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 2] 개원 입지를 정하고, 인테리어를 준비했으면 이제는 함께 일할 사람을 뽑아야 한다. 아무리 좋은 프로그램과 서비스가 있어도, 그것을 구현하는 것은 사람의 몫이다. 병원의 가치를 잘 전달하고, 긍정적인 이미지를 만들어줄 좋은 직원을 채용하는 것은 모든 개원하는 의사들의 고민이자 바람일 것이다.
하지만 고민은 되지만 실제로 어떻게 직원을 뽑아야하는지에 대해서는 잘 모를 수도 있고, 개원을 준비하며 다른 부분에도 신경 쓸 부분이 많아 채용에는 신경을 많이 못 쓸 수도 있다. 그래서 병원교육 전문가인 아라메디컬그룹의 노경빈 교육이사를 최근 ‘더 오프닝 강의장’에서 만났다.
지난 편에서는 채용 기획에서 면접까지, 전략적으로 준비하고 면접자를 존중하는 자세로 대하라는 내용을 소개했다. 이번에는 채용 이후의 개원 교육 방법과, 좋은 병원 분위기를 만드는 알짜 정보를 소개하고자 한다.
⑥ 개원 교육은 어떻게 진행하면 좋을까요?
개원 교육을 안 하시는 원장님들도 많습니다. 하지만 그렇게 되면 불안정한 환경에서 직원들은 자신의 역량과 팀워크를 발휘하기 어려워 어수선한 진료 분위기를 형성하게 되고 개원 첫날 환자들에게 좋은 인상을 줄 수 없기 때문에 개원 전 교육은 반드시 필요합니다.
개원 교육 하면 인사하기 훈련, 눈맞춤 훈련, 미소짓기 훈련 등 서비스 응대 스킬을 훈련하는 친절교육을 많이 떠올리는데, 물론 이런 내용의 훈련도 중요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병원의 컨셉이 내재화되는 서비스 전략을 공유하고 훈련 결과가 시스템화되는 것입니다.
그래서 개원 교육의 방식은 전 직원이 자발적으로 서비스 아이디어를 내는 방식으로 진행돼야 합니다. 직원들이 MOT(Moment of Truth) 접점별 어떻게 서비스를 실행할 것인지를 스스로 창조하게 하는 것이죠.
전 직원이 왜 이 접점에서 환자들에게 좋은 인상을 줘야 하는지, 내 직무가 어떻게 다른 팀원들과 연결이 되고 어떤 성과로 연동되는지를 이해시키는 교육이 선행돼야 교육 결과가 장기화 될 수 있습니다.
저는 교육에서 팀별로 각 접점별로 환자 입장이 되어보는 훈련을 하게 합니다. 접점별로 직원들이 환자가 돼서 진료 대기가 오래 걸리는 상황, 내가 왜 검사를 받는지 모르는 상황, 의사에게 말로 상처받는 상황, 수술 전 대기하고 있는 상황, 상담 과정에서 업셀링(연쇄 판매)을 받는 상황 등을 경험하게 됩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환자에게 어떤 니즈(Needs)가 있을지 어떤 감정을 느끼게 될지를 공감해보게 됩니다.
그리고 공감한 내용을 바탕으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서비스 아이디어를 팀 토론을 통해 직접 찾아보고, 치료 과정별로 서비스 아이디어를 배치하고 직원들이 그것들을 실행할 때의 톤과 매너 등을 코칭해줍니다. 그런 다음에 시뮬레이션을 하고 수정 보완을 거친 후 매뉴얼을 개발하면 이렇게 시스템이 만들어지는 것입니다.
즉 다시 정리해드리면 개원교육은 내부시스템의 시작입니다. 병원 비전과 컨셉을 내재화하는 과정으로 직원들이 컨셉 이해를 바탕으로 접점별 서비스를 자발적으로 찾게 해 실행력을 높이고 시스템화하는 것이 개원 교육의 핵심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⑦ 만약 채용 이후에 문제가 발생하면 어떻게 해결하나요?
사실 직원 문제는 어느 병원에나 다 일어나는 일입니다. 개원 전에는 원장님들이 우리 병원을 어떻게 알릴까 고민하시겠지만 이제 개원 후에는 ‘우리 직원 어떻게 하나요’를 고민하시게 될 것입니다.
