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빌로이 치료 필요한 말기 위암환자, 벼랑 끝에 내몰면 안 돼”

2025-01-15 11:12:00

위암치료제 빌로이와 식약처 허가를 동시에 받은 바이오마커 클라우딘18.2 양성 여부 확인을 위한 동반진단 의료기기가 신의료기술평가 절차로 인해 빌로이가 출시돼도 말기 위암 환자들이 비급여로 사용할 수 없는 문제를 정부는 신속히 개선해라.

2024년 9월 20일, 식품의약품안전처(이하, 식약처)는 클라우딘18.2(CLDN18.2) 양성이며 HER2 음성인 절제 불가능한 국소 진행성 또는 전이성 위선암 및 위식도 접합부 선암 환자를 대상으로, 플루오로피리미딘계 및 백금 기반 화학요법과 병용해 사용하는 1차 치료제로 ‘빌로이’(성분명: 졸베툭시맙)를 허가했다. 

이와 함께 “CLDN18.2 양성 여부는 식약처에서 승인한 동반진단 의료기기를 이용해 평가한다”는 내용을 명시했으며, 식약처는 동반진단 의료기기인 한국로슈진단의 VENTANA CLDN18 (43-14A) RxDx Assay도 같은 날 동시 허가했다. 빌로이는 일본(2024.3.26.), 영국(2024.8.14.), 유럽 EMA(2024.9.19.), 미국 FDA(2024.10.18.), 캐나다(2024.12.13.), 중국(2024.12.25.)에서도 동일하게 허가됐다.

빌로이 치료 대상이 되는 클라우딘18.2 양성 여부를 진단하기 위해서는 면역조직화학염색검사법(Immunohistochemistry, 이하 IHC)을 사용한다. IHC 검사법은 암 조직 내 특정 단백질 발현을 확인하는 방법으로, 유럽종양학회(ESMO) 임상진료지침과 미국 국립종합암네트워크(NCCN) 가이드라인에서도 대상 환자 선정 기준으로 동일한 검사법을 권고하고 있다.

아스텔라스는 위암치료제 빌로이를 2025년 1월 출시를 준비 중이지만, 말기 위암 환자들은 비급여로조차 치료받을 수 없는 심각한 상황에 부닥쳐 있다. 이는 빌로이를 처방받기 위해 동시 허가받은 동반진단기기인 한국로슈진단의 VENTANA CLDN18 (43-14A) RxDx Assay를 통해 클라우딘18.2 양성 여부를 확인해야 하지만, 현재 클라우딘18.2에 대한 진단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국내에서는 IHC 검사법이 암종이나 바이오마커가 새롭게 추가될 때마다 한국보건의료연구원(NECA)의 신의료기술 평가를 통과해야만 사용이 가능하다. 

클라우딘18.2에 대한 IHC 검사법은 이미 HER2(유방암, 위암), ALK(폐암), PD-L1(폐암, 위암) 등 주요 바이오마커 진단에 널리 활용되고 있다. 따라서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서 기존기술로 인정될 경우, 빌로이는 클라우딘18.2에 대한 IHC 동반진단과 함께 해당 말기 위암 환자들이 즉시 치료받을 수 있게 된다. 

그러나 기존기술이 아닌 신의료기술 평가를 받아야 한다면 사용 가능 시점까지 최대 320일(의료기기 허가 80일 + 진단검사 신의료기술 평가 140일 + 의료행위 건강보험 등재 100일)이 소요될 수 있다. 이 기간에 클라우딘18.2 진단이 불가능해져 해당 말기 위암 환자들은 치료 기회를 상실하게 된다. 

이는 치료가 한시가 급한 말기 위암 환자들을 풍전등화(風前燈火)와 같은 위태로운 상황으로 내모는 것과 같다.

지난해 11월,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은 1차 전문평가위원회 회의에서 빌로이의 IHC 동반진단 안건에 대해 주요 임상 가이드라인 등재 근거 제시를 요구하며 결정을 보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빌로이는 2024년 12월 20일, 미국암종합네트워크(NCCN) 위암 진료지침개정판(Version 5.2024)에 우선권고요법(category1)로 등재됐다. 지난 2025년 1월 6일에는 한국형 위암 진료 가이드라인이 대한위암학회 공식 학술지인 JGC(Journal of Gastric Cancer) 온라인판에도 게재됐고, 이로써 추가 임상 가이드라인 등재 근거를 충족하게 됐다. 

오는 2025년 1월 20일로 예정된 2차 전문평가위원회에서는 이러한 상황을 충분히 고려해 클라우딘 18.2 진단 공백으로 인해 말기 위암 환자들이 피해를 보는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신중하게 결정해야 할 것이다. 

말기 위암치료제 빌로이와 식약처 허가를 동시에 받은 바이오마커 클라우딘18.2 양성 여부 확인을 위한 동반진단 의료기기 신의료기술 평가 논란은 국내 동반진단 제도의 문제점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상징적인 사례이다. 신약 개발과 첨단 의료기술이 빠르게 발전하는 상황에서 동반진단 관련 제도적 개선이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환자들의 치료 접근권은 제한될 수밖에 없다. 

특히, 치료 시기가 생명과 직결되는 말기 암 환자들에게 이러한 지연은 단순한 불편을 넘어 생명에 치명적인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이에 한국환자단체연합회는 생명과 직결된 치료제에 대한 환자 접근성을 보장하기 위해 동반진단 제도 관련 개선방안을 신속히 마련할 것을 정부에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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