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금저항성난소암 치료에 있어 10년만에 새 기전의 약이 등장했다. 한국애브비의 ‘엘라히어’가 그 주인공으로, ADC 약물이라는 점과 FRα 양성인 난소암 치료에 사용된다는 점이 주목되는 의약품이다. 특히 임상적 혜택 역시 효과적으로 입증되면서 난소암 치료의 판도가 바뀔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FRα는 종양 발생 과정에 관여하는 단백질이다. 정상 조직에서 거의 발현되지 않지만 암세포, 특히 난소암에서 높게 발현되는 특성을 보인다. 로슈진단의 면역조직화학 기반 동반진단검사를 통해 종양세포 75% 이상에서 막 염색 강도가 2+ 이상으로 확인된 경우가 FRα 양성에 해당된다.
엘라히어는 FRα 수용체에 선택적으로 결합해 세포독성 물질을 암세포 내부로 전달하고 주변 암세포까지 제거하는 기전을 기반으로 강력한 항암 효과를 발휘하는 것이 특징이다.
한국애브비가 백금저항성난소암 ADC 치료제 ‘엘라히어(성분명 미르베툭시맙 소라브탄신)’의 국내 허가를 기념하는 기자간담회를 28일 개최했다.

이번 간담회에서 고대구로병원 산부인과 이재관 교수는 국내 난소암치료의 미충족 수요와 FRα 바이오마커의 임상적 의미에 대해 소개했다.
국내 발생률이 꾸준히 증가하고 있는 난소암은 특별한 초기 증상이 없고 조기 검진법이 부재해 70% 이상이 진행성 난소암으로 진단된다. 때문에 유방암, 자궁체부암 등 타 여성암 대비 5년 상대 생존율이 약 30%p 낮을 정도로 예후가 불량하다.
수술과 백금기반 항암화학요법 중심의 1차치료를 받아도 환자의 5명중 1명은 초기 치료 후 6개월 이내 재발해 ‘백금저항성난소암’으로 발전한다. 백금저항성난소암은 치료옵션이 제한적일 뿐만 아니라 반복된 선행치료로 전신상태가 약화된 경우가 많아 평균 기대 여명이 1년을 넘기기 어려웠다.
이재관 교수는 “난소암은 치료를 반복할수록 백금계 약물에 내성이 발생하며, 재발 환자의 대부분은 결국 어느 시점에 백금저항성난소암으로 진행하게 된다. 이로 인해 환자들의 정서적 부담이 크지만 기존 표준요법은 생존개선의 통계적 유의성을 보이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간 백금저항성난소암 치료환경은 큰 변화가 없었다. 항암신약이나 신뢰할 수 있는 바이오마커의 등장도 더뎠다. 하지만 최근 FRα 바이오마커 기반의 연구를 통해 난소암에서도 정밀의학을 기반으로 한 새 치료환경이 마련됐다.
이어 이재관 교수는 “전체 난소암 환자의 약 35~40%가 FRα 양성으로 추정되며, FRα 바이오마커의 발현은 진단부터 재발까지 비교적 안정적으로 유지되는 경향이 있다”며 “난소암 진단 과정에서 동반진단검사를 통해 FRα 양성 여부를 미리 확인한다면, 백금저항성난소암으로 발전 시 신속하게 엘라히어로 효과적인 후속 치료를 이어갈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또 “종양 이질성에 따라 이전 FRα 검사에서 음성이었던 경우에도, 재발 과정에서 FRα 양성으로 변화할 수 있으므로 치료 대안이 없는 환자라면 재검사를 시행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덧붙였다.

세브란스병원 산부인과 이정윤 교수는 엘라히어 허가의 근간이 된 글로벌 3상연구 ‘MIRASOL’ 연구 결과를 소개하며 엘라히어의 치료 혜택을 조명했다.
MIRASOL 연구에서 엘라히어는 최대 3가지 치료경험이 있는 백금저항성난소암 환자 대상 단독요법으로 사용됐으며, 대조군은 비 백금 항암화학요법이었다.
연구 결과 엘라히어는 대조군 대비 질병진행 또는 사망위험을 35% 낮췄고, 무진행 생존기간 중앙값도 5.62개월로 나타나 대조군의 3.98개월 대비 월등하게 개선됐다.
뿐만 아니라 전체생존곡선 비교에서도 엘라히어 치료군이 대조군 대비 일관되게 좋은 결과를 보였다. 엘라히어 치료군의 전체생존기간 중앙값은 16.46개월로, 대조군의 12.75개월 대비 높게 나타났으며 사망위험은 33% 감소했다.
엘라히어 치료군은 객관적반응률 역시 42.3%로 나타나 대조군 15.9% 대비 유의하게 높았다.
이정윤 교수는 “엘라히어는 임상 현장의 미충족 수요가 매우 컸던 백금저항성난소암에서 주요 임상 지표를 통해 임상적 유용성을 확인했다. 특히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전체 생존기간 개선을 처음으로 확인했다는 점에서 이번 허가의 의미가 매우 크다”고 평가했다.
특히 “기존치료에서 충분한 반응을 기대하기 어려웠던 환자들에게도 더 나은 예후에 대한 가능성을 제시한다는 점에서 임상적 의미를 더한다”고 했다.
이 교수는 “바이오마커 기반의 치료 전략이 적용되는 만큼 향후 더 정교한 환자 맞춤 치료가 가능해질 것으로 예상한다. 기존 치료제의 한계를 넘어선 엘라히어의 임상 혜택을 통해 국내 백금저항성난소암 환자의 생존 개선에도 기여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전했다.
한국애브비 강소영 대표이사는 “이번 엘라히어의 허가를 통해 오랫동안 효과적인 치료 옵션을 기다려온 국내 백금저항성난소암 환자와 그 가족들에게 새로운 희망을 전할 수 있게 돼 매우 뜻깊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어 “한국애브비는 진단과 치료가 어려운 난소암을 비롯한, 다양한 암 영역에서 지속적인 연구개발을 통해 국내 치료 환경 개선에 기여하고, 환자들에게 삶의 희망을 제공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엘라히어는 이전에 한 가지에서 세 가지의 전신 요법을 받은 적이 있고, 엽산 수용체 알파(FRα) 양성이면서 백금기반 화학요법에 저항성이 있는 고등급 장액성 상피성 난소암, 난관암 또는 원발성 복막암 성인 환자에서 단독요법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2025년 12월에 국내 허가됐다.
미국 NCCN 가이드라인은 엘라히어를 FRα 양성 백금저항성난소암 치료에서 선호요법이자 카테고리 1로 권고하고 있다. 국내 대한부인종양학회 역시 가이드라인을 통해 가장 높은 근거 수준(Level I)과 권고 등급(Grade A)으로 엘라히어를 권고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