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혈병·혈액암 환자 10명 중 4명은 골수검사 받다가 실패해 다시 받은 경험이 있으며, 실패 경험 있는 환자 절반은 3회 이상 골수검사를 받아야만 했던 것으로 나타나 골수검사를 시행하는 의료진의 숙련도에 대한 개선이 필요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백혈병환우회가 10월 24~31일 8일 동안 회원 중 골수검사 경험이 있는 백혈병·혈액암 환자 대상으로 진단 및 치료 경과를 확인하기 위해 시행하는 골수검사 관련 실태조사와 환자의 경험을 알아보는 설문조사 결과를 12월 17일 발표했다.
이번 설문조사에 참여한 환자는 총 355명이며, 질환 유형은 급성골수성백혈병이 161명(45.4%)으로 가장 많았고, ▲급성림프구성백혈병 88명(24.8%) ▲만성골수성백혈병 48명(13.5%) ▲만성림프구성백혈병 17명(4.8%) ▲골수형성이상증후군 17명(4.8%) ▲만성단핵구성백혈병 4명(1.1%) ▲재생불량성빈혈 4명(1.1%) ▲다발골수종 4명(1.1%) ▲림프종 2명 (0.6%) ▲기타(급성혼합형백혈병, 급성전골수성백혈병, 골수섬유증 등) 10명(2.8%) 순으로 집계됐다.
먼저 검사 및 치료경과를 확인하기 위한 골수검사를 받은 경험이 있는지에 대한 질문에 1명(0.3%)를 제외하고 354명(99.7%)이 있다고 답변했다.
골수검사는 혈액 또는 종양성 질환의 진단과 치료경과를 확인하기 위해 골수가 들어 있는 골반 뼈를 굵고 긴 바늘로 찔러 골수조직을 채취하는 침습적 골막천자를 말한다.
골수검사를 받은 경험이 있는 354명 중에서 골수검사를 한 번 만에 성공하지 못하고 여러 번 받은 경험이 있는지에 대한 질문에 한 번 만에 성공했다는 답변은 219명(61.9%)이었고, 여러 번 받았다는 답변은 135명(38.1%)으로 나타났다.
이는 골수검사를 받은 백혈병·혈액암 환자 10명 중 4명은 한번 만에 성공하지 못하고 골수검사를 여러 번 받은 고통과 불편을 겪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골수검사를 한 번에 성공하지 못해 여러 번 받았다고 답변한 135명 중 골수검사를 받을 당시 몇 번 만에 성공했는지에 대한 질문에 두 번째에 성공한 경우가 68명(50.4%)으로 절반에 해당했다.
이어서 ▲3번째가 37명(27.4%) ▲4~5번째가 24명(17.8%) ▲기타(6회 또는 7회, 2시간 정도 10번 넘게 한 적 있다, 8회 후 실패, 7회 등) 6명(4.4%)으로 세 번째 이상에서 성공한 경우가 67명(49.6%)였다.
즉, 골수검사를 한 번 만에 성공하지 못한 백혈병·혈액암 환자 10명 중 4명에 달하며, 이 중 절반은 적어도 세 번째 이상 골수검사에서 성공했다는 것이다.
이는 부분 마취를 시행한다고 하지만 통증이 심한 대표적 침습적 검사행위인 골수검사로 인해 백혈병·혈액암 환자들이 불필요한 고통과 피해를 보고 있다는 사실을 방증하는 셈이라고 볼 수 있다.
또한, 골수검사를 한 번에 성공하지 못해 여러 번 받았다고 답변한 135명 대상으로 다른 의료인으로 교체된 경험이 있는지에 대한 질문에 교체한 경험이 있다는 답변이 68명(50.4%)을 기록했다.
의료인이 교체된 경험이 있다고 답변한 68명 대상으로 몇 번 실패 후 교체됐는지에 대한 질문에 대해서는 1회 실패 후 교체된 경우가 30명(44.1%)이었고, 2회 실패 후 23명(33.8%)이었으며, ▲3회 실패 후 8명(11.8%) ▲4~5회 실패 후라고 답변한 사람이 7명(10.3%) 순으로 답변이 나왔다.
골수검사가 통증이 심하고 환자안전사고 우려도 있는 대표적인 침습적 검사행위이므로 1회 실패 시 숙련된 고학년 레지던트나 전문의로 교체돼야 하지만 38명(55.9%)이 2회 이상 실패한 후 교체됐고, 8명이 3회 실패 후 교체됐으며, 7명이 4~5회 실패 후 교체된 점을 고려하면 이는 환자안전을 넘어 환자의 진료받을 권리를 심각하게 침해하는 수준이라고 볼 수 있다.
