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 국민건강보험공단이 흡연으로 인한 건강보험 재정 손실을 이유로 담배회사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 소송이 1심에서 패소한 뒤 항소심을 진행하고 있다는 사실이 언론을 통해 보도됐습니다.
오늘날 대한민국은 급격한 고령화와 함께 만성질환과 암에 대한 사회적 관심과 부담이 점점 더 커지고 있습니다. 특히 흡연은 고혈압, 당뇨병, 심혈관질환, 각종 암과 같은 주요 질환들과 깊은 관련이 있는 대표적인 위험요인으로, 우리 사회가 반드시 극복해야 할 문제입니다. 흡연으로 인한 건강 피해는 개인을 넘어 사회 전체가 짊어져야 할 무거운 부담이 되고 있습니다.
흡연은 단순한 개인의 기호 문제를 넘어 국민 건강과 삶의 질, 그리고 국가 재정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사회적 위험 요소입니다. 2019년 한 해 동안만 흡연으로 인한 사망자는 5만 8036명에 달하며, 이는 하루 평균 159명이 담배로 인해 생명을 잃고 있다는 뜻입니다. 개인에게는 돌이킬 수 없는 건강의 상실을, 가족에게는 심적 고통과 경제적 어려움을, 그리고 사회에는 막대한 의료비 부담과 생산성 손실이라는 큰 대가를 치르게 합니다.
2023년 기준 흡연으로 인한 건강보험 진료비는 무려 3조 8천억원에 달하며, 매년 증가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이는 흡연으로 발생하는 사회적 비용이 매우 상당함을 보여주는 수치입니다. 더욱이 직접흡연뿐만 아니라 간접흡연은 역시 수많은 유해 화학물질과 발암물질에 노출되는 것으로, 지속적인 간접흡연 노출은 하루 수 개비의 흡연과 맞먹는 건강 위험을 가져올 수 있다는 점도 심각하게 인식해야 합니다.
실제로 대한금연학회지에 발표된 연구에 따르면, 소세포폐암의 97.5%, 편평세포폐암의 96.4%, 후두암의 85.3%가 흡연과 직접적인 연관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비흡연자에 비해 흡연자는 폐암 발생 위험이 최대 41.2배, 후두암 발생 위험은 6.8배 높아진다는 연구 결과도 제시됐습니다. 이처럼 흡연이 특정 암종에 미치는 영향은 명백하며, 그 인과관계를 부정하기는 어렵습니다.
미국에서는 연방정부가 담배회사 및 연구소에 조직범죄방지법(RICO법)에 따라 ‘흡연폐해 은닉, 니코틴 중독 호도 등을 통해 대중을 속여왔다’며 강력한 시정조치를 명령한 바 있으며, 캐나다 퀘벡주에서는 13조 8천억 원 규모의 손해배상 판결이 내려지기도 했습니다. 이러한 국제적 사례는 흡연 폐해에 대한 사회적 경각심을 높이고, 흡연으로 인한 피해에 대해 제조·판매자의 책임을 명확히 하려는 움직임이 전 세계적으로 확산되고 있음을 보여줍니다.
우리는 흡연이 단지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모두의 건강권을 위협하는 사회적 문제임을 분명히 인식해야 합니다. 의사는 단순히 병을 치료하는 데 그치지 않고, 질병을 유발하는 사회적 환경을 개선하는 데에도 목소리를 내야 합니다. 흡연으로 고통받는 국민들의 건강을 지키는 것은 우리 모두의 책무입니다.
앞으로 흡연의 폐해를 보다 적극적으로 알리고, 국민의 건강을 지키기 위한 제도적, 사회적 노력이 함께 이뤄져야 합니다. 건강은 모든 국민이 누려야 할 기본권이며, 다음 세대에 물려줘야 할 가장 소중한 자산입니다. 흡연으로 인한 피해를 줄이고, 건강한 대한민국을 만들어가는 길에 우리 모두가 함께 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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