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귀 뇌발달질환 ‘웨스트 증후군’의 발작 양상 변화 과정 규명

2025-11-04 14:44:51

고려의대 한기훈 교수 공동연구팀, 발작 양상 변화 과정을 뇌세포 수준에서 처음 밝혀내



고려대학교 의과대학 뇌신경과학교실 한기훈 교수와 한국뇌연구원 이계주 박사, 기초과학연구원 시냅스뇌질환연구단 김은준 단장, 한국기초과학지원연구원 김진영·정영애 박사가 공동연구를 통해 웨스트 증후군(West syndrome)의 발작 양상 변화 과정을 동물모델에서 정밀히 규명했다고 4일 밝혔다.

웨스트 증후군은 신생아 1만 명당 6명 미만에서 발생하는 희귀 뇌발달질환으로, 생후 1세 이전에 시작되는 영아연축(Infantile spasm) 발작이 특징이다. 발달지연과 지적장애를 동반하는 난치성 질환으로 영아연축이 사라진 이후에도 다른 유형의 발작이 나타나 평생에 걸쳐 신경학적 문제를 일으키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발작 양상의 변화가 어떠한 신경생물학적 과정을 통해 일어나는지는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다.

연구팀은 웨스트 증후군 환자에서 반복적으로 보고된 CYFIP2 유전자 점변이(p.Arg87Cys)를 갖는 생쥐 모델을 대상으로, 생애 초기 영아연축 발생 시점부터 생후 7개월령까지의 전 과정을 장기적으로 추적 분석했다. 생쥐 모델은 생후 1주일경 영아연축이 나타난 뒤 발작 증상이 사라지고, 이후 약 3개월간의 무증상기를 거쳐 생후 14주(사람의 성인기에 해당) 무렵부터 새로운 형태의 자발적 발작이 다시 발생했다. 또한, 생후 7개월까지 발작의 빈도와 강도가 점차 증가하는 양상을 보였다.
연구팀은 이러한 전 과정을 뇌 시료에 대한 전사체, 단백체, 지질체 등 다중오믹스(Multi-omics) 기법과 세포 구조에 대한 전자현미경 관찰 등을 통해 정밀분석했다. 그 결과, 신경세포에서는 흥분성 시냅스 수와 구조가 변화하며 수상돌기에 신호를 전달하는 전시냅스가 밀집되는 현상이 관찰되었다. 또한 뇌를 지탱하고 보호하는 아교세포는 희소돌기아교세포, 미세아교세포, 별아교세포의 순서로 단계적으로 활성화되었다. 특히 별아교세포에서는 지질이 과도하게 축적되고 미토콘드리아 형태가 변형되는 등 지질대사 이상이 확인되었다. 이는 뇌세포 내 에너지 균형이 무너졌음을 보여주는 결과이다. 

 한기훈 교수는 "국내 최고 수준의 연구기관들이 협력해 웨스트 증후군의 발작 양상 변화 과정을 분자 및 세포 수준에서 정밀히 규명했다는 점에 의의가 있다"며, "질환 초기나 무증상기에 나타나는 특성을 조절해 발작 양상의 변화를 억제하거나, 새로운 발작이 나타난 이후에도 별아교세포의 지질대사 이상을 조절해 증상을 완화할 가능성을 제시했다"고 밝혔다.

이번 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 PLOS Biology(생물학 분야 상위 10% 이내)에 ‘웨스트 증후군 생쥐 모델에서의 발작 진화는 복잡하고 시간 의존적인 시냅스 리모델링, 신경교증 및 지질 대사의 변화를 수반(Seizure evolution in a mouse model of West syndrome involves complex and time-dependent synapse remodeling, gliosis and alterations in lipid metabolism)’이라는 제목으로 게재됐다.


조수현 기자 jsh602@medifo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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