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의료원장의 직격…“정부, 정말로 지필공 절실한가”

2026-02-27 06:00:02

“15~20년 뒤 장밋빛 전망, 그 전에 지역의료 붕괴된다”
의정연, 지역의사제 문제점 짚는 의료정책포럼 개최


강릉의료원 최안나 원장이 지역의사제를 향해 “거대한 실패가 될 것”이라고 직격했다. 단순한 우려가 아니라, 현장에서 체감한 문제의식에 기반한 단언이었다.

지난 25일 의료정책연구원이 개최한 43-10차 의료정책포럼 ‘지역의사제도 이대로 괜찮은가’ 패널토론을 통해 최안나 강릉의료원장이 이같이 말했다. 

최안나 의료원장은 “지역의사제는 지역∙필수∙공공 의료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취지이지만 지금의 방식으로는 절대 해결이 안 된다”고 강조했다. 

최 원장은 먼저 시점의 문제를 지적했다. “장미빛 미래가 성공적으로 실현된다 하더라도 15년, 20년 후의 이야기”라며 “그때 가서 일하고 싶더라도, 지금의 의료 인프라가 그때까지 살아남지 못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결국 막대한 예산을 투입하고도 지역의료 기반이 붕괴된다면 정책은 실패라는 것이다. 

때문에 최 원장은 “그때 가서는 이 정책을 추진한 사람들은 제자리에 없을 것”이라며 “재정적 부담은 결국 미래세대가 떠안게 된다”고 덧붙였다.

더불어 현재 의료문제를 “오랫동안 누적된 구조적·정책적 실패”라고 규정하면서 “공급 요인만 해결해서는 절대로 안 된다”고 선을 그었다.

최 원장은 “정부가 내놓는 모든 정책은 공급을 어떻게 늘릴 것인가에만 집중돼 있다”며 “국민들의 한정된 의료자원 이용을 어떻게 합리적으로 제한할 것인지에 대한 이야기는 없다”고도 지적했다. 

이에 대한 대안으로 최 원장은 의료전달체계 안에서 지역 이용 시 본인부담을 낮추는 방식 등을 제시했다. 

최 원장은 “수도권 병원의 치료 경과가 지역병원의 예후보다 높기 때문에 서울병원을 이용하는 게 합리적인 선택이라면, 지역의사제를 할 게 아니라 수도권 병원을 더 지어야 한다”며 “지역에서 치료받으면 사망률이 높다는 전제를 두고 지역의사제를 추진하는 것은 모순”이라고 지적했다.

필수의료 특별회계 신설과 관련해서도 날을 세웠다. 예산이 확정됐지만, 어디에 어떻게 써야 할지 방향을 못 잡고 있다는 분석에서다.

이에 “지난 2년 동안 의료 붕괴를 이야기하며 수많은 논의와 자료, 토론을 했는데도 예산 사용 방향조차 정하지 못했다”며 “우리(의료계)가 더 적극적으로 안을 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현장사례도 구체적으로 제시했다. 최 원장은 “지역에 의사가 없는 것도 아니고 자원이 없는 것도 아니다. 필요한 곳에 효율적으로 쓰지 못하게 하는 규제가 너무 많다”고 말했다.

예컨대 인근의 공중보건의가 주말당직을 맡겠다고 해도 위수지역 제한 때문에 불가능하고, 타과 전문의가 응급실을 돕고 싶어도 현행 규정상 제약이 따른다는 것이다. 때문에 최 원장은 “규제만 완화해도 지금 당장 해결할 수 있는 부분이 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지역 의료기관이 고액 연봉을 제시해도 의사를 구하지 못하는 현실을 언급하며 “몇 억을 줘도 안 오는 데는 이유가 있다. 커리어에 공백이 생기면 안 오고, 의료사고를 혼자 책임져야 할까 봐 안 온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최소한 지역∙필수∙공공의료 종사자에 대한 형사면책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지역정착의 조건으로는 가족 환경을 꼽으며 “가족이 함께 정착해 자녀를 키우고 교육을 시킬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져야 한다. 임신·출산으로 인한 불이익이 지역의사제에서 발생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최 원장은 “젊은 의사들에게 아이 낳지 말라는 정책이 돼서는 안 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강제보다는 인센티브 중심 접근이 필요하다고도 주문했다. 세금감면 등 실질적 혜택을 통해 국가가 인정하는 일이라는 자부심을 줘야 한다는 취지다. 

정치권과 지자체의 우선순위 문제도 언급했다. 최 원장은 “의료문제가 대한민국의 우선순위에 있지 않은 것 같다. 정책결정권한이 있는 대통령부터 국회까지, 의료문제를 절박하고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고 있다”고 했다. 

이어 “지난 2000명 증원 당시 총선에서 어느 당도 공약으로 제시하지 않았다”면서 “오는 6월 지선에서도 공약은 안 나올 것이다. 지역에서 원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지역민들이 많이 원하고, 중요하게 여기는 안건이라면 정치인들도 공약으로 내세울 것이라는 분석이다.

이 날 최 원장은 문제의 본질을 짚었다. 그는 “환자가 있고 운영이 가능하면 (지역의료에 종사)하지 말라고 해도 한다. 강제와 면허 박탈로 해결할 수 있다는 생각 자체가 착각”이라며 “지역의사제가 진정으로 지역민의 건강을 위한 정책이라면, 규제가 아니라 인센티브와 구조개편으로 가야 한다”고 말했다.

최 원장의 발언은 단순한 반대가 아니라, 현장에서 체감한 위기의식과 제도 설계의 방향 전환을 요구하는 메시지였다. 최 원장은 “정말 지필공을 살리고 싶다면 지금 방식은 아니”라며 “이제는 우리가 대안을 내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노영희 기자 nyh2152@medifonews.com
< 저작권자 © Medifonews ,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
- 본 기사내용의 모든 저작권은 메디포뉴스에 있습니다.

메디포뉴스 서울시 강남구 논현로 416 운기빌딩4층 (우편번호 :06224) 정기간행물 등록번호: 서울아 00131, 발행연월일:2004.12.1, 등록연월일: 2005.11.11, 발행•편집인: 진 호, 청소년보호책임자: 김권식 Tel 대표번호.(02) 929-9966, Fax 02)929-4151, E-mail medifonews@medifo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