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4대 대한의학회 신임 회장으로 취임한 정지태 회장이 취임식에서 지난해 뜨거운 감자였던 의과대학 확충과 의사 수 확대에 대해 작심한 듯 집중해서 말을 쏟아냈다.
대한의학회는 14일 쉐라톤 서울팔래스 강남호텔에서 2021년도 정기총회 및 회장 이·취임식을 개최했다.
이 자리서 정지태 신임 회장은 취임사를 하며 지난해 의과대학 정원 확충을 통한 의사 수 확대 등에 반발하며 촉발된 의료계 총파업을 회상하듯 정부와의 원활한 소통과 합의뿐만 아니라 의료계 내부적인 소통과 단합이 함께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정 회장은 “의료제도는 우리만의 영역이 아니다. 정부와 원활한 소통과 합의가 있어야만 하는 영역이다”라면서 “의사가 부족하다는 사람도 의사고, 의사가 넘쳐난다는 사람도 의사다. 통일된 의견이 아니라 의학계 내의 합의된 의견이 필요한데, 서로 자기만 맞다 주장하고 함께 만나 논의해보지 않는 것이 현재 우리의 형편이다. 의료계 내부소통이 안 되는데 정부와 소통이 될 턱이 없다”고 꼬집었다.
이어 “‘안되면 투쟁’을 주장하는 사람이 많지만 정작 투쟁하면 참여하는 사람도 많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그 원인은 우리가 직면한 현실을 현장에서 시행한 연구가 많이 부족하기 때문이라고 믿는다”며 “전문가를 자처하는 분들이 단편적인 자신의 연구를 통해 또는 짧은 기간에 걸친 표피적 해외 경험을 통해 얻은 지식을 최고의 전문 지식으로 착각하는 한 의료계의 발전은 없을 것”이라고 일침을 놨다.
또 정 회장은 정부가 의사 수 확대 필요성의 한 근거로 제시한 OECD 의사 수 통계자료를 두고 “대한민국에 필요한 의사 수를 구하는데, 정확하지도 않고 일관성도 없는 OECD 통계를 매년 인용하고 있는 형편”이라며 “그 통계는 후진국과 개도국의 발전을 위해 보여주는 참고 수치이지 세계 10대 교역국인 우리가 참고해서 보건의료 발전계획을 세울 그런 통계는 아니다. 우리 위치가 아직도 개발도상국이라는 시대착오적인 생각에서 벗어나지 못한 결과”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OECD 통계보다 우리나라 형편에 맞는 적합한 의사 근무시간을 근간으로 필요한 의사 수를 구하는 것이 더 필요하다는 의견을 내비쳤다.
아울러 그는 “95% 이상의 의사가 전문의를 취득하는데 과연 전문의 수가 그렇게 필요한 것인지 누가 대답해 주지 않는다”며 “요즘은 분과전문의, 세부전문의, 인정의 등 전문의 다음 단계의 교육제도도 다수 등장하고 있는데 이런 것이 현재 우리 의료 현실에 적합한 것이고, 과연 적절하게 운용되고 있는 것인지, 교육프로그램은 믿을 만한 것인지에 대한 관찰 평가도 없는 상태”라며 개선 필요성을 강조했다.
이어 “요즘은 정치적 목표에 따라서는 의학교육의 질에 대한 평가가 필요하지 않다고 주장하는 세력조차 등장하고, 필요하면 자기 동네에 의과대학도 세우겠다고 한다”며 “우리의 의학은 인류의 건강과 바로 밀접한 관련이 있다. 국제적 영향력이 확고한 의학을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끝으로 그는 “많은 부분 개선이 필요한 시대다. 그 개선을 위해 의학회는 의료계의 중심 위치를 확고히 다져가도록 하겠다”며 의지를 밝혔다.
한편, 대한의학회는 통상 3월 말에 정기총회를 개최했으나 정부의 회계연도에 맞춰 2020년부터 의학회 회계연도를 매년 1월 1월부터 12월 31일까지로 변경하게 됐고, 이에 따라 1월에 정기총회를 개최하게 됐다.
이번 행사는 코로나19에 따른 정부의 단계별 방역 수칙에 따라 행사 진행을 위한 최소인원만 참석했고, 회원학회 대표자를 비롯한 관계자는 웨비나를 통해 화상으로 접속해 행사에 참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