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중보건의사이자, 대한민국 정부의 공무원으로서 피를 토하는 심정으로 말합니다.
저희는 지금 이 순간도, 대한민국 격오지의 최전선에서 의료빈틈을 메운다는 사명감으로 일하고 있습니다.
대한민국 최남단 가거도와 최서단 백령도에서도, 전국 곳곳의 교도소들과 수십 개의 섬을 지키는 병원선에서도 저희는 굳건히 존재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더 이상 대한민국에 공중보건의사는 없습니다.
현역 입대한 의대생은 이미 8월에 1000명이 넘어갔습니다. 의대생 2469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에서 70.5%는 현역 복무를 계획했습니다. 전공의들의 입대가 시작되고 나면, 군의료자원은 더 이상 없습니다.
정치와 선거용으로 만들어낸 허상의 어쭙잖은 의료공백이 아니라 실재하는 진짜 의료공백이 옵니다.
계엄령 이전, 이미 청년 공중보건의사들은 정부에 의해 계엄군처럼 다뤄졌습니다.
어떤 법적 보호와, 업무에 대한 가이드라인조차 없이 하루 내지 이틀의 교육 이후 즉각적인 현장으로 투입돼 주 80시간까지 근무할 수 있는 단서 하에, 수당까지 장기간 미지급됐습니다.
그러나 불합리한 상황에서도 저희는 자리를 지켰습니다. 이제는 대한민국 격오지를 지킬, 공중보건의사를 지키고자 합니다.
전공의를 콕 집어 처단한다던 폭압적인 대통령의 의료개혁은 이제 없습니다. 또한, 갈등 이전의 대한민국 의료는 이미 훌륭했으며, 든든한 의료가 곧 민생입니다.
돌이킬 수 있는 마지막 순간입니다. 보건복지부와 교육부는 결단을 내리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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