특히, 한국백혈병환우회는 “골수검사는 수련병원에서 1년 차 레지던트가 수련 목적으로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고, 이들의 골수검사 숙련도가 전문의에 비해 부족하다는 점을 고려하면 골수검사 등과 같은 침습적 검사행위 관련한 환자의 안전과 인권을 보호하기 위한 가이드라인과 매뉴얼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한편, 지난 2월 19일 정부의 의대정원 2천명 증원 발표에 항의해 전공의 약 1만 명이 집단사직을 하면서 발생한 인력 공백을 일부 메우기 위해 정부는 2024년 2월 27일부터 진료지원인력 시범사업를 추진했고, 참여 의료기관에서는 전문간호사도 골수검사 시행을 할 수 있도록 했다.
이와 관련해 설문조사 결과, 진료지원인력 시범사업 시행(2024년 2월 27일) 이전 골수검사 시행 시 의사가 아닌 전문간호사에게 받은 경험이 있는지에 대한 질문에 골수검사를 전문간호사에게 받은 경험이 있다는 답변이 21명(5.9%)으로 소수에 불과했다.
이어서 없다는 답변이 286명(80.8%)에 달했고, 잘 모르겠다는 답변이 47명(13.3%)으로 나왔다.
진료지원인력 시범사업 시행(2024년 2월 27일) 이후 골수검사 시행 시 의사가 아닌 전문간호사에게 받은 경험이 있는지에 대한 질문에 전문간호사에게 받은 경험이 있다고 답변한 사람은 9명(2.5%)으로 집계됐다.
한국백혈병환우회는 “진료지원인력 시범사업 시행(2024년 2월 27일) 이전에 비해 이후에 전문간호사에게 골수검사를 받은 경험이 3.4% 줄어든 이유는 2심 형사법원이 1심 판결을 뒤집고 의사가 현장에서 지도·감독하더라도 전문간호사가 골수검사를 직접 한 이상 진료보조가 아닌 진료행위로 봐야 한다면서 서울아산병원에 유죄를 선고했고, 대법원의 최종 판결을 앞둔 시기라는 점에서 진료지원인력 시범사업 지침에는 전문간호사가 할 수 있는 업무에 골수검사가 포함돼 있지만, 상당수의 시범사업 참여 병원에서 골수검사를 전문간호사가 아닌 전공의나 전문의가 시행하도록 했기 때문으로 추정된다”고 견해를 밝혔다.
더불어 ‘골수검사를 의사만이 할 수 있는 절대적 의료행위라고 생각합니까? 아니면 의사가 지도·감독하면 전문간호사도 할 수 있는 진료보조행위라고 생각하십니까?’라는 질문에 대해서는 “의사만이 할 수 있는 절대적 의료행위라고 생각한다.”라고 답변한 환자가 절반 수준을 넘어 354명 중 214명(60.5%)에 달했다.
이와 함께 ‘의사가 지도·감독하면 전문간호사도 할 수 있는 진료보조행위라고 생각한다’라고 답변한 환자가 120명(33.9%)이었고, “잘 모르겠다.”고 답변한 환자가 20명(5.6%)이었다.
추가로 ‘골수검사 관련 교육과 수련을 받고, 의사의 지도·감독을 받으면 전문간호사도 골수검사를 할 수 있도록 하는 것에 찬성하십니까?’라는 질문에 대해 “반대한다”고 답변한 환자는 354명 중 절반 수준인 175명(49.4%)으로 집계됐다.
“찬성한다”고 답변한 환자가 139명(39.3%)이었고, “잘 모르겠다.”고 답변한 환자가 40명(11.3%)이었다.
한국백혈병환우회는 “2014년 혈액암이 의심되는 9살 전예강 어린이가 요추천자 시술을 1년차 레지던트 2명이 번갈아 가며 시행하다가 5회 실패한 후 사망한 사건과 2017년 백혈병 치료 중인 6살 김재윤 어린이가 주사실에서 인턴 1명과 1년차 레지던트 1명으로부터 골수검사를 받다가 사망한 사건은 침습적 검사행위로 인해 발생한 대표적인 환자안전사고”라고 밝혔다.
이어 “골수천자, 요추천자, 복수천자 등 환자에게 통증이 심하고 침습적 검사행위는 환자안전사고 발생 위험이 크기 때문에 숙련도가 부족한 전공의로부터 수련과정에서 환자가 고통과 피해를 보지 않도록 수련병원에서는 수련의 대상인 환자의 안전과 인권을 보장하는 가이드라인과 매뉴얼을 만들어 운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정부는 전공의 수련병원 지정요건에 이러한 내용이 포함되도록 조치해야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