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차의료 ‘First in, Last out’ 코로나19에도 지켜져야

2020-05-04 05:40:20

조비룡 교수, 코로나19 이후 일차의료기관 발전방향 제시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일차의료의 고전적인 역할인 포괄성, 지속성, 조정성이 새로운 종류의 도전을 받고 있는 가운데, 코로나19 이후 일차의료에 대한 변화된 가치관과 새로운 인프라 및 제도를 마련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왔다.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가정의학교실 조비룡 교수는 최근 한국보건의료연구원이 발간한 ‘공감NECA 2020년 3호’에 기고한 ‘코로나19 이후 일차의료기관의 역할과 발전방향’을 통해 이 같은 생각을 밝혔다.


우리나라에 코로나19의 급격한 증가 이후 언론에 등장한 ‘전신보호복을 착용한 의료진들’의 모습은 의료의 역할과 중요성을 다시 한 번 느끼게 하기에 충분했다.


많은 의료인들이 가까운 선별진료소 진료를 자원했고, 몇몇 의료인들은 의료 수요가 갑자기 늘어난 대구와 경북지역으로 달려가 자원하기도 했다.


우여곡절은 있었지만 아쉽지 않게 지원되는 검사 및 장비와 함께 이런 의료진들의 역할은 나름 우리나라가 대응을 잘 하고 있는 큰 이유 중 하나이다. 하지만, 다른 질환자들의 치료에 어려움을 겪고, 확진 환자가 한 번 지나가면 무너지는 의료기관들의 나약한 단면은 전반적인 환자수의 감소에 어려워하는 모습과 함께 다른 모습으로 보인다.


특히 의료선진국으로 벤치마킹하던 서구 선진 국가들의 처참한 모습은 코로나19 이후 우리의 보건의료체계가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하게 한다. 조비룡 교수는 기고문을 통해 일차의료를 중심으로 한 코로나19 이후의 변화에 대해 살펴봤다.


◇코로나19로 변한 일차의료의 모습들


코로나19의 유행이 일차의료에 가장 먼저 미친 영향은 환자 수 감소다. 코로나19와 같은 감염병은 의료기관을 전염 위험에 취약한 곳으로 만들기 때문에, 국민들 스스로 방문을 자제하고 있다. 특히, 우리나라는 그동안 OECD 국가 중 국민 1인당 의사 방문율이 가장 많았던 만큼 그 감소의 폭은 더 컸으리라 여겨진다. 병원 방문 환자 수를 감소시킨 또 하나의 요인은 독감, 감기와 같은 다른 감염병의 발생률 감소다.


올해는 이전보다 훨씬 빠른 3월 27일 독감주의보를 해제했다. 그 동안의 독감 발생률도 그 전보다 훨씬 낮았다. 코로나19로 좋아진 개인위생 및 보호능력은 독감과 같은 다른 감염병의 감소로 이어졌고, 이는 추가로 일차의료기관 방문율을 떨어뜨렸을 것이다. 환자 방문 수 감소는 우리나라와 같이 행위별수가제도를 주로 채택하고 있는 나라에서는 의료기관의 수입 감소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두 번째의 새로운 모습은 대리진료, 전화상담, 처방과 같은 ‘환자 비대면 진료’다. 코로나19가 유행햐도 기존 환자들의 고혈압, 당뇨, 이상지질혈증 등의 만성질환은 지속적으로 관리를 받아야 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비대면 진료는 그 동안 방법의 불확실성 때문에 도입 일정에 논란이 많았는데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어쩔 수 없이 도입이 된 것이다. 갑자기 경험하게 된 비대면 진료는 현재 교육 현장에 긴급하게 도입된 화상교육과 같이 다소 역기능이 발생할 수 있으나 보완의 속도가 빨라질 것이며 도입이나 적용 또한 속도를 낼 가능성이 높다.


미국의 경우는 미국가정의학회와 의사협회에서 일차의료에서 사용가능한 프로그램과 방법을 신속히 공지했고, Centers for Medicare & Medicaid Services(CMS)의 경우는 보상범위와 대상을 확대했다. 인두제를 채택한 캐나다 온타리오주에서도 코로나19 유행 시 일차의료에서의 만성질환 관리를 위해 화상진료를 행위별수가로 따로 보상하는 응급대책을 발표하기도 했다.


또 다른 모습 중 하나는 의료 외적인 갈등과 문제 발생이 늘었다는 것이다. 방문한 환자들의 새로운 불확실한 상황 하에서 환자의 요청대로 치료해야 할지에 대한 고민은 큰 딜레마이다.


