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직선제 대한산부인과개원의사회는 정부 및 일부 지자체가 추진 중인 ‘한방 난임치료 국가지원 사업’에 대해 깊은 우려를 표하며, 다음과 같은 이유로 본 사업의 즉각적인 중단을 강력히 촉구한다.
1. 과학적 근거 부족과 낮은 임신 성공률
대한의사협회 의료정책연구소 발표(2017)에 따르면 한방난임치료의 임신 성공률은 오직 12.5%로 이는 아무런 치료없이 단순 관찰한 원인불명 난임 여성에서의 임상적 자연임신율 24.6~28.7%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치다.
또한 보건복지부가 의뢰한 연구(2017)에서도 한방 치료 후 임신율은 14.4%, 출산율은 7.78%에 불과했으며, 유산율은 46.2%에 달해 일반적인 유산율보다 매우 높은 수치를 보였다. 이는 치료의 안전성에도 심각한 의문을 제기할 수 있으며, 과학적 검증이 부족한 치료에 공공 예산을 투입하는 것은 부적절하다.
2. 안전성과 치료 표준화 부재
한방 치료에 사용되는 일부 한약재는 착상을 방해하거나 유산을 유발할 수 있는 성분을 포함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목단피(牧丹皮)는 동물실험에서 자궁 내막의 착상률을 떨어뜨리는 효과가 확인됐으며(식품의약품안전처, 2021), 치료에 사용되는 약재 전반에 대한 안전성 검토가 미흡하다. 또한 한방 치료는 표준화된 진단 및 치료 프로토콜이 없어 의료인 간 치료 방식에 큰 편차가 존재하며, 이는 환자의 안전을 보장하는 데 중대한 한계를 드러낸다.
3. 공공 예산의 비효율적 사용
한방 난임지원 사업은 몇 년간 지속돼 왔으나, 과학적·객관적 평가를 통한 표준화와 검증이 이뤄지지 않아 실질적 성과가 매우 제한적이다. 효과성과 안전성이 검증되지 않은 치료에 국민의 세금을 지속적으로 투입하는 것은 명백한 예산 낭비이며, 정부는 책임 있는 예산 집행 원칙을 다시 수립해야 한다.
4. 임신의 골든타임 상실 우려
보조생식술이 필요한 난임 환자가 한방 치료에만 의존할 경우, 가임력 저하가 빠르게 진행되는 중요한 시기를 놓쳐 치료 기회를 영원히 상실할 수 있다. 실제로 한방 치료 후 효과를 보지 못하고 뒤늦게 병원을 찾는 사례가 적지 않으며, 이로 인해 임신 성공률이 낮아지는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본 의사회는 한방 난임치료 국가지원 사업이 과학적 근거와 치료의 안전성이 부족하며, 국민 건강과 국가 재정에 중대한 부정적 영향을 미친다고 판단한다. 이에 따라 정부는 해당 사업을 즉각 중단해야 한다.
아울러 본 회는 대한의사협회가 제안한 ‘한방 난임지원 사업의 효과성과 안전성, 한약재의 중금속 사용 여부’ 등을 주제로 한 대국민 공개 토론회 공동 개최 제안에 전적으로 동의하며, 대한한의사협회의 책임 있는 응답과 참여를 강력히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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