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분열병 → 조현병’으로 명칭 변경 후 미디어 프레임이 사회적 인식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 것으로 나타났다.
대한신경정신의학회는 이유상 용인정신병원장 겸 대한조현병학회 이사장(교신저자)이 김일빈 차의과대학 정신건강의학과 교수(제1저자) 등과 함께 국내에서 정신분열병에서 조현병으로 명칭 변경이 이뤄지는 과정이 사회 인식에 미치는 미디어 프레임 효과를 분석한 연구결과를 발표했다고 27일 밝혔다.
이번 연구는 2012년 대한조현병학회와 대한신경정신의학회가 편견과 낙인 해소를 위해 '정신분열병' 명칭을 '조현병'으로 변경한 후 미디어 프레임과 사회적 인식에 어떠한 영향을 미쳤는지를 분석해 언론보도의 바람직한 방향을 정립하고, 조현병 환자를 위한 적절한 치료 환경 조성에 기여하고자 시행됐다.
연구방법으로는 네이버를 통해 2005년부터 2018년까지의 뉴스 기사를 분석하는 방법을 비롯해 LDA 토픽 모델링 및 TF-IDF 가중치 분석과 정량적 역학 분석 등 다양한 분석방법을 적용했다.
연구 결과, 조현병의 명칭이 변경된 후 미디어에서 갈등 프레임(주로 조현병 환자들의 폭력적인 범죄와 관련된 보도)이 약 5배 증가했으며, 특히 2016년 강남역 살인 사건과 같은 특정 사건이 이러한 변화에 크게 영향을 미친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에 의료 프레임(증상, 연구, 치료 등에 관한 의료 지식 및 정보)은 명칭 변경 후 절반 이상 감소했는데, 이는 조현병에 대한 의학적 지식과 정보가 더 이상 중요한 사회적 이슈로 여겨지지 않게 됐음을 의미한다.
또한, 이러한 미디어의 보도 프레임 방식 변화는 조현병 환자를 강력범죄에 연루된 고정관념을 증폭시키는 사회적 인식의 변화를 초래하며, 질병의 명칭 변경 만으로는 환자에 대한 사회적 낙인과 부정적 인식을 개선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더불어 부정적인 보도가 증가할수록 입원 빈도가 높아지는 것으로 드러났는데, 이는 조현병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폭력범죄와 연루되는 고정관념과 관련해 의료이용 패턴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이 있을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연구팀은 “언론보도는 정신질환에 대한 일반인의 인식에 매우 중요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면서 “현재 우리 나라 언론의 정신질환 관련보도는 범죄와 관련된 갈등 위주의 미디어 프레임이 주를 이루는데 이는 정신질환에 대한 불합리한 공포와 낙인을 조성하는 데 기여하는 것으로 생각된다”고 밝혔다.
이어 “조현병에 대한 사회적 인식을 개선하고, 편견 없는 미디어 프레임을 만들려면 언론인들의 정신질환 관련 언론보도의 다양화와 범죄와 살인 등 갈등 프레임의 보도에 주의를 기울이는 등 노력이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한편, 이번 연구결과는 BMC paychiatry 2023년 11월호에 게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