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용균
(재)한국병원경영연구원 실장
병원 경영의 시대
현대를 ‘경영의 시대’라고 말한다. 하지만 경영은 과학(science)이 아닌 예술(art)로 분류된다. 이는 경영이 과학이라고 하기는 너무나 비과학적인 요소가 많다는 의미이다. 의사이면서 경영사상가인 패트릭 딕슨은 경영의 목적을 ‘더 나은 삶과 세상을 만드는 것’이라고 정의하였다. 딕슨은 우리가 일상에서 일과 삶 사이의 균형을 이루는 일상의 문제들도 경영이 해결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이처럼 경영은 우리 삶의 일상 속으로 파고들고 있다. 그리고 그는 경영은 다음과 같은 일상적 삶의 주제들 - 사회 기여, 더 넓은 시각, 삶의 열정 등을 포함한다고 주장하였다. 이처럼 경영은 우리가 알고 있는 이윤 창출보다는 ‘보다 나은 삶, 보다 나은 세상’을 지향하고 있는 것이다.
우리가 오늘날 병원진료 서비스의 혜택을 누리는 것은 일반적인 일이 되었다. 이는 ‘전국민건강보험’이 1989년부터 도입되면서 병원이 전국적으로 확대, 공급되었기 때문에 가능하였다. 실제로 1989년도부터 도입된 건강보험 제도로 인해서 의료수요는 급격하게 확대되었다. 이와 같은 확대된 의료수요에 민첩하게 대응한 측은 민간 의료기관이었다. 이후 서울아산병원(1989년)과 서울삼성병원(1994년)이 개원되면서 병원계에서도 기업식의 경영기법이 도입되었다.
현재 대다수 병원들은 소비자들의 높은 질적 서비스 요구도와 이를 충족시킬 수 있는 전문인력(의사, 간호사 등)의 인력난과 낮은 건강보험 수가로 인해서 경영상의 어려움에 직면하고 있다. 실제로 소비자들의 눈높이에 맞는, 의료수요에 맞는 의료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서는 적정 수준의 전문인력과 시설이 요구된다. 이 조건을 충족하기 위해서는 재정적 뒷받침이 필수적이다. 이처럼 병원이 당면하고 있는 상반적인 조건에서 지속성장을 위해서는 병원경영자(CEO)의 경영능력이 필수적인 시대가 되고 있다. 이미 저성장 시대에 접어든 우리사회에서 병원의 지속경영을 위해서는 병원 CEO의 역할이 중요해지고 있다. 이처럼 국내 병원계는 경영이 선택이 아닌 필수적인 시대로 접어들고 있다.
저수가 체계의 병원 경영
의료서비스는 타 산업과 달리 진료비를 공급자-보험자와 계약을 통해서 결정, 고시하는 ‘통제 가격 체계(controled payment system)’의 시장이다. 심사평가원의 진료비 통계(2013년도)를 살펴보면 상급종합병원은 전년 대비 2.5%, 병원은 3.5% 진료비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이는 매년 수가 인상치를 조금 웃도는 수치이다.
이처럼 건강보험의 통제된 수가 체계에서 ‘보장성 강화’ 정책의 일환으로 비급여 부문이 급여화 되기 시작하자 대학병원들의 경영에 비상등이 켜졌다. 결국 ‘빅5’로 꼽히는 대형병원들도 위기경영을 선포하였다. 또한, 2014년 8월부터 대학병원의 선택의사수 축소, 9월부터 기준병상의 상향조정 등으로 상급병실료에 대한 수입이 감소되자 병원에서 구조조정이 논의되기 시작하였다. 그동안 대학병원에서 다다익선(多多益善)으로 생각하였던 임상의사(펠로우)에 대한 단계적인 구조조정 소식이 들리고 중소병원장들도 병원 경영의 자구책으로 구조조정 방안을 논의하기 시작하였다.
이와 같은 국내 병원의 경영위기는 어느 정도 예견된 일이었다. 왜냐하면 1989년부터 ‘전국민의료보험’이 도입되면서 건강보험 제도는 소위 ‘3저’체계(저부담, 저수가, 저급여)로 출범하였다. 하지만 국민건강보험의 적정 급여가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등장하면서 환자들이 부담하던 본인부담금을 건강보험급여로 편입하기 시작하였다. 그 결과 2014년 8월 선택진료비, 9월에 상급병실료가 건강보험 체계로 편입되기 시작하였고, 2015년도부터 포괄간호서비스가 보험수가로 제도화될 전망이다.
이 과정에서 의료서비스 공급을 담당하고 있는 중소의료기관의 예상되는 경영난에 대해서는 정책적인 고려가 미비하였다. 정부에서는 비급여를 보험수가화 하면서 제도의 시행 후 추후 문제가 발생하면 보완한다는 방식을 채택한 것이다. 과거에 의료시장에서 제도 변경에 따른 경영적 부담은 의료기관이 전적으로 책임지는 형태가 일반적인 현상이었다. 과거 의료기관들의 경영 대응방안은 진료서비스 양적 확대를 통해서 대응하였다. 그 결과 연간 내원환자수와 공급병상수는 OECD 국가 평균보다 2배가 넘어섰다. 하지만 환자 증가도 이제는 저성장 시대에 접어들면서 공급확대 전략도 한계에 직면하였다. 즉, 입원환자들과 내원환자들의 정체기에 접어들면서 의료기관들은 비용절감에 눈을 돌릴 수밖에 없게 된 것이다.
