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의 중심 병원 20년 걸린다…지원율부터 개선해야

2024-06-03 06:00:42

김형렬 이사 "정원 2000명 늘려봤자 흉부외과 추가 지원자 미미할 것"

정부가 현재 추진 중인 의대정원 증원과 전문의 중심 병원으로의 전환 등은 현실성이 없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이어 흉부외과 위기를 타개하려면 흉부외과에 지원하지 않는 이유를 파악해서 지원율을 끌어올리는 것에 집중해야 한다는 목소리들이 쏟아졌다.

대한심장혈관흉부외과학회가 제4회 아시아소아심혈관외과학회(AAPCHS) 연례회의와 공동으로 제38회 대한심장혈관흉부외과학회 춘계 통합학술대회를 6월 1일 드래곤시티호텔에서 진행했다.

이날 대한심장혈관흉부외과학회는 전문의 중심 병원 전환에 대해서도 현실성이 없다는 지적을 제기했다.

임청 대한심장혈관흉부외과학회 이사장은 “전문의 중심 병원이 되려면 전문의가 있어야 하는데, 지금 당장 병원에 있는 교수들도 나가고 있음은 물론, 모집 공고를 내도 지원자가 없는 것이 현실”이라고 밝혔다.

이어 “병원 경영인 입장에서는 월 10억원 이상의 매출을 올려야만 교수 1명과 함께 PA와 체외순환사 등 수술을 할 수 있는 1개 팀 구성에 필요한 인력 10명을 추가로 고용할 수 있다”면서 “병원 입장에서는 10명의 사람들에게 월급을 다 줘야 하는데, 예산에 한계가 있으므로 어려운 것이 현실이라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정의석 대한심장혈관흉부외과학회 기획홍보위원장은 “흉부외과 현실이 전문의 중심 병원으로 되려면 전문의와 PA가 필요한데, PA가 여태까지 법 태두리 밖에 있었고, 보상도 적절하지 않으며, 체외순환사들 역시 필요한 존재들임에도 경제적으로 어렵다고 이야기 함은 물론, 흉부외과 의사들은 번아웃을 호소하고 있다”고 정리하면서 이런 현실을 고려하면 빠른 시간 내에 이뤄내기에는 무리라는 견해를 내놨다.

김형렬 대한심장혈관흉부외과학회 총무이사는 “전문의와 전공의 배출이 지금처럼 이어진다면 전문의 중심병원이 되려면 20년이 넘게 걸린다”면서 배출 문제를 해결해야만 전문의 중심 병원 전환도 이뤄질 수 있음을 강조하면서 흉부외과 학회·의사들과 상의하지 않고 정책을 추진하는 것은 잘못됐다고 말했다.


의대정원 증원과 필수의료 패키지 등 현재 정부에서 추진 중인 미래적인 정책보다는 흉부외과 전공의들을 돌아오게 만들고, 지원율을 높일 수 있는 방안 등에 대한 모색이 더 필요하다는 조언도 제기됐다.

김형렬 대한심장혈관흉부외과학회 총무이사는 “흉부외과에 지원한 전공의들은 근무시간이 길고 일이 힘들다는 것을 알고 들어온 사람들”이라면서 “그 모든 어려움을 가지고도 흉부외과를 지탱하고 있었던 친구의 자존심을 정부가 뭉개놨다”고 비판했다.

이어 “낙수과·의세 등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젊은 친구들이 느꼈을 상실감 등에 대해 저희가 많이 공감하고 있으며, 그런 친구들을 돌아오지 못하는 것은 정책을 내신 분들과 저희들의 잘못”이라고 전했다.

무엇보다도 김 이사는 “의대정원을 2000명 증원하거나 필수의료 패키지가 생겨도 흉부외과의 상황이 많이 달라지지 않을 것이라는 것을 전공의들이 이미 알고 있다”면서 “정부에서 여러 정책들을 내놓으면서 의대정원을 2000명 늘리면 흉부외과에도 사람이 갈 것이고, 필수의료 패키지로 흉부외과 전공의들을 회유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은 오산”이라고 밝혔다.

애초에 3000여명으로 이뤄진 현재 의대 정원 중 흉부외과 지원자는 정원의 50%를 채우지 못하고 있는 30명도 되지 않은 상황임을 강조하면서 정원 2000명을 늘려봤자 추가 지원자는 20명도 되지 않을 것 같다는 견해를 내비췄다.

그러면서 사람들이 흉부외과에 지원하지 않는 이유를 파악해서 어떻게 흉부외과 지원율을 끌어올릴 수 있을지를 더 고민해야 하는 시점이라고 조언했다.

임청 대한심장혈관흉부외과학회 이사장도 의대정원 증원과 관련해 현실성이 없는 것에 대해 비판했다.

임 이사장은 “정부가 의대 교수 1000명 늘린다고 하는데, 교수 1000명이 하늘에서 떨어지냐?”라고 반문하면서 “의과대학 1학년 때부터 전공의를 졸업할 때까지 몇 년 동안 몸을 갈아가면서 공부해야만 전문의가 된다”면서 당장 의대교수 구인하는 것에 대한 실효성에 의문을 표했다.

또한, 유급된 의대생 3000명까지 합치면 사실상 내년에 의과대학 1학년 8000명이 교육을 받아야 하는 상황이 다가오는데, 이들에 대한 교육을 누가 시킬 것이며, 이들에 대한 교육의 실효성 등에 대한 보고가 빨라야 2025년에서야 나올 것인데, 만약 서남의대가 제대로 된 의대 교육·수련이 불가능해 폐교했던 것과 같은 상황이 벌어지면 누가 책임을 질 것이냐고 분노를 터트렸다.

더불어 전공의 근무시간 제한하는 것은 좋은데, 주 56시간 교육을 받는 것으로 하여 전문의가 되려면 10년이 걸린다면서 현실적으로 어려움이 존재함을 토로하는 한편, 지방에 의사가 부족한 것이 아니라 환자가 부족한 것이며, 그나마 있는 지방의 환자들도 공중보건의사들이 책임지고 있어 의사들이 추가로 개업해 경영할 수 있는 환경이 아님을 전했다.

이어 이런 환경 속에서 지방의료를 책임지고 있던 공중보건의사를 빼서 3차병원에 배치함으로써 지방의료를 망가뜨리는 행동을 하고 있는데, 지방의료를 살리겠다고 하는 정부의 움직임은 모순적임을 꼬집었다.


김민준 기자 kmj6339@medifo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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