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연구진이 폐경기 호르몬 치료제(MHT)와 심혈관질환(CVD) 위험 간의 관련성을 분석한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이 연구는 한국 여성의 대규모 건강보험 데이터를 기반으로 진행되었으며, 특정 호르몬 치료제의 사용이 심혈관질환 위험을 증가시킬 수 있음을 밝혔다.
인제대학교 상계백병원 산부인과 육진성 교수와 심장내과 김병규 교수 연구팀은 2011년부터 2014년까지 폐경을 경험한 40세 이상의 여성 268,596명을 대상으로 폐경기 호르몬 치료와 심혈관질환 발생 위험을 비교 분석했다. 연구 결과, 폐경기 호르몬 치료를 받은 여성에서 심혈관질환 발생 위험이 22%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위험비 HR 1.22, 95% 신뢰구간 1.14–1.31).
특히 티볼론(Tibolone)을 사용한 경우 심혈관질환 위험이 38% 증가(HR 1.38, 95% 신뢰구간 1.27–1.50)했으며, 반면 에스트로겐 단독 요법이나 에스트로겐/프로게스토겐 복합 요법은 전체적으로 유의미한 위험 증가를 보이지 않았다. 더욱이, 복합 요법 중 디드로게스테론(dydrogesterone)을 포함한 경우 심혈관질환 위험이 감소하는 경향을 보였다(HR 0.74, 95% 신뢰구간 0.56–0.98).
육진성 교수는 “폐경기 호르몬 치료를 받을 때 심혈관질환 위험을 고려해야 하지만, 모든 치료제가 동일한 영향을 미치는 것은 아니다”며 “특히 티볼론의 사용은 신중해야 하지만, 일부 프로게스토겐이 포함된 복합 요법은 심혈관 보호 효과가 있을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이번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폐경기 여성에게 맞춤형 치료 전략을 제공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김병규 교수는 “이번 연구는 한국 여성의 대규모 데이터를 바탕으로 한 실질적인 임상적 근거를 제공한다는 점에서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며 “호르몬 치료를 고려하는 폐경기 여성은 단순히 갱년기 증상 완화를 넘어 장기적인 심혈관 건강까지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특정 호르몬 요법이 심혈관질환 위험을 줄일 수 있다는 점에서, 향후 이를 기반으로 한 추가 연구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번 연구는 국제학술지인 유럽 내분비학 저널(European Journal of Endocrinology, 인용지수 5.8) 최신판에 게재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