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의학적, 사회적 이유로 생식세포 동결 및 보존서비스(이하 가임력보존술)를 이용하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는 가운데, 국내에서 가임력보존술을 급여화를 위해서는 논의가 더 필요하다는 의견이 등장했다.
국회입법조사처(처장 박상철)가 ‘의학적∙사회적 사유에 의한 생식세포 냉동 보관의 국내외 제도 고찰’을 주제로 하는 이슈와 논점 ‘가임력 보존술에 대한 재정 지원의 쟁점과 과제’를 발간했다.
보고서를 작성한 김주경 사회문화조사실 보건복지여성팀 입법조사관에 따르면 가임력보존술은 미래 시점까지 현재의 수태력을 보존하고자 시행된다는 점에서 현재 임신을 목적으로 시술받는 난임부부 보조생식술과는 차이가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의학적∙사회적 사유에 따른 가임력보존술을 모두 허용하고 있지만 건강보험은 적용되지 않고 있는데, 지난 2024년 1월 모자보건법 개정에 따라 국가와 지방자치단체가 사유에 의한 치료로 인해 영구적인 불임이 예상돼 생식세포의 동결∙보존이 필요한 사람을 대상으로 지원할 수 있는 근거가 마련돼 2025년 1월부터 시행될 전망이다.
외국 주요국들 역시 가임력보존술에 대해 나라마다 다른 기준을 두고 있었다. 법적 허가는 물론 재정적 지원까지 하는 국가도 있었지만 반대로 재정이 지원되지 않고 법적으로도 금지된 국가들도 있었다. 김주경 조사관은 보고서를 통해 주요국들의 사례에 대해 소개했다.
먼저 독일은 의학적∙사회적 사유의 난자동결 모두 허용하고 있다. 2021년 2월부터 의학적 사유가 있는 경우, 40세 미만의 여성에 한해 난자동결을 위한 마취 등 시술 준비∙채취∙처리∙운송∙동결∙보존 및 해동 관련 비용을 공적 재원(질병금고)으로 지원하고 있으며, 사회적 사유에 의한 난자동결은 허용되지만, 공적 재원으로 지원하지는 않는다.
영국은 의학적∙사회적 사유의 난자동결 모두 허용하며 국가보건서비스가 불임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암치료 등 의학적 사유가 있는 경우 난자동결 비용을 지원하고 있다.
네덜란드는 2011년부터 의료적 및 비의료적 사유(난자 기증 포함)에 의한 난자동결을 합법화했다. 의학적 사유에 의한 난자동결 및 냉동 등은 기본 건강보험으로 보장되며, 복리후생 차원에서 사회적 사유에 의한 가임력 보존술을 지원하는 회사도 있다.
반면 오스트리아는 사회적 사유에 의한 난자동결을 법으로 금지하고 있다. 젊은 여성들이 출산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출산을 미루도록 잘못 인도할 위험이 있고, 난자 채취에 소요되는 건강과 재정상의 희생에도 불구하고 끝내 임신하지 못하는 위험에 처하게 할 수 있다는 점이 그 이유다.
오스트리아는 생식세포의 동결 및 보관은 의학적 사유가 있을 때만 허용하며, 이 경우 시술에 필요한 의약품에 대해서는 건강보험 등 공적 재원에서 지원할 수 있으나 동결처리 비용에 대해서는 지원하지 않고 있다.
이어 김 조사관은 가임력보존술과 관련해 국내에서 고려해야 할 의학적∙생명윤리적∙정책적 사항에 대해 소개했다.
첫째, 난자동결 기술의 안전성 문제다. 채취 과정에서 약물에 의한 과배란 유도로 ‘난소과잉자극증후군’이나 감염, 장기 손상, 혈액 손실, 난소 비틀림 등의 반응이 나타날 수 있기 때문이다. 김 조사관에 따르면 미국산부인과학회역시 이러한 이유로 가임력 보존술은 암∙백혈병 등 치료를 받는 여성에게 주로 권장하고 있다.
두 번째로 고려할 점은 연구용 난자의 채취∙기증과 관련된 절차가 매매나 착취 가능성을 배제하고 윤리적으로 다뤄져야 한다는 점이다. 임신을 목적으로 채취∙동결보존된 난자는 임신 목적으로 사용하지 않을 경우, 폐기물관리법 제13조에 따라 폐기하며 동의권자가 동의한 경우에는 연구 목적으로 기증할 수 있다.
세 번째는 난자 동결시술 지원을 저출생 대응 정책 수단으로 볼 수 있을지 여부다. 난자의 수분함량이 높을 경우 동결보관 및 해동 시 배아동결∙해동과는 달리 생존율이 떨어지고 수정률이 감소된다. 특히 사회적 사유에 따른 난자동결은, 보조생식술을 이용한 임신∙출산을 전제로 하므로 결과적으로 난임을 조장한다는 설명이다.
네 번째 고려사항은 의학적 사유에 의거 난자동결∙보관 재정 지원 시 주체에 대한 결정이다. 지난 2022년 난임부부 보조생식술에 대한 재정 지원 사업이 지방으로 이양되면서 지자체의 재량권과 부담이 증대된 가운데, 지자체 간 재정 자립도도 격차가 있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난자 동결술은 젠더적 관점에서도 검토가 요구된다는 지적이다. 김 조사관은 “난자 동결술이 여성억압의 출발점이 되는 모성역할을 뒷받쳐주는가 하면, 가임기간이 현저히 짧은 여성의 생물학적 특성으로 인해 발생하는 노동시장에서의 성별 불평등을 극복하고 출산에 대한 여성의 자기결정권을 강화한다는 주장이 공존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끝으로 김 조사관은 “의학적 사유로 인한 가임력 보존술에 대한 재정지원 근거는 마련했지만 이에 대한 건강보험 급여화 필요성에 대해서는 추가적인 논의가 필요하다”면서 “사회적 사유에 따른 난자동결 지원에 대해서는 정책 타당성 등에 대한 공론화가 필요하다”고 제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