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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국내 당뇨 치료 가이드라인, 효과보단 보험 위주

GLP-1 유사체와 같이 기존 당뇨 치료제 대비 월등한 혈당강하 효과와 더불어 체중감소 효과, 심혈관 보호 효과 등을 두루 갖춘 새로운 기전의 당뇨 치료제들이 시중에 시판되고 있지만, 국내 당뇨 환자들이 이러한 치료옵션의 혜택을 두루 누리고 있는지는 의문이다.


지난 8월 시장 조사기관인 IMS가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전 세계 당뇨 치료제 시장에서 GLP-1 유사체의 점유율은 11.3%, 작년의 9.1%보다 2.2% 상승한 수치다. 역시나 미국시장에 13.4%로 가장 많이 쓰이고 있고, 유럽은 10.2%로 선진국에서는 평균 10% 이상이 GLP-1 유사체를 사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일본과 한국 지역에서의 GLP-1 유사체 점유율은 4.3%, 작년 3%에 비하면 1.3% 상승하며 확장 추세긴 하지만 다른 선진국에 비해 절반에도 못 미치는 것을 알 수 있다. 게다가 이는 일본시장과 합쳐서 나타난 수치로 국내 시장만 따로 살펴본다면 더 적은 수치일 것은 불 보듯 뻔한 일.


당뇨는 고혈압 등의 질환과 마찬가지로 향후 합병증으로 인해 사회적 비용 부담을 높이는 대표적인 만성질환이다. 초기에 질환을 잘 조절하거나 위험군을 관리하여 애초에 질환을 예방하는 게 최선의 방법인 만큼, 초기에 효과가 좋은 약제를 사용해 질환의 진행을 막는 것이 비용효과적인 면이 있다.


의료전문가들이 꼽는 GLP-1 유사체가 국내에서 널리 쓰이지 못하는 가장 큰 이유는 '주사제에 대한 거부감'이다. 하지만 이 주사제에 대한 거부감이란 단순히 투여방법에 대한 환자의 ‘불호’를 뜻하지는 않는다.


기자가 최근 인터뷰한 미국 당뇨 치료 가이드라인을 펴낸 저명한 의사는 ‘주사제’라는 이유로 환자가 인슐린과 GLP-1 유사체를 혼동하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일반적으로 인슐인 치료는 당뇨 치료의 마지막 단계라고 알려져 있다. 메트포르민, DPP-4 억제제, SGLT-2 저해제 등 경구제 치료로도 혈당조절이 어렵거나, 오랜 병력으로 췌장기능이 약화되어 인슐린 분비능이 떨어질 때 당뇨 환자들은 인슐린 치료에 돌입하게 된다.


이런 인슐린 치료의 투여 방법이 주사제이기 때문에, 최근 개발된 GLP-1 유사체를 인슐린 치료로 혼동하는 경우가 생긴다는 것. 때문에 자신이 당뇨 치료의 마지막 단계가 아닌가 하는 우려를 한다는 것이다.


해당 교수는 이러한 환자들의 편견을 깨기 위해서는 GLP-1 유사체에 대한 자세한 설명을 해야 하지만 그 역시 쉽지 않다고 전했다.


최근의 AACE/ACE 가이드라인에서는 기존 당뇨 치료제 대비 GLP-1 유사체의 뛰어난 효과를 반영하여 단독요법으로는 메트포르민 다음으로, 2제와 3제요법에서는 최우선 순위로 GLP-1 유사체를 권고한 바 있다.


최근 들어 가장 많이 쓰이고 있는 DPP-4 억제제와 SGLT-2 저해제보다 더 우선하여 GLP-1 유사체를 권고한 것이다.


GLP-1 유사체의 효과에 대해서는 국내 의료진들 또한 이견이 없는 눈치다. 기자와의 인터뷰에서 서울성모병원 모 교수는 “우리나라 당뇨 치료 가이드라인은 보험 약제를 우선으로 하는 경향이 있다”고 전했다.


상대적으로 보험약가가 저렴한 경구제 중심의 치료를 우선한다는 것. 그러면서 해당 교수는 “당뇨 치료의 패러다임을 국가가 주도하는 꼴”이라며, “당뇨 약제의 약가 결정에 있어 의료전문가의 의견이 더 많이 반영되어야 한다”고 강변했다.


좋은 치료제의 개발뿐 아니라 그 치료제가 널리 사용되어 질환으로부터 발생하는 사회적 비용 부담을 경감시키기 위해서는, 새로운 치료제에 대한 정확한 환자 교육과 국가의 적절한 약가 적용이 뒷바침되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