이제는 병원도 마케팅 시대
이제는 병원 경영에서 마케팅은 필수적인 경영 요소가 되었다. 마케팅 분야의 대가인 필립 코틀러는 마케팅을 제품 중심, 소비자 지향에서 가치창출이 핵심요소라고 마케팅 전략을 제시하고 있다. 따라서 그의 주장에 의하면 마케팅의 핵심 컨셉도 ‘차별화’ 전략에서 ‘가치 창출’에 둬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럼 어떻게 마케팅을 통해서 병원이 새로운 시장과 가치를 만들 것인가 하는 문제에 알 리스와 잭 트라우트의 ‘마케팅 불변의 법칙’에서 제시하는 마케팅 법칙들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첫째, 선도자의 법칙이다. 마케팅에 있어서 기본적인 요소는 최초의 영역과 시장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며, 이것을 마케팅의 ‘선도자의 법칙’이라 한다. ‘마케팅 법칙’에서는 실제 마케팅 세계를 지배하는 법칙은 ‘더 좋은 것보다는 맨 처음이 낫다’는 것이다.
둘째, 영역의 법칙이다. 마케팅에서 언제나 새로운 영역에 최초로 들어갈 수 있는 사례는 많지 않다. ‘마케팅 법칙’에서는 처음 들어갈 기회를 놓쳤다 할지라도 맨 처음 들어갈 수 있는 영역은 얼마든지 있다는 것이다.
셋째, 기억의 법칙이다. 마케팅의 법칙에서 ‘기억의 법칙’은 시장에 먼저 들어가는 것보다는 고객의 기억(Mind) 속에 먼저 들어가는 게 더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마케팅에서 제일 중요한 것은 제품이나 서비스가 아니라 ‘인식의 싸움’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넷째, 집중의 법칙이다. 마케팅에 있어서 가장 강력한 개념은 잠재 고객의 기억 속에 한 가지 단어 또는 인식을 심어야 한다는 것이다. 예를 들면 IBM은 ‘컴퓨터’, 하인츠는 ‘케첩’이라는 인식을 심어 성공을 거두었다는 것인데, 국내 ‘우리들척추전문병원’이 의료계의 좋은 사례이다.
최근 병원이 생존하기 위해서 의원은 물론 대학병원까지 ‘환자 중심의 진료’ 및 ‘고객만족(CS) 진료’ 제공에 노력을 경주하고 있다. 또한, ‘병원 중심’에서 ‘환자 중심’의 체계로 전환하고 있다. 하지만, 이 같은 병원의 환자 중심 경영과 진료 프로세스 개편도 고객이 알아줄 때 효과가 있다. 이를 위해서 병원 마케팅과 고객과의 소통방식은 개선될 필요가 있다. 최근 마케팅 기법도 시장 세분화, 목표시장, 포지셔닝 전략에서 환자와의 켜뮤니케이션 중시 시대로 접어들고 있기 때문이다.
의료 패러다임 전환과 새 시장
국내 의료서비스는 언제까지 현재처럼 진료서비스 형태로 제공될지 의문을 품어 볼 만하다. 최근 국내에서 번역 소개된 크리스텐슨 교수의 ‘파괴적 의료혁신’에서는 의사진료의 사업모델에서 혁신될 수 있는 다양한 진료영역을 제시하고 있다. 이 책에서는 의료의 향후 혁신서비스 영역으로 단순 진단과 치료, 만성병 환자관리, 건강검진 및 질병예방에 새로운 진료혁신 모형을 제시하고 있다. 또한, 만성질환 환자관리를 새로운 질병관리 네트워크 모델로서 지역사회의 가입자들이 건강을 유지할 경우 병원이윤이 창출될 수 있는 새로운 건강관리 수익 모델도 제시되고 있다. 이 밖에 대형 쇼핑센터에서 단순한 진료서비스를 저렴한 가격에 제공하는 리테일 클리닉(Retail Clinics), 단순처치 등을 간호사가 제공하는 진료간호사(Nurse Practitioner) 등 새로운 의료서비스 혁신 모델이 소개되고 있다.
최근 국내 병원에서도 국내 인구 고령화, 만성병 환자에 증가 등 새로운 진료 환경을 맞이하고 있다. 이와 같은 병원 경영 환경의 변화속도는 점차 더욱 가속화될 전망이다. 따라서 병원의 입장에서도 외부 환경 변화에 따른 새로운 진료 모형에 대해서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 그 예로서 질환별 전문병원, 의료와 요양시설복합체, 원격진료서비스 전문기관, 만성질환자 네트워크 관리센터가 대안으로 검토될 만하다고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