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대의대 감염내과 김우주 교수가 방역패스의 문제점을 조목조목 지적했다.
우선 과도한 기본권을 침해하고 있으며, 목적과 필요성도 명확치 않고, 부득이 하게 백신을 미접종한 사람에 대해 차별을 조장한다는 의견이다.
또 발생 위험도가 매우 낮은 장소의 방역패스 적용, 백신 접종률이 60~70%에 불과한 여타 국가들과 비교하며 광범위한 방역패스 당위성 주장 등도 문제점으로 꼽았다.
김우주 교수는 18일 국민의힘 정책국이 개최한 ‘오미크론 시대에 방역패스 필요한가?’ 공청회 자리에서 이 같은 생각을 밝혔다.
정부는 최근 방역패스를 과도하게 적용하면서 국민 기본권 침해, 과학적 타당성 부족, 및 미접종자 차별 등을 지적받으며 법원으로부터 방역패스 집행정지 결정을 받았다.
김우주 교수는 “백신접종이 코로나19 유행 통제와 피해 감소의 중요한 수단임에도 방역패스 중지 결정은 앞으로 원활한 백신접종 캠페인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게 됐다”며 “정부의 무리한 방역패스 추진과 법원의 엇갈린 판단으로 국민들은 더욱 현장에서 혼란을 느끼고 있다”고 말문을 열었다.
김 교수는 당면한 오미크론변이바이러스에 의한 코로나19 유행의 대비·대응에 집중해야 될 상황에서 방역패스와 관련된 논란이 계속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생각이다.
그는 “정부는 방역패스에 대한 국민의 불편, 전문가의 의견 및 법원의 결정을 고려해 신속하게 단순명료한 방침을 정해 현장에서 더 이상 혼란이 발생하지 않고, 코로나19 대응에 매진할 수 있도록 해야 된다”면서 방역패스 문제점들을 지적했다.
첫째, 국민의 의식주와 관련된 ‘식당·카페’와 ‘3000㎡ 이상 대규모 점포(상점·마트·백화점)’ 출입 제한은 실익에 비해 과도한 기본권 침해라는 것이다. 2021년 11월초 단계적 일상회복(위드코로나)을 시작할 때는 고위험 다중이용시설에만 방역패스를 적용해 큰 문제가 없었다. 그러나 코로나19 환자가 1일 5000명 이상 증가되면서 방역패스를 식당·카페(2021년 12월 6일), 그리고 상점·마트·백화점(1월 10일)에 확대하면서 문제가 커졌다.
외부 식당에서 매식하며 끼니를 때워야 하는 사람 그리고 가까운 대형마트에서 식료품과 일상소비재를 구입하는 가정에서 방역패스로 인한 출입제한은 과도한 기본권 침해라 할 수 있다.
코로나19 팬데믹은 언젠가 종료되는 것(유한)이지만, 국민의 건강유지를 위한 식사, 식료품과 소비재 구입의 기본권은 영원히(무한) 보장돼야 한다. 방역을 이유로 국민 기본권이 침해되는 전례가 생기면, 나중에 다른 이유로 손쉽게 기본권이 침해될 소지가 있다.
둘째, 방역패스의 목적과 필요성이 명확하지 않고, 근거가 부족하다. 정부는 방역패스가 미접종자를 감염의 위험으로부터 보호함과 동시에 이들로 인한 확산 차단으로 코로나19 유행 억제하기 위해 필요하다고 한다. 그러나 실상 방역패스는 미접종자가 다중이용시설 출입을 불편하게 해 백신접종을 받도록 압박해 접종률 높이기 위한 조치라는 것이 명확하다.
그리고 방역패스라는 명칭도 논란의 여지가 있다. 원래 백신패스라고 하다가 어느새 방역패스로 바꿨는데 방역이란 개념은 백신이외 여러가지 방역 수단을 모두 포함하는 매우 포괄적인 개념이다.
따라서 본래대로 백신패스라고 하고, 명확하게 백신접종률 높이기 위한 방법이라고 했으면 국민이 알아듣기 쉬웠을 것이다. 방역패스가 11월초부터 시행됐는데 이후 1일 신규확진자가 5000명 이상으로 늘어난 것으로 보아 별 효과가 없음을 알 수 있다. 오히려 12월 18일 사회적거리두기 강화와 60세 이상 고령자 3차 백신접종률이 빠르게 상승하면서, 신규확진자 증가세가 꺽이고 중환자발생과 중환자병상 가동률이 감소된 것이다.
