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대구의료원 ‘신중 검토’…시민단체, 공공의료 공백 우려

2022-06-29 05:40:02

시민단체들, 제2대구의료원 설립 등 공공의료 확충 약속 이행 촉구
인수위, 제2대구의료원 건립 ‘신중한 검토 필요’ 의견 제기
전진한 국장 “공공병원 개혁, 수익 개선에만 몰두하면 안돼”



제2대구의료원 조기 건립이 홍준표 대구시장 당선자를 만나게 되면서 빨간불이 켜졌다.

이에 시민단체들은 홍준표 대구시장 당선자를 향해 공공의료를 파괴하고 있다는 비판과 함께 제2대구의료원 설립 약속을 촉구했다.

아울러 공공병원 개혁이 수익성 및 경제성 개선에만 초점을 맞추면 안 된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28일 대구시 등에 따르면 대구시장직 인수위가 제2대구의료원 건립에 대해 우선 기존에 있는 대구의료원의 기능을 강화하는 방향을 건의 및 제2대구의료원 건립은 좀 더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제출하기로 결정했다고 발표했다.

이상길 대구시장직 인수위원장은 “제2의료원에 대한 논의를 하기에 앞서 대구 의료 요건을 보는 시각들이 굉장히 다양하다”면서, “통계 등보다는 현재 있는 대구의료원의 정상 운영 여부와 공공병원으로서 제 역할을 다 하고 있는지 등을 살필 필요가 있다”라고 밝혔다.

이어 “문제가 있다면 대구의료원 정상화를 선추진 한 이후에 제2의료원 건립 등을 논의하는 것이 좋다”며, “제2의료원 건립과 관련한 논의는 대구의료원의 정상화 및 공공기능 강화가 먼저 先추진될 필요가 있다”라고 말했다.

이러한 인수위의 발표에 무상의료운동본부, 새로운공공병원설립대구시민행동, 좋은공공병원만들기운동본부, 코로나19의료공백으로인한정유엽사망대책위원회 등 시민단체들은 홍준표 당선자가 ‘제2대구의료원’ 건립을 무산시키려 하고 있다고 규탄했다.

또 홍준표 당선자가 페이스북을 통해 밝힌 견해에 대해 진주의료원 폐원을 정당화해서는 안 되며, 공공병원이 필요없다는 생각도 매우 위험한 생각이라고 비판했다.

앞서 홍준표 당선인은 페이스북을 통해 “진주의료원은 공공의료 기능을 수행하지 못하고 강성노조의 놀이터가 된 상황이었으며, 강성노조가 정상화를 거부해 2년 뒤에는 자본 잠식사태가 찾아올 것으로 당시 예견됐었던 상황을 고려해 부득이하게 폐업 절차를 밟고 건립 중이던 마산의료원을 대규모 확장해 진주의료원의 공백을 메꾸도록 한 것이었다”라고 설명했다.

특히 “대한민국 의료는 모두 공공의료이며, 대한민국에는 의료 민영화는 없다는 외침과 함께 제2대구의료원 필요 여부는 의료현장의 상황을 보고 판단할 문제이지, 막연하게 공공의료 강화 구실만으로 판단할 문제가 아니다”라는 견해를 밝힌 바 있다.

구체적으로 시민단체들은 공공병원 부족으로 코로나19의 비극을 대구가 가장 먼저 겪은 점을 기억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민간병원이 제대로 나서지 않아 10%밖에 안 되는 공공병상이 코로나19 확진자의 약 80%를 감당할 수밖에 없었고, 그로 인해 대구에서 수많은 확진자들이 입원치료를 받지 못하면서 사망한 환자의 비율도 높았다는 것이다.

특히 시민단체들은 “대구시는 무려 4만개의 병상을 가진 도시인데도 공공병원은 거의 없고 민간병원은 돈 안 되는 코로나 환자를 기피하면서 이러한 비극이 발생했다”라면서 “그럼에도 불구하고 ‘병원이 전부 공공의료’라 문제가 없다고 말하는 것은 납득이 어렵다”라고 비판했다.

또한, 가난하고 취약한 사람들도 공공병원이 전담병원이 되면서 쫓겨나 목숨을 잃었고, 코로나가 아닌 폐렴이었던 17세 정유엽 군도 열이 끓는다는 이유로 민간병원이 받아주지 않아 애석하게 목숨을 잃는 등 당시 대구에서 수백여 명의 초과사망자가 발생한 사실을 강조했다.

시민단체들은 “대구·경북 코로나19 1차 유행은 시민들 모두에게 공공의료의 중요성을 알려준 첫 계기였으며, 그래서 대구시민들의 압도적 찬성 여론으로 제2대구의료원 설립이 공식화된 것”이라면서 “홍준표 당선자가 이를 뒤집는다면 시민의 생명과 건강을 위협할 결정이 될 것이며, ‘한국에 의료 민영화는 없다’는 말과 달리 이런 공공의료 파괴야말로 가장 직접적 의료민영화임을 알아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더불어 시민단체들은 홍준표 당선자가 2013년 경남도지사 시절 적자를 이유로 진주의료원을 폐원한 것과 관련해 공공병원은 흑자를 내야 하는 영리기관이 아닌데도 돈벌이가 안 된다는 이유로 지역 공공병원을 폐쇄한 후 강제로 퇴원한 환자 중 수십여 명이 사망했다고 꼬집었다.

그뿐만 아니라 코로나19가 닥치자 진주의료원이 폐쇄된 서부경남(거창, 진주, 통영) 지역의 환자들은 공공병원이 없어 마산의료원까지 구급차를 타고 1~2시간을 달려야 했음을 언급하며, 대구 시민들마저 서부경남권 주민들처럼 코로나19 치료를 받기 위해 최소 1시간 이상을 타 지역으로 이송돼야만 하는 비극적인 상황에 빠뜨리지 말 것을 촉구했다.

대구시 관계자는 이러한 시민단체들의 반발과 관련해 “대구의료원과 건립 추진 중인 제2대구의료원과 관련해 구체적으로 논의되거나 결정된 것은 아직 없다”라고 밝혔다.

이어 “단순히 인수위에서 홍준표 당선인께 대구의료원 관련 정책을 제안한 것이며, 홍준표 당선인은 대구의료원 기능 활성화 등을 검토해 보겠다는 입장을 밝힌 것에 불과하다”라고 덧붙였다.

보건의료단체연합 전진한 국장은 이번 ‘대구의료원 논란’과 관련해 공공병원 개혁이 ‘수익성 개선’에만 초점이 맞춰져 있는 것은 아닌지에 대해 우려를 표했다.

전 국장은 “대구의료원에 대한 평가가 경영 성과를 올려야 되는데, 수익성이 떨어지는 것에 대해 집중하는 잘못된 방향의 개혁을 자꾸 요구하는 것 같다”라고 전했다.

특히 대구의료원을 비롯한 공공병원이 지난 문재인 정권 때 예비타당성 면제 대상으로 포함됐던 이유가 경제성을 평가할 경우 현재 존재하는 의료원도 폐쇄해야 하는 결과 밖에 나오지 않아 의료취약지 등의 여건을 고려해 결정된 것임을 강조했다.

이와 함께 전 국장은 “공공병원이 적자를 기록하는 것은 나쁜 것이 아니며, 공공병원이 흑자를 내서 돈을 벌고 있다는 것은 주민들한테 비급여 진료 등을 통해 의료비를 많이 받는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으로 봐야 한다”라고 조언했다.


김민준 기자 kmj6339@medifo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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