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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보건의료 분야 AI? 빅데이터? 걸음마도 떼지 못한 한국

최근 보건당국의 행사, 의료단체나 악학단체, 제약사 행사를 찾아가면 항상 빠지지 않고 주가 되는 주제가 있다. 바로 ‘4차 산업혁명’, ‘AI’, ‘빅데이터’, ‘정밀의료’ 등이다.


요는 AI와 빅데이터의 활용이 보건의료산업에 혁신을 불러일으킬 것이라는 것.


보건의료 빅데이터를 구축하고 그 정보들을 연계할 수 있는 알고리듬을 개발하며, 인공지능을 활용해 새로운 혁신적인 진단, 치료, 생산, 연구개발 환경을 만들어 시간 단축, 비용 절감, 인력난 해소, 자동화, 스마트 환경 구축 등의 청사진을 그리고 있다.


이 모든 것의 기본이 되는 문제의 ‘빅데이터’. 최근 기자가 취재했던 약학 관련 학술대회에서도 이 4차 산업혁명은 큰 이슈 중 하나로 다뤄졌다. 하지만 이제껏 들었던 강의들이 화려한 청사진만을 제시했었다면, 이날 강의는 조금 다른 점이 있었다.


바로 ‘네 자신을 알라’를 먼저 짚고 넘어갔다는 것. 이날 발표를 담당한 모 대학병원에서 의료정보시스템장을 맡고 있는 A 교수는 미래 빅데이터로 활용할 보건의료데이터는 병원에서 생산해내는 임상 데이터뿐 아니라 유전정보, 그리고 최종적으로 환자 개개인의 행동패턴이나 생활환경, 습관 등을 담고 있는 라이프 로그 데이터 등이 포함된다고 전했다.


이런 데이터들이 개발된 알고리듬에 적용될 수 있도록 일정한 형식으로 모두 구축되어 있어야 한다는 것.


자체적인 의료정보시스템이 갖춰져 있는 3차병원이나 대형병원의 경우 그나마 처지가 낫지만 1, 2차 병원이나 소형 약국 등 수기로 작성되거나 컴퓨터상에 입력이 안되어 있는 보건의료 정보들을 빅데이터 형식에 맞춰 준비하는 데에만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은 분명하다. 


이날 정부 산하 연구기관에서 온 B 연구원은 강의 시작에 “현재 우리나라에는 ‘빅데이터’라고 불릴 만한 데이터가 없다”며 강경하게 현실을 꼬집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보건의료 빅데이터를 구축하기 위해서는 병원이나 의료인뿐 아니라 약학자들이나 간호사 등 모든 관련 분야가 함께 협업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심지어 데이터과학자들까지…


하지만 모두가 놓치고 있는 부분이 있다. 이 모든 데이터를 취합하고 분류하고 활용하는 데 있어 국민들의 공감을 얻는 일 말이다.


예전에 참석한 글로벌제약사 단체 행사에서 필자는 유전자의약품 연구개발에 특화된 C 제약사의 연구개발 담당자와 이야기를 나눈 적이 있다.


해당 제약사는 유럽의 한 섬나라와 연계해서 유전질환에 대한 정보를 제공 받고 있다고 전했다. 섬이라는 특수성으로 유독 유전질환이 많은 해당 나라의 정부가 자국의 국민들의 유전정보를 익명화하여 제공하고, 제약사는 그런 풍부한 정보들을 토대로 치료제를 연구개발하며 “벌통에서 꿀 뽑아먹듯” 신약을 개발하고 있다는 것.


그 담당자가 필자에게 알려준 한국이 보건의료 정보를 활용하지 못하는 가장 큰 장애요인 중 하나는 바로 국민의 ‘불신’이었다.


농담 삼아 “대한민국 국민 대부분의 주민번호가 중국에 가 있다”라고 말하는 나라에서, 다른 정보도 아닌 자신의 가장 민감한 의료정보나 유전정보를 활용한다는 것을 어느 누가 받아들일까?


물론 보건의료 빅데이터로의 활용에는 익명화 과정이 필수적으로 포함된다. 그러나 우리 사회에 뿌리깊게 박혀있는 빈번한 개인정보 유출 사례들은 국민들로 하여금 그 ‘익명화’ 과정 혹은 데이터의 취합 자체를 불신하게 만든다.


정부는 4차 산업혁명 속 보건의료산업 발전을 위한 빅데이터 관련 규제를 만들어나감과 동시에 국민들에게 빅데이터 구축의 타당성을 설득하고, 정부가 만든 규제에 대한 국민적 신뢰를 이끌어내는 노력을 함께 진행해야 할 것이다.


일례로 시장조사기관이나 카드사, 보험사 등 개인정보 유출에 대한 솜방망이식 처벌과 안일한 수사가 지속된다면, 다가오는 빅데이터 기반 시대에 정부가 추진하는 어떤 정책도 국민들의 지지를 받지 못한 확률이 크기 때문이다.


정부가 향후 빅데이터 기반의 발전 방향을 모색하고 있다면, 그 데이터들의 주인인 국민들의 공감과 신뢰를 얻는 일이 우선되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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