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의사회 황규석 회장이 의료대란의 배경으로 낮은 수가 구조와 과도한 형사처벌 부담등을 지목하며, 이러한 환경이 전공의 수련 시스템을 무너뜨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대한의사협회 출입기자단과 만난 황규석 회장은 “전공의들이 수련을 받아야 할 이유가 사라졌다”며, 의료사고 형사책임 완화와 합리적인 보상체계 마련, 의료정책에 전문가 의견을 반영하는 시스템 구축, 의료전달체계 재정립 등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Q. 최근 ‘의료계 블랙리스트’ 사건으로 징역형을 선고받은 사직 전공의를 위해 권순일 전 대법관 등의 무료 변론을 이끌어냈습니다. 이 판결을 ‘가혹한 정치적 판결’로 규정하셨는데, 대법원 최종판결을 앞두고 서울시의사회 차원의 추가적인 구명활동 계획이나 사법부를 향한 강력한 요구 사항은 무엇입니까?
대법관께서도 도와주시기로 했고, 법무법인에서도 이를 진행했지만 지금은 중단된 상태입니다. 피해 전공의가 해당 법무법인에 먼저 수임한 상황에서, 가해자와 피해자 또는 양쪽을 한꺼번에 변론할 수가 없기 때문입니다. 법률적인 자문이나 추가 수임은 중단된 상태이지만, 추가적인 법률적인 조언 등을 하고 있습니다.
형이 확정되고 나면 면허취소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서울시의사회는 면허취소에 요구되는 행정절차에 대해 협조해 처분이 떨어지는 시간을 최대한 미룰 예정입니다. (가해 전공의가) 올해 수련 마지막 연차로, 2026년만 지나면 전문의 자격을 취득할 수 있습니다. 전문의 자격 획득 후, 대법원 판결에서 면허취소 이하의 형으로 받아보려고 노력하겠습니다.
특정 개인의 신상을 공개하는 방식이 바람직한 행동이었다고 말할 수는 없습니다. 그러나 이 사건을 오직 개인의 범죄로만 규정하고 엄중 처벌하는 방식은 문제의 본질을 외면한 접근입니다. 사건의 책임을 오롯이 한 개인에게만 묻는 것은 매우 불공정한 측면이 있습니다.
회원보호가 최우선이지만 사실은 비정상적인 상황 때문에 벌어진 비극입니다. 한 개인에게 묻기보다는 서울시의사회와 의사사회가 함께 책임져야 할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Q. 2024년부터 이어진 의료대란 속에서 ‘전공의 수련비용 국가부담제’ 등을 대안으로 꾸준히 제시해 왔습니다. 당장 붕괴직전인 수련현장으로 전공의들을 다시 돌아오게 만들기 위해, 현시점에서 정부가 가장 먼저 취해야 할 ‘단 하나의 실질적 조치’는 무엇이라고 보십니까?
쉽게 말씀드리자면 수련을 받을 이유가 없어졌습니다. 수련받지 않아도 되는, 수련을 받음으로써 생길 수 있는 특별한 니즈가 사라져버렸습니다.
다른 하나는 과도한 형사처벌 문제로, 의사로서 가져야 할 사명감보다는 이익만을 추구하게 만드는 사회의 변화 때문에 수련 시스템 자체가 불필요한 것으로 느끼게 만들어버린 사회의 변화입니다.
형사처벌이 제일 중요한만큼 형사처벌 면책범위를 확대해주고, 의료사고처리 특례법의 경우 선의의 의료행위에 대해서는 책임을 묻지 않도록 완화시켜줘야 합니다.
의료 같은 전문적 분야에서 정책 결정에 있어 전문가의 목소리가 전혀 반영되지 못하는 현실에 젊은 의사들이 환멸을 느낀 것도 같습니다. 의료정책에 전문가의 목소리가 제대로 담길 수 있는 상황이 만들어져야 하고, 합리적인 보상체계가 있어야 합니다.
전문의 취득이 전문의가 아닌 것과 큰 차이가 없는 것들도 정책적으로 바꿔나가야 합니다. 전문의 가산수가 등이 신설된다면 유인책이 될 것 같습니다.
Q. 의대생들의 복귀가 ‘의료 정상화를 위한 진정한 전환점’이 돼야 한다고 강조하셨습니다. 여전히 정부와 의료계의 신뢰는 바닥에 떨어져 있는데, 대화채널 복원을 위해 서울시의사회가 구상하고 있는 로드맵이 무엇입니까?
여러 위원회들이 있지만 소위 말하는 ‘짜맞추기식’의 구성입니다. 의료라는 전문영역에서는 전문가의 목소리가 제대로 담기고, 전문가들이 제대로 된 정책 수립을 할 수 있는 시스템이 만들어져야 합니다.
지금도 보건의료전략위원회 의료혁신위원회가 구성돼 있는데, 그 안에서도 의료인들의 목소리가 정책에 제대로 반영되고 의료 전문가들의 목소리가 정책으로 드러나야 제대로 된 의료시스템을 만들 수 있습니다.
Q. 젊은의사들이 전공이나 의대생들이 의협 회무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흐름에 대해 환영하면서도 한편으로는 회무경영 부족에 대한 우려를 표하신 바가 있습니다. 젊은 세대들의 투쟁 에너지를 실질적인 정책 성과로 연결하기 위한 조언을 부탁드립니다.