“채용에 5분만 쓰면 채용 이후에 5천 건의 사고를 해결해야 한다”라는 말이 있습니다, 그 말이 맞습니다. 직원 문제를 아예 없앨 수는 없지만, 문제의 발생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제가 앞에서 강조했던, 인재상을 잘 만드시고, 면접 볼 때 구체적으로 자신의 경험과 사례, 특히 성품을 증명할 수 있는 것들을 충분히 확인한 뒤 전략적으로 채용을 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또한 수습기간을 두고 정직원 적격성 판단을 위한 평가를 거치는 것이 매우 중요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직원이 채용 이후에 심각한 문제를 발생시킬 수 있습니다. 그래서 이게 정말 심각한 것인지 아니면 그래도 포용할 만한 것인지에 대한 병원의 내부 규정을 정해 놓으시는 게 좋습니다. 이것은 우리 직원이라면 꼭 지켜야 하고 지켜지지 않을 때는 해고까지 고려할 수 있는 규정입니다.
최근 해고를 권유했던 사례 중 하나로 관리자가 원장님께는 잘 보이려고 자신을 포장하고 직원들에게 피드백할 때는 공포감을 조성하면서 물건을 집어던지고 욕하던 관리자가 있었습니다. 이런 분들은 직원들의 보호와 조직문화를 위해 반드시 해고해야 합니다. 또 하나의 사례로 조직의 규정을 따르지 않고 자신의 감정대로 일을 처리하고 환자에게 매우 불친절한 응대를 하는 직원이 있었습니다. 그래서 해고를 권유했고 절차에 따라 처리했습니다. 이런 분들을 계속 데리고 가면 괜찮은 직원들이 퇴사하고 부적합한 직원만 남게 되기 때문입니다.
그럼 바로 쉽게 해고를 할 수 있느냐 하면, 그렇지 않습니다. 우리나라는 정당한 사유가 있을 경우에만 해고를 할 수 있는데, 그 정당한 사유를 입증하는 게 어렵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먼저 이런 경우에는 이제 해고 조치를 할 수 있다는 사내 규정을 만들어 놓으시고, 해고에 앞서 해당 직원에게 시정 조치를 먼저 하셔야 됩니다.
그래도 변화가 없다면 노무사님의 조언을 받아 해고 조치를 취하는 것이 결국에는 건강한 조직을 위해서 매우 중요하다고 말씀드립니다.
직원을 잘 뽑는 것도 중요하지만, 잘 유지하는 것도 중요합니다. 저는 원장님들께 선택적 직원 유지를 하라고 말씀드립니다. 모든 직원을 다 유지할 필요는 없고, 정말 선을 넘고 심각한 문제를 발생시키는 직원은 과감히 떠나게 하는 게 중요하다는 뜻입니다.
⑧ 병원에서 좋은 커뮤니케이션과 분위기를 만드는 팁이 있을까요?
병원의 좋은 분위기를 만드는 것은 내부 단합과 갈등 최소화를 위해서도 중요하지만 마케팅을 위해서도 아주 중요합니다.
실제로 환자 추천과 연관된 요인을 조사한 결과, 병원의 활력이 추천 요인 8가지 중 1가지로 포함됐습니다. 환자들이 병원에 들어왔을 때 활력이 너무 떨어지고, 직원들이 굉장히 좀 피곤해 보인다면 영향을 받게 되겠죠. 그래서 환자들이 편안하고 기분 좋게 진료에 임하게 하기 위해서도 이 활력을 관리하는 것이 매우 중요한데, 저는 좋은 분위기를 위해서 직원 만족프로그램 같은 큰 이벤트를 실시하기보다는 공정성 갖춘 제도와 서로 간의 신뢰와 존중을 자주 보여주는 커뮤니케이션이 더 중요하다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신뢰와 존중을 전하는 커뮤니케이션 팁으로는, 감사와 인정을 잘 표현해 주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감사와 인정은 구체적으로 표현할 때 상대가 진심을 느낀다고 합니다. 구체적으로 그 사람이 어떤 행동을 했고 그 사람의 행동과 과정과 그것으로 인해 나와 조직에 미치는 영향을 구체적으로 이야기를 해준다면 직원 입장에서도 자신이 중요한 사람이라고 느끼게 됩니다.
