 한다. 국민에게 최적의 서비스를 제공하게 하려면, 어떤 항목에 어떤 수가를 줘야 하는지를 건강보험이 고민해야 한다. 그래야만 우리나라 의료가 정상적으로 변화하게 된다."라고 주장했다.

무조건 깎으려는 관점만 가지면 갈등 관계에 빠져서 갈등 비용만 올라갈 뿐이며, 국민에게 전혀 도움 되지 않는다고 했다.

이사장은 "비용 부담을 덜어내는 것도 국민을 위하는 것이지만, 가장 최적의 구성으로 보건의료 서비스가 제공되는 것도 국민 보호의 차원이다. 그런데 돈을 줄이는 것만 생각해, 보건의료 구성이 왜곡되면 의료인 · 국민이 모두 불행해진다. 건강보험은 보건의료서비스를 최적으로 구성하는 관점으로 가치판단을 해야 한다. 이를 계속 강조해나갈 생각이다."라고 말했다.

◆ 공단 · 심평원이 역할 · 영역에 있어 갈등이 존재했는데, 각 기관 역할에 대한 생각은?

이사장은 1998년도 김대중 정권 시작부터 약 2년간의 작업을 통해 의료보험이 조합으로 돼 있던 것을 통합 일원화해 2000년도에 건강보험을 출범시킨 바 있다.

이사장은 "1998년도 의료보험통합추진기획단 때 내가 1분과장이었다. 1분과는 관리조직개편 분과(제도 분과), 2분과가 보험료 부과체계 분과(보험료 분과), 3분과가 진료보수지불제도 분과(수가 분과)였다. 당시 2 · 3분과장이 한림대 사회복지학과 차흥봉 교수와 서울대 의대 신영수 교수였는데 이들은 내 선생님뻘 되는 분들이었고, 나는 그분들과 맞먹는 분과장이어서 출세했다고 생각했다."라고 말했다.

이어서 이사장은 "1분과에서 현 건강보험 제도를 설계했다. 당시 심평원을 만들자고 주장한 사람이 나였다. 시민사회단체가 심평원 설립에 반대 의견을 많이 냈었는데, 내가 설득해서 표결에 부쳐서 1표 차이로 심평원 설립이 결정 났다."라면서, "심평원 기능 설계는 애초 건강보험 수가 심사와 질 평가였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심사'는 진료비 심사이며, '평가'는 질 평가를 한다는 뜻이다."라고 설명했다.

이사장은 심평원 설계 개념에 재판소 기능을 넣었다고 했다. 

이사장은 "건강보험공단은 돈을 주고 의료기관은 청구하는데, 여기서 돈을 줄지 말지 판단을 별도의 재판소를 따로 둬서 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건강보험공단이 직접 심사하면 의료계가 절대로 수긍을 안 할 것으로 생각했다. 즉, 제3자로서 구애받지 않고 객관적으로 판단을 해주는 재판소가 따로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그래야만 공단 · 의료제공자 간 갈등을 막을 수 있다고 생각했다."라고 말했다.

이어서 이사장은 "심평원의 심사평가가 의료계에서 가장 권위 있는 판단이 되기를 바랐다. 심평원이 대법원 역할을 하고 심사평가위원들이 대법관 역할을 해서 거기서 나오는 판단이 판례가 돼, 건강보험급여를 관리해나가는 가장 권위 있는 판단기구가 되기를 원래 바랐다."라면서, "그런데 그 이후에 실제로 이뤄진 일은 원래 설계 개념에서 조금 벗어나 있었다. 심사평가가 그 정도의 권위를 가지지 못했다. 심사평가의 권위가 없으면, 갈등을 막을 수 없다. 대법원 판례 같은 권위를 가져야만 갈등이 해소될 수 있는데, 그 부분을 믿지 못하고 수용 못하는 상태가 되면 갈등이 끊임없이 재생산된다."라고 지적했다.

또한, "이미 재판소 기능을 가졌는데 수가 · 약가 설정 등의 기능까지 갖추면 입법과 사법 기능에 혼선이 일어난다. 수가를 정하는 입법 기능은 공단이나 복지부가 하고, 심평원은 가장 수준 높은 재판을 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는 것이 원래 생각이었는데 이게 지금 그렇지 못하다. 이는 내가 그 당시 제도설계를 한 입장에서 하는 말이다."라고 말했다.

지금 이 권한을 재배분하자고 하면 이는 또 다른 차원의 얘기라고 했다. 공단 이사장 입장에서는 그 부분에 대해 말을 아껴야 하며, 신중한 논의를 거쳐야 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