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는 소아 중환자실이 많이 부족하고, 소아 중환자실을 운영할 인력마저도 인력난에 빠져있어 소아 중환자실 관련 시설·인력 확충이 시급히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제기됐다.
‘제74차 대한소아청소년과학회 추계학술대회’가 10월 24일 그랜드 워커힐 서울에서 개최됐다.
이날 성균관의대 조중범 교수가 ‘소아중환자실 운영의 현황과 미래’를 주제로 발제했다.
먼저 조 교수는 우리나라의 경우 전체적으로 소아중환자실이 부족해 절반 이상의 소아 중환자들이 일반 중환자실에서 치료를 받다가 죽어가고 있는 바, 소아중환자실 확충 등이 필요하다는 지적을 제기했다.
구체적으로 “우리나라는 매년 약 1000명의 어린이가 중환자실에서 사망하고 있는데, 소아 중환자 중 45%만이 소아 중환자실(PICU)에 입원 치료를 받고 있으며, 나머지 55%는 일반 중환자실(ICU)에 입원해 치료를 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즉, 약 400명의 어린이가 소아중환자실(PICU)에서 소아에 특화된 전문적인 치료를 받다가 죽음을 맞이한다면 나머지 500~600명의 어린이들은 일반 중환자실(ICU)에서 치료를 받다가 죽음을 맞이하고 있다는 것이다.
또한, 조 교수는 “서울에서는 소아 중환자의 63.7%가 소아 중환자실(PICU)에 입원해 치료를 받고 있다면, 서울 이외의 지역에서는 지방과 대도시 구분 없이 소아 중환자의 72.3%가 일반 중환자실(ICU)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고 전했다.
더불어 신생아 중환자실(NICU)는 각각 ▲상급종합병원 41개소 ▲종합병원 42곳에서 병원당 평균 21.1병상을 보유하고 있다면, 소아 중환자실(PICU)는 상급종합병원 11개소와 종합병원 2개소 등 총 13곳의 병원만이 갖추고 있고 병원당 평균 12병상에 그치는 현실을 밝히며, 소아 중환자실(PICU)이 매우 부족한 현실에 대해 지적했다.
설상가상으로 그나마 있는 소아 중환자실(PICU)의 사망률도 높은 상황으로, 조 교수는 의·정 갈등發 전공의 사직 사태 이전 기준 신생아 중환자실(NICU)의 사망률이 1.3%까지 떨어진 반면, 소아 중환자실(PICU)의 사망률은 여전히 4%대에 머물고 있다고 꼬집었다.
주요국의 경우, 각각 ▲미국 2.4% ▲핀란드 1.1% ▲일본 2.6% ▲스웨덴 2.5% ▲호주·뉴질랜드 2.6% 등으로 1~2%대의 사망률을 보이고 있는 것을 비교하면 우리나라의 소아중환자실 사망률이 해외 대비 높은 수치를 보이고 기록하고 있다면서 심각성을 강조했다.
소아중환자실의 인력 공백에 대해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제기됐다.
조 교수는 “일본의 경우, 전체 소아 중환자실(PICU) 280병상을 담당하는 중환자 전문의는 158명으로, 사실상 2개 병상당 중환자 전문의가 1명씩 배치돼 진료를 하고 있는 반면, 우리나라는 일본 대비 의사 1명당 많은 수의 병상을 담당해야 한다”고 밝혔다.
더욱이 “응급실과 중환자실은 24시간 운영이 돼야 하는 체계이다보니 전공의 사직 사태 이전까지 전공의 의존도와 인력 집중도가 굉장히 높은 분야였다”면서 “주간·야간·주말 가릴 것 없이 많은 부분에 대해 전공의 선생님들이 노력을 해주셨던 부분들이 현재 전공의 선생님들이 빠져나가면서 큰 공백으로 다가오고 있다”고 전했다.
따라서 조 교수는 소아 전문진료질병군 검토와 소아 중환자실(PICU) 확대, 소아청소년과 전문의 확보를 위한 법적 제도 등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개진했다.
특히, 최근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전문의 중심 병원’ 추진과 관련해 현실적으로 전문의에 의한 당직 시스템이 유지가 되려면 추가로 5~6명 이상의 전문의 인력이 필요하지만, 현재 우리나라는 전문의를 뽑기가 어려운 환경·시스템을 갖추고 있음을 강조했다.
이어 “전문의 중심 병원이 되려면 보람찬 일을 하면서 삶의 질도 유지되는 모습을 의사 후배들에게 보여줘야 한다”면서 “여러 수가·제도 등에 대해 많은 보완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아울러 조 교수는 “권역응급의료센터 재지정 평가 사업과 관련해 방문한 한 대학병원의 응급의학과 과장에게 6세 소아가 중환자실 입원이 필요한 상황이 발생하면 어떻게 대처하는지를 묻자 신생아 중환자실 교수가 24시간 상주하니 괜찮다는 답변을 들을 수 있었다”고 한탄했다.
이어 “신생아 중환자실과 소아 중환자실을 구별하지 못하는 것이 우리나라의 현실이라고 한탄하면서 소아 중환자실 진료에 대해 많이 알리고 의료인부터 잘 알고 구분할 수 있도록 인식 개선 등의 노력이 필요해 보인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