셋째, 여러 가지 이유로 백신을 맞지 못하는 국민들이 많은데 백신접종예외사항이 너무 협소해, 일상생활에서 불편을 초래하고, 심지어 차별을 조장하고 있다. 백신을 맞지 않는 이유는 주변인 중 부작용으로 사망 또는 후유장애가 있어 접종을 두려워하는 경우, 1차 접종은 맞았는데 부작용이 심해서 2차는 맞지 못하는 경우 등 불가피한 이유가 있다.
의학적 사유에 의한 백신접종예외자는 범위가 매우 협소하며, 의사의 전문적 소견도 받아들여지지 않는 경우가 많다. 백신접종예외자 의학적 사유는 접종후 중대한 이상반응자(아나필락시스, 혈소판감소성혈전증, 모세혈관누출증, 심근염심낭염 등), 면역결핍자 또는 항암제 면역억제제 투여로 인해 백신접종 연기가 필요한자에 국한돼 있다.
백신접종과 연관성이 있거나 의심되는 길랑-바레증후군, 면역혈소판감소증, 기저질환의 악화 등 그리고 전문의의 소견에 따른 접종 예외증명을 인정하지 않고 있다. 실제 임상현장에서 맞닥뜨리는 백신접종을 받지 못하는 다양한 사례들을 인정하지 않고 있다.
결국 본의 아니게 백신을 맞지 못하고 있는 국민들은 일상생활에서 불편함을 감내하며 하루하루 고통을 받고 있다. 그리고 직접 환자를 대하는 의사의 전문적 의견을 인정하지 않고 있는 것도 문제다.
넷째, 코로나19 발생 위험도가 매우 낮은 장소(도서관, 과학관, 미술관, 박물관, 독서실, 스터디 카페)에 방역패스를 적용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 이상의 장소는 모두 마스크를 착용하고, 이야기나 취식이 불가능한 곳으로 코로나19 발생사례도 매우 드문 안전한 장소로 알려져 있다. 오히려 가정내에서 더욱 많은 코로나19 환자가 발생하고, 가족간 전파가 되고 있는 실정임을 비추면, 이상의 장소에 방역패스 적용은 근거가 박약한 것이다.
마지막으로 17일 기준 우리나라 국민의 코로나19 백신접종률(1차 87%, 2차 85%, 3차 45.5%)은 매우 높은편이고, 마스크 착용과 사회적 거리두기 동참도 세계적으로 모범적이다. 그럼에도 백신 접종률이 60%, 70%대에 불과한 여타 국가와 비교하면서 광범위한 방역패스의 당위성을 주장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
오히려 정부가 적시에 과감하게 사회적거리두기 정책을 시행하지 못하고, 섣부르게 70% 백신접종완료 달성만으로 위드코로나가 가능한 것으로 희망을 주면서 고령자 대상 3차 접종 시작 시기를 놓쳐 신규확진자가 7000명대까지 증가된 빌미를 줬다고 할 수 있다.
백신 접종자에서 면역쇠퇴에 의한 예방효과 감소와 변이바이러스에 의한 돌파감염이 다수 발생하고 있기에 성인의 5%에 불과할 정도로 소수인 백신 미접종자가 코로나19 유행의 주요 원인이라고 탓하기 어렵다.
설사 백신접종자 대비 미접종자에서 감염 및 중증(사망) 환자 발생의 위험이 높다하더라도 국민의 건강을 보호해야 될 의무가 있는 정부가 미접종자에게 과도한 불이익을 주고 차별을 해서는 안 된다.
끝으로 김 교수는 “최근 백신 무용론, 백신내 괴물체 존재 등 안티-백신 운동이 매우 높아지고 있는데, 방역패스 논란으로 국민들이 백신접종을 더욱 꺼리게 된다면, 앞으로 코로나19 팬데믹으로부터 일상회복으로 전환하는데 어려움을 겪게 될 수 있다”며 “정부는 국민의 높은 마스크 착용과 사회적 거리두기 동참에 찬사를 보냈었다. 정부는 방역패스 관련 혼란을 신속하게 바로잡고 임박한 오미크론 유행 폭발에 대한 대비·대응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