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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새 보건복지부 장관이 할일 중 하나, 원격진료 포기 선언

지난 박근혜 정부가 적극 추진했던 원격진료(의사 환자 간 원격의료)에 대한 이런저런 소문과 뜬소문이 최근 돌고 있다. 3가지 정도로 이야기가 들린다. 첫째 지난 5월경에 문재인 정부 국정기획자문위원회에서 보건복지부의 주요업무보고 때 원격진료가 누락됐다는 소문이다. 문재인 정부가 원격진료를 추진하지 않는다고 공약했으니 당연한 것이다. 둘째 보건복지부 관련 공무원들이 원격진료 업무를 더 이상 추진하지 않는 분위기라는 소문이다. 정권이 바뀐 만큼 더 이상 추진할 동력이 상실됐으니 이 또한 당연한 이야기다. 국회에 계류된 정부입법 형식으로 발의된 원격진료 법안도 더 이상 추진할 동력을 상실한 것이다. 셋째 복지부 모(?) 과장이 사석에서 더 이상 원격진료를 추진하지 않는다고 한 발언이 있었는데 이에 국정기획자문위원회 측에서 그 과장을 깼다는 뜬소문도 있다. 이 뜬소문은 국정기획자문위원회가 복지부를 길들이기 하기 위한 것 아니냐는 엉뚱한 해석도 있다.

지난 2013년 10월29일 박근혜 정부가 원격진료의 목적 중 하나가 동네의원을 활성화시키기 위한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의료계는 이에 동의하지 않았다. 당연히 지난 2013년 12월15일 여의도에서 대한의사협회가 주도하는 전국의사궐기대회를 개최, 원격진료 추진 반대 등 왜곡된 의료제도 개혁을 외쳤다. 이어 2014년 3월10일 의료계는 대한의사협회 대한전공협의회 등이 주도하는 전국의사총파업을 단행했다. 당시 명분은 원격진료와 의료영리화를 막고, 건강보험제도를 바로 세우기 위한다는 거였다. 동네의원들이 반대한 이유는 국회에 계류중인 원격진료 법안에는 아직 병원급의 원격진료 규정은 없지만 구멍이 뚫리고 나면 종합병원 상급종합병원도 원격진료가 가능해 질 날이 올 것이기 때문이다. 동네의원 입장에서는 가뜩이나 병원과의 경쟁 역량이 떨어지는 상황에서 시설 장비 인력이 월등한 병원과 원격진료 분야에서 경쟁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구멍이 뚫리기 전에 미리 막자는 목적이다. 의료계는 의사 환자 간 원격진료를 적극 반대하는 것은 물론이고, 의사 의료인 간 원격의료에도 안심하지 못하는 분위기이다.

원격진료는 동네의원과 병원과의 경쟁 관계로만 볼 수 없는 문제이다. 지난 2015년 5월에 발생한 메르스사태의 원인 중 하나가 의료전달체계의 왜곡이었다. 만약 의사 환자 간 원격진료가 시행되면 단기적으로는 동네의원 간 경쟁에서 역량이 뛰어난 동네의원이 독식, 의료전달체계의 근간인 동네의원의 생존이 힘들어 지게 된다. 장기적으로 단지 국민이 편리하다는 이유만으로 병원까지 원격진료가 확대 되면 동네의원은 설 자리를 잃게 된다. 이는 우리나라 국민들의 건강과 안전에도 결코 도움이 되지 못한다. 감기 등 경질환과 고혈압 당뇨 등 만성질환을 담당하는 역할을 수행하는 일차의료인 동네의원이 건강하게 성장해야 우리나라 국민의 건강과 안전도 담보되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상급종합병원들이 시범사업으로 수행 중인 의사 환자 간 고혈압 당뇨 관리사업에 동네의원은 우려의 시각을 보낸다. 당장이라도 그만두라는 것이다.

이러한 부작용을 인식한 문재인 정부는 지난 19대 대선 당시 더불어민주당의 원격의료 관련 공약에서 원격진료 폐지를 분명히 했다. 공약을 보면 ‘원격의료는 의료인-의료인 사이의 진료 효율화를 위한 수단으로 한정’이라고 약속했다. 여기서 의료인은 간호사 등 광의의 의료인이 아니다. 의료법상 좁은 범위의 의료인이다. 현행 의료법 제34조 원격의료 조항에서는 의료인을 의료업에 종사하는 의사 치과의사 한의사만 해당한다고 한정했다. 

대나무는 마디를 만들면서 자란다. 우리나라 보건의료정책도 잘 자라려면 그때그때 필요한 마디를 만들고 나아가야 한다. 그간 말이 많았던 원격진료에 대해 짚고 넘어가는 것도 그 중 하나일 것이다. 조만간 늦어진 보건복지부 장관 인선도 이뤄질 것이다. 새 보건복지부 장관은 취임하면 여러 보건복지 정책을 말할 기회가 있을 것이다. 그런 기회에 그간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원격진료 포기 결정을 선언해야 한다. 원격진료의 포기 선언은 동네의원의 원격진료 저지를 위한 자원 낭비를 막고, 이 자원을 국민의 건강과 안전에 돌리는 계기가 될 것이기 때문이다. 동네의원이 건강하게 자라야 국민의 건강과 안전도 한 수준 더 높아진다는 걸 거듭 강조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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