43대 집행부는 출범 초기 전공의들의 목소리가 굉장히 많이 반영됐지만 의정갈등 이후 정반대의 상황이 되고 있습니다. 젊은 의사들이 참여할 수 있는 구조적인 장치가 있어야 합니다.
서울시의사회 역시 지금은 정관 개정이 필요해 이사 수를 늘릴 수가 없습니다. 내년 선거에서는 정관 개정을 통해 이사 수를 늘리고, 전공의 숫자를 늘리려고 합니다.
최근 의료정책 대안 제시를 위한 ‘젊은의사정책연구원’이 만들어졌는데, 지난 2월 서울시의사회는 대전협을 통해 약 1000만원의 기금을 전달한 바 있습니다. 매년 1000만원씩 정도는 젊의연에 지원하려고 하며, 전공의들이 서울시의사회에 정식으로 참여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겠습니다.
Q. 작년 9월, 전국에서 가장 먼저 ‘성분명처방 강제 법안 반대 궐기대회’를 주도했습니다. 성분명처방 법안의 국회 통과를 막기 위한 대국회 압박 전략이나 의약품 수급 불안정에 대한 의료계 차원의 현실적인 대안은 무엇입니까?
왜 약이 부족한지 근본적인 해결을 하지 않고 단편적으로 제도적 강제화로 해결하려는 접근 방식은 잘못됐습니다. 이를 해결하려면 국민들에게 성분명처방이 무엇인지 제대로 알려야 합니다. 성분명처방의 문제점을 모릅니다.
서울시의사회는 성분명처방 반대 공모전도 했었고, 지금도 광화문, 강남, 시청 등 세 군데에서 전광판으로 광고를 하고 있습니다.
국민들에게 제대로 알린다면 국민들도 의사들을 더 신뢰하고 의사가 처방한 약을 먹기를 원할 것입니다.
그렇게 국민을 위한다면 국민들이 원하는 곳에서 약을 탈 수 있도록 ‘국민 선택권 제도’를 하면 됩니다. 방문진료 등 많은 것들이 약배송 부분에서 막히고 있는데, 국민을 위한다면 의약품 배송도 적극 검토해야 합니다.
환자의 안전과 국민의 편익 측면에서 모든 정책이 결정돼야 합니다.
Q. 최근 여당 단독으로 보건복지위원회 소위를 통과한 ‘공공의대법(국립의전원법)’에 대해 ‘의회주의 파괴’라며 강도 높게 비판했습니다. 15년 의무복무 조항의 위헌성 외에도, 이 법안이 지역의료 격차 해소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확신하시는 가장 큰 의학적 이유는 무엇입니까?
공공의대를 만드는 이유가 지역의료 때문이라고 하지만, 지역의료 문제는 의료전달체계의 붕괴, 저수가, 법적책임 등의 문제 때문입니다. 숫자의 문제가 아닌데 숫자문제로 해결하려는 것은 정치적인 논리 때문입니다.
지방의 경우 통합을 하고 있는 추세입니다. 전라남도와 광주를 통합했는데, 여기에 공공의대를 왜 설치합니까? 논리 자체가 근본적으로 맞지 않습니다. 즉, 정치적인 논리로 공공의대를 만들려 한다는 것을 정치권 스스로 인정한 것입니다.
필수의료 보상구조 개편이나 지역의료기관 인프라 강화, 의료사고 부담완화, 의료전달체계의 재확립이 지역의료를 되살리는 길입니다. 이 문제는 확실하게 정책 실패로 끝날 것입니다.
Q. 정부의 무분별한 의대 정원 증원이 오히려 지역의료와 필수의료를 붕괴시키고 있다고 연일 진단하고 있습니다. 단순히 ‘원점 재논의’ 구호를 넘어, 대한민국 의료전달체계를 근본적으로 바로잡기 위해 가장 시급하게 도입해야 할 제도적 보완책은 무엇입니까?
대한민국은 의료전달체계라는 단어가 생소할 정도로 의료전달체계가 무너져 있습니다. 문재인케어 당시 정부가 나서서 언제든지 원하는 곳에서 진료받을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어버렸고, 때문에 전국의 모든 환자들이 서울로 몰려와 소위 BIG5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습니다. 정작 그곳들은 원래 기능인 교육과 수련, 연구와는 점점 더 멀어지고 있고, 의료의 질은 더 나빠지면서 시스템이 붕괴되고 있습니다.
근본적으로 1차의료 중심으로 의료체계가 확립돼야 하며, 의료시스템이 유지될 수 있도록 필수의료 분야에 대한 합리적인 보상이 강화돼야 합니다. 제대로 병원을 운영할 수 있도록 수가를 만들어줘야 합니다.
우리나라의 경우 1차, 2차, 3차 의료기관으로 나뉘고 있는데 ‘교육’과 ‘연구’ 중심의 4차 전문 의료기관을 지정하는 것도 검토해 제안하려고 합니다. 1차, 2차, 3차를 거쳐 여기에서도 치료가 어려운 환자들만 4차로 전원하는 시스템으로 의료를 되살리는 것은 물론 의학교육과 의학을 발전시키는 시스템을 만들어야 합니다.
새로 의대를 만드는 것이 아니라 시스템만 다시 제대로 정립한다면 대한민국 의료는 정상화 될 수 있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