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연구진이 대사이상 지방간 질환(MASLD) 환자에서 특정 유전자(PNPLA3) 변이가 면역 매개 간 손상 진행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사실을 세계 최초로 밝혀냈다.
가톨릭대학교 은평성모병원 소화기내과 이재준 교수, 은평성모병원 소화기내과 배시현 교수 및 서울성모병원 소화기내과 성필수 교수로 구성된 연구팀은 대사이상 지방간 질환(MASLD) 환자에서 PNPLA3 유전자 I148M 변이(GG형)가 간 내 면역세포 침윤 증가 및 고도 섬유화 진행과 밀접한 관련이 있음을 규명했다고 13일 밝혔다.
대사이상 지방간 질환(이하 MASLD)은 간에 지방이 축적되는 동시에 비만, 당뇨, 고혈압 등 대사질환이 함께 나타나는 것이 특징이며, 일부 환자에서는 간경변증이나 간암으로까지 진행될 수 있는 심각한 질환이다. 그동안 PNPLA3 유전자 변이(GG형)가 MASLD 진행에 영향을 준다는 사실은 알려져 있었으나, 이번 연구는 해당 변이가 간 조직 내 면역세포 침윤과 염증 반응에 어떻게 관여하는지를 처음으로 명확히 밝혀냈다는 점에서 큰 의의가 있다.
연구팀은 2024년, 은평성모병원과 서울성모병원에서 MASLD 환자 70명을 전향적으로 모집하고, 구강 상피세포 또는 간 생검 조직으로부터 PNPLA3 유전자형을 분석했다. 또한 간 조직에 대해서는 면역조직화학 염색을 통해 CD3(T세포), CD68(대식세포) 침윤 정도를 정량 평가했다.
그 결과, PNPLA3 GG형 환자군(변이가 이뤄진 군)은 GC/CC형 환자군(변이가 없거나 일부 있는 군)에 비해 고도 섬유화(F3 또는 F4) 비율이 높았으며, 간문맥 주변(periportal) 영역에서 CD3⁺ 및 CD68⁺ 면역세포의 침윤이 유의하게 증가하며, 염증 반응을 일으키는 양상이 발견됐다. 뿐만 아니라, GG형 환자군에서는 CD8A, GZMB, CCL2, TIMP1 등 면역 반응을 활성화하거나 및 간 섬유화를 일으키는 유전자들의 발현도 현저히 높았다.
이번 연구는 MASLD 환자마다 보유한 유전자에 따라 면역 매개 간 손상이 진행되는 방식이나 속도가 달라질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준 중요한 성과다. 특히, 간 내 염증과 면역 반응을 조절할 수 있는 치료가 개발될 경우, 유전자상 고위험 환자에서 섬유화 진행을 늦추거나 예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아울러, 환자가 자신의 유전자 정보를 미리 확인함으로써 간 손상 위험을 보다 정확히 예측하고 조기에 치료에 나설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됐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크다.
이재준 교수는 “이번 연구는 단순한 유전적 연관성을 넘어서, PNPLA3 변이가 간 내 면역세포 침윤과 활성화를 유도하고, 이를 통해 섬유화가 진행될 수 있다는 병태생리적 연결 고리를 세계 최초로 제시한 데 큰 의의가 있다”며, “향후 MASLD 환자의 예후를 예측하거나, 면역 관련 경로를 타깃으로 하는 새로운 치료 전략을 설계하는 데 기반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배시현 교수는 “이번 결과는 PNPLA3 유전자형에 따라 섬유화 진행이나 치료 반응의 차이를 예측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주며, 향후 임상 현장에서 정밀의료를 실현하는데 의미 있는 기초자료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성필수 교수는 “MASLD가 악화되는 중요한 원인 중 하나로 면역세포의 활성화를 부각시킨 최초의 유전-면역 연관 연구”라며, “치료 타깃을 정교화하는데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전했다.
이번 연구는 정밀 유전체 분석기업 제노헬릭스(Xenohelix)가 공동으로 참여했으며, 유전자 분석은 제노헬릭스의 SNP 기반 정밀 유전체 분석 플랫폼을 활용해 수행됐다.
연구 결과는 최근 간담췌 분야 국제학술지 Journal of Gastroenterology(IF 5.5) 온라인판에 ‘MASLD 환자에서 PNPLA3 I148M 변이와 간 면역세포 침윤 및 섬유화의 연관성 연구 제목으로 게재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