애매모호하게 대답하며 해열진통제 처방만을 요구하는 환자들이 대표적인 사례이지만, 정신적 갈등이나 비의료적인 문제들은 더 복잡하고 다양해졌다. 이러한 상황으로 인해 일차의료기관이 지역사회와 협업하거나 갈등하는 경우가 증가했다.


아직 그 결과는 확실하지 않지만 약국, 보건소, 공단지사 등 관련 기관은 물론이고 지자체, 시민단체, 지역기업 등과의 대화와 협업이 시도되고 있다. 물론, 이런 대부분의 협업이 중앙 단체를 통해 이뤄지는 경우가 많으나, 일차의료기관으로서는 그 동안 경험하지 못한 새로운 시도이다.


◇코로나19 이후 일차의료의 역할과 발전방향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일차의료의 고전적인 역할인 포괄성, 지속성, 조정성이 새로운 종류의 도전을 받고 있다. 담당한 환자들에게 포괄적이고 지속적인 의료서비스를 조정하며 제공해야 하는데, 감염병 환자에게도 이러한 일차의료의 역할이 필요하며, 비감염자들에게는 감염을 예방하고 보호하면서 의료서비스를 제공해야 한다.


의료진의 감염 보호 또한 절대 간과하지 말아야 할 부분이다. 이러한 새로운 역할을 일차의료에서 제대로 담당하기 위해서는 변화된 가치관과 새로운 인프라와 제도가 필요하다. 영세한 규모의 일차의료의 고민과 노력만으로는 해결하기 어렵다.


일차의료의 주요한 덕목 중 하나로 ‘First in, Last out’이라는 개념이 있는데, 최근 세계 가정의학회의 회장인 도날드 리 박사는 이 철학이 이번 코로나19에서도 지켜져 야한다고 주장한다.


먼저, ‘First in’의 의미는 코로나19 환자의 선별은 물론, 병의 예방과 전파 방지를 위해 일차의료 의사들이 신속하게 지식을 업데이트해 이를 전파, 홍보하는 중심 역할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일차의료에서 환자 선별을 위해서는 일련의 인프라와 프로세스가 추가로 필요하다.


먼저, 감염병이 유행하기 시작하면 간호사나 케어 코디네이터 등이 방문할 환자들에게 일차의료 진료가 꼭 필요한지, 아니면 다른 시설을 이용할 필요가 있는지를 묻고 선별해야 하며, 이는 대부분 전화와 같이 비대면으로 이뤄질 수 있다.


다음으로 일차의료의사의 진료가 필요한 경우라면 꼭 방문진료를 해야 하는 상황인지를 확인해야 한다. 꼭 방문진료가 필요한 경우는 대면진료를 시도하는데 몇 가지 추가적인 의료시설이 필요하다.


감염의 가능성이 있는 환자의 진료 시는 등록 등의 사전절차를 거치지 않고 바로 의료진의 진료가 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물론, 이때의 진료는 일반 진찰실이 아닌 나머지 대기 환자와 직원들과 격리되고 환기시설이 잘 되는 곳이어야 하고, 의료진은 적절한 개인보호구를 사용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Last out’은 감염병으로 생긴 상처들을 빨리 아물도록 마무리를 해야 한다는 의미로 감염병으로 인해 제대로 관리되지 못했던 기존 만성질환자들 또는 다른 급성질환자들의 관리에 중점을 두는 것이다.


감염병 시기에도 필수 의료서비스가 제공되도록 하고, 감염병이 조절된 후에도 다른 건강문제들이 잘 관리되도록 하는 것은 꼭 필요하고 매우 중요하다. 국가적 위기 상황이나 감염병의 전염시기 동안 일차의료의 필수서비스를 받지 않던 습관들이 지속되어 좋지 못한 결과들이 상당한 기간 지속된다는 사실들은 여러 사례를 통해 잘 알려져 있기 때문이다.


조비룡 교수는 “물론, 이러한 일차의료의 올바른 대처는 일차의료진의 노력만으로 달성되기는 어렵다”며 “감염병 발병 시 일차의료의 역할에 대해 잘 아는 일차의료진의 리더십과 함께 이를 지원해주는 다른 기관과 지역사회의 이해와 도움이 꼭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끝으로 “코로나19 이전에도 일차의료에는 해결되지 않은 많은 문제들이 있었고 이에 대한 해결은 지지부진한 상태였으나, 이번 기회가 기존의 많은 문제들을 같이 해결할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었으면 한다”며 “감염병 대책의 중요성과 필요성은 의료인들이 가장 잘 알고 기획할 수 있기 때문에 의료인들이 주도적으로 마련해야 함은 당연하다”고 조언했다.



손락훈 기자 kuni1202@medifo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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