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순 행정명령으로 병상만 늘리는 것이 중환자 문제를 해결할 수는 없다”가 중환자의학을 전공하는 전문가들의 공통된 생각이다. 즉, 근본부터 해결되지 않으면 지금과 같은 중환자 문제는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라는 거다.
순천향대부천병원 호흡기내과 백애린 교수는 한국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 대한민국의학한림원, 한국과학기술한림원이 7일 개최한 코로나19 중환자 증가 관련 온라인 공동포럼에서 현 중환자의료체계 문제로 “기존에도 중환자실은 부족한 인력으로 간신히 운영되고 있었다”라며 중환자 인력 문제를 가장 먼저 꼬집었다.
중환자실 간호사는 최소 1년 이상의 경력이 필요한데 높은 업무강도로 인해 사직률이 높고, 중환자 담당 의사 역시 수년간의 경험이 있어야 제대로 환자를 볼 수 있기 때문에 중환자 의료인력 양성이 힘들다는 지적이다.
이에 백 교수는 당장 중환자 의료인력 부족 문제 해결을 위해 “중환자 치료 및 시술에 대한 충분한 수련경험이 있고, 복와위, 에크모 등 전문의와 상의하고 협조를 요청할 수 있는 능력이 있는 전공의가 필요하다”며 “타 진료과 전공의나 비중환자 영역 전문의의 코로나 중증병상 투입은 현실적으로 부적절하다. 내과 의국 출신의 군의관이 동원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중환자 전문인력은 코로나 중환자와 비코로나 중환자를 함께 보고 있어서 번아웃이 심하다는 지적이다.
백 교수는 “일상생활 능력을 상실하거나 초고령의 회복 불가능한 말기질환자나 요양기관 장기입원환자가 전원돼 중증병상을 차지하게 되면 수주 이상은 생명을 유지할 수 있지만 결국은 사망하는 경우가 많다”라며 “그 시간 동안 일상생활이 가능했던 환자가 제때 입실하는 못하는 현상, 입실을 하더라도 의료진이 번아웃 되어 있기 때문에 치료의 질적수준이 감소하는 현상이 일어난다”고 꼬집었다.
특히 그는 의대·간호대 정원을 확대하거나 공공의대 신설로 중환자 문제가 해결될 수 없음을 분명히 했다.
백 교수는 “이번 기회에 중환자치료 역량 강화를 위해 관련 전문의와 간호사를 양성해야 하고 선진국 수준에 맞춰 현실화된 인력 및 보수 개선만이 나아갈 길”이라면서 “이는 의대·간호대 정원을 확대하거나 공공의대 개설로 해결될 수 없는 문제이고, 전공의들이 전문의가 될 때 중환자의학을 세부전공으로 거의 선택하지 않고 중환자실 간호사의 30% 이상이 수년 후 사직하는 현실을 개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정부와 전문가간의 소통 부족과 중환자 대응 컨트롤타워 부재도 아쉬움으로 꼽혔다.
삼성서울병원 서지영 교수는 “정부는 1.5%에서 3%로 병상을 확충해서 중환자병상이 늘었다고 이야기하지 그 공간에서 치료받던 환자는 어떻게 되고 결국 비코로나 환자에 대한 진료가 줄어들 수밖에 없다는 이야기는 전혀 없었다”고 꼬집었다.
이어 “병상 수 확보만 계속 이야기했지 위중한 환자들은 어떻게 들어오고 나가는지 전체적인 시스템에 대한 고려가 거의 없었다는 게 가장 큰 문제점”이라며 “중증환자들을 안전하게 이송할 수 있는 시스템이나 각 병원 의료진과 소통하는 시스템이 없었기 때문에 있는 병상이라도 좀 더 효율적으로 쓸 수 있는 방안이 없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