예를 들어 컴플레인을 잘 대처한 직원이 있다면 “선생님이 지난번에 어떤 환자가 컴플레인 했을 때 그 환자를 회피하지 않고 구체적으로 경청해주시고 적극적으로 해결해주려고 했던 모습 때문에 제가 굉장히 감동했고 또 그 덕분에 우리 나머지 직원들도 많이 배운 것 같습니다. 그 노력에 제가 정말 감사드립니다”라고 칭찬을 한다면, 감사와 인정이 잘 전해질 수 있겠죠.
신뢰는 채용 과정에서도 형성이 됩니다. 근무조건과 급여, 요구하는 직무를 구체적으로 협의하고 근로 계약하시는 것도 결국에는 다 신뢰로 이어지는 것입니다. 빈약한 정보로 협의해 개원 이후 수행 직무 및 근로조건에 차이가 있을 경우 퇴사의 사유가 될 수 있습니다.
채용 할 때는 근로 계약 외에도 직원과 심리적 계약이 이루어지게 됩니다. 심리적 계약은 직원들에게 암묵적으로 약속하는 대우인데요, 구성원들이 채용 과정에서 내가 이 직장을 선택해서 다니게 되면 나는 어느 정도의 대우와 어느 정도의 성장이 있겠구나라고 예상하는 것들이죠.
그런데 심리적 계약을 100% 지키기 쉽지 않습니다. 다만 지키지 못했을 때 어떻게 대처하느냐가 중요한데, 만약 직원들에게 했던 약속을 지키지 못할 경우에는 미리 이유에 대해서 투명하게 공개하고, 양해를 구하는 솔직한 리더십을 보여주세요. 평소에도 리더가 언행일치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게 매우 중요합니다.
특정 직원들에게만 너무 잘 대해주지 않고 모두에게 공정하게 대하시는 것도 매우 중요하고요. 직원들에게 개선의 피드백을 해야 되는 경우에도 모두 있는 자리에서 하는 것이 아니라 1대1로 따로 만나서 하는 방식을 취하시는 것도 매우 중요합니다.
⑨ 마지막으로 개원하는 의사 분들에게 하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 부탁드립니다.
막상 개원하고 나면 채용보다 직원유지가 더 힘들다라고 느껴질 겁니다. 결국 병원에 적합한 사람으로 채용하고 이탈하지 않도록 관리해나가는 것이 매우 중요한데, 채용이 조직 문화의 시작점이므로 저는 채용을 하실 때는 급하게 하시지 마시고 개원 초기에 정말 뽑을 만한 직원이 없으면 최소한의 인원으로 시작하시라고 말씀드립니다. 적정인력 구성에 있어서도 고정비를 줄이기 위해서라도 최소한의 인원으로 시작하는게 낫습니다.
성품, 직무를 균형적으로 평가하여 직원을 신중하게 뽑는 게 굉장히 중요하지만, 직원들의 재능과 경험을 적극적으로 끌어내서 우리 병원의 성장에 기여하게 하는 것은 결국 원장님의 리더십에 달려 있습니다. 직원들이 어느 병원에 소속돼있느냐에 따라 달라지는 경우도 많이 보거든요. 그래서 원장님들께서 개원을 하시고 나서도 바쁘시겠지만 꾸준히 리더십 개발과 경영학습을 하셔야 합니다.
그리고 이렇게 채용에 심혈을 기울여도 직원들 문제가 많이 발생할 것입니다. 원장님들 중에서는 직원이 이렇게 잘해 줬는데 그냥 나가버린다든지, 나를 욕하고 다닌다느니 하며 실망하시는 경우도 봤습니다. 그때는 너무 상처받지 마시고 리더라면 흔히 경험하는 일들이니 임상 경험 쌓으시는 것처럼 경영 경험, 인사 문제에 경험을 쌓고 있는 과정이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한 번 문제를 겪으면 두 번째 겪을 때는 훨씬 괜찮아지듯이, 문제를 한 번 겪을 때 회피하기보다는 내가 최대한 그 문제를 해결해보려고 노력을 해서 그것을 원장님의 경험으로 삼으셨으면 좋겠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