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에이즈학회는 세계에이즈의 날(12월 1일)을 기념해 4일 ‘한국의 한발 빠른 HIV 치료를 위하여’라는 주제로 온라인 심포지엄과 캠페인을 개최했다. 행사는 국내외 전문가들의 강의와 질병관리청 관계자의 패널토의로 꾸며졌다.
대한에이즈학회 김상일 회장은 “HIV/AIDS로 희생되었던 분들을 추모하고 이 질병 퇴치와 극복을 위해서 노력하는 보건의료계와 각 정부나 비정부단체의 노력을 기념하자”며 “충분히 성공적인 치료와 예방이 가능함에도 다른 나라와 달리 아직도 환자 발생이 조금씩 증가하고 있는 현실을 과학적으로 극복해보자”고 제언했다.
질병관리청 호남권대응센터 정윤석 박사는 ‘초기 HIV 감염인의 biomarker 특성 연구의 경험’ 강의에서 “주로 급성기 감염 환자들의 확인 진단 알고리즘 개선으로 초기 감염 진단 도입 후 12일 정도 진단이 빨라졌고, 바이러스의 유전자적인 계통에 대한 이해가 앞으로 진단과 예방을 강화해야 하는 지역, 집단, 국가를 알 수 있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타이완국립대학병원 감염내과 치엔친 훙 교수(洪健淸)의 ‘타이완의 노출 전 예방(PrEP)에서 빠른 치료시작으로 이어지는 HIV 통제의 현황’ 강의에서는 “타이완 정부가 전 국민을 대상으로 무료 HIV 신속검사를 지원해 진단검사의 장벽을 극복하고, 저렴한 비용으로 노출 전 예방이 이뤄지도록 하고 있으며, 의사들은 진단과 동시에 당일 날 즉시 치료를 제공하는 노력을 한 결과 2017년부터 매년 지속적으로 HIV의 신환 발생이 줄고 있는 성과를 이뤘다”고 소개했다.
그러면서 “타이완은 UN AIDS 기구가 지향하는 ‘90-90-90’(감염인의 90% 이상이 진단을 받고, 그중 90% 이상이 치료를 받으며, 그중 90% 이상이 바이러스가 억제된다) 목표를 ‘90-92-95’까지 도달했다”고 말했다.
훙 교수는 ‘한국도 치료성과는 비슷한 수준이지만 감염인이 진단되는 정도는 타이완에 못 미치는 같다’는 질문에 “타이완의 성과는 특별한 노력보다는 약물치료의 효능이 개선되면서 자연적으로 나타난 결과이기도 하다”고 겸손하게 평가했다.
또 그는 “한국도 뛰어난 의료 인프라가 있는 나라이기 때문에 조만간 질병극복의 과정을 경험하게 될 것”이라며 “타이완 정부는 장벽 없는 무료 검사가 중요한 계기가 되었다”고 조언했다.
경북대병원 김신우 교수는 ‘HIV 진단 후 빠른 치료가 지연 되는 요인들과 현황’ 강의에서 “효과적인 약물의 보급 덕분에 진단을 받은 감염인이 하루라도 빨리 치료를 시작하면 본인의 건강 개선뿐 아니라 지역사회 전파도 효과적으로 차단이 된다”며 “치료를 받아서 바이러스가 미 검출인 경우에는 전파가 일어나지 않는다는 ‘U=U(undetectable = untransmissible)’의 시대에 살면서 어느 때 보다도 빠른 치료 시작이 우리나라에서 이 질병 극복을 위해서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전남대병원 김진 간호사는 ‘진단 후 빠른 HIV 치료를 막는 구조적인 장애 요인들’ 강의에서 “처음 HIV에 진단된 감염인이 의료기관으로 오기까지 겪게 되는 심리적인 장벽과 확진과정, 희귀중증질환 적용, 진료비 후불제 적용 등 감염인들을 돌보고 빠른 치료로 인도함에 있어서 개선이 필요한 장애요인들이 있었다”고 지적했다.
김 간호사는 또 “병원에 온 첫 감염인이 하루라도 빠른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치료기관이 아닌 진단기관 단계에서부터 여러 가지 절차를 시작해서 심리적인 또는 경제적인 장벽 없이 치료를 받게 하자”고 제언했다.
한국청소년감염인커뮤니티 ‘알’ 소성욱 활동가는 “HIV가 우리나라에서는 주로 성소수자 군에서 더 많이 발생하고 있는 현실에서 HIV와 함께 이들 취약군을 정죄하고 혐오하는 것은 이들이 검사를 받고 치료를 받는 것을 더 두렵게 만들기 때문에 해법이 아니”라고 지적하며 “특히 청소년, 성소수자들이 안심하고 검사를 받을 수 있는 편견과 혐오가 없는 사회가 되어야하고 이들이 왜 취약하게 되었는지를 이해하고 도와주려고 해야 한다”고 말했다.
패널 토의자들은 “저렴하고 신속한 진단검사와 비용부담이 덜한 노출 전 예방(PrEP)를 정부가 보장하고, 진단과 동시에 같은 날 빠른 치료 시작을 위해서 보건소와 의사들이 노력하고, 우리사회는 질병취약군의 검사를 가로막는 사회적 편견과 낙인을 극복함으로서 바꿔보자”고 제언했다.
끝으로 질병관리청 심은혜 에이즈관리과장은 “질병관리청은 아직도 신환발생이 줄지 않고 있는 어려운 현실에서 질병취약군의 무료검사와 PrEP 보험적용과 치료 지원에 대한 기존의 노력을 더 강화하겠다”고 약속했다.
한편 온라인으로 참가한 토의자들은 UN AIDS 기구가 지향하는 ‘90-90-90’을 상징하는 손가락 아홉 개를 펴고 온라인 기념촬영으로 행사를 마무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