있는 약도 제때 못 쓰게 하는 ‘암 동반진단’, 제도 개선 필요

2024-12-20 06:00:31

암학회, 암 동반진단 제도 개선 토론회 성료


암 동반진단 기술의 신속한 도입과 적용을 위한 제도적 개선이 시급하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전문가들은 동반진단이 환자 맞춤형 치료와 건강보험 재정 효율화를 위한 중요한 도전 과제임을 강조하며, 이를 해결하기 위한 정책적 지원과 명확한 규제 지침 마련이 필요하다고 호소했다.

더불어민주당 남인순, 김남희 의원이 주최하고 대한암학회가 주관한 ‘암 치료 성과를 높이기 위한 동반진단 제도 개선 토론회’가 19일 국회의원회관에서 개최됐다.

먼저, 대한병리학회 이혜승 총무이사(서울대학교병원 병리과)가 동반진단의 임상적 가치와 전망을 주제로 발표했다.

이혜승 총무이사에 따르면, 바이오마커에 따른 표적치료는 환자의 5년 생존율에 큰 영향을 미친다. 바이오마커 변이가 다양한 폐암의 경우, 표적치료제와 면역치료제가 적용될 가능성이 높아 5년 생존율이 12.1% 개선됐다. 반면, 위암은 상대적으로 바이오마커가 적어 생존율 개선이 6.6%에 그쳤다.

동반진단은 단순히 환자 맞춤형 치료를 가능하게 하고 부작용을 줄이는 것에 그치지 않는다. 치료 효율성을 높여 건강보험 재정을 효율적으로 운영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이 총무이사는 “FDA는 동반진단 기술이 표적치료제와 동시에 승인돼야 한다”고 강조하며 “치료제가 있어도 정확한 바이오마커 타입을 모른다면 약물 사용이 불가능하다. 진단과 치료제가 동시 허가돼야 약물이 본래의 효과를 발휘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FDA에서는 60개 이상의 약물이 동반진단과 연계돼 승인을 받았으며, 2023년 FDA 신규 의약품 승인 목록의 3분의 1에 달할 정도로 맞춤 바이오마커 기반 치료제의 비중이 커지고 있다.

이어서 이 총무이사는 IHC 동반진단 검사에 대해 설명했다. IHC는 면역조직화학염색법으로, 특정 단백질의 존재와 양을 시각적으로 확인할 수 있는 검사 방법이다. 

이 총무이사는 “IHC 검사는 전 세계적으로 표준으로 사용되는 방법으로, 어떤 나라에서 검사를 시행하더라도 일관된 결과를 얻을 수 있도록 검사 기기, 시약, 프로토콜이 모두 표준화돼 재현성이 높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한, “IHC 검사는 임상시험을 통해 수백 명 이상에게 사용되면서 신뢰성을 확보했으며, 안전성과 유효성이 검증됐다. 표적 여부를 판단하는 기준 역시 임상시험 데이터를 통해 명확히 설정돼 있다”며, “검사를 통해 표적이 확인되면, 이를 바탕으로 병리 의사가 판독을 진행하고, 정확한 결과를 위해 교육과 재교육, 컨센서스 미팅 등을 거친다”고 덧붙였다.

국내 병리과 의사들은 임상시험 단계에서부터 Claudin 18.2 검사에 대해 지속적으로 학습해왔으며, 임상시험 성공 이후 학회나 연구회 등을 통해 관련 교육이 이뤄졌다. 이 총무이사는 “의사들은 필요 시 즉시 검사를 진행할 수 있는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

이어 대한병리학회 원재경 보험이사(서울대학교병원 병리과)가 ‘IHC 동반진단의 신속한 임상 현장 도입의 제한점’에 대해 발표했다.

원재경 보험이사는 일반적인 의료기술은 식약처 허가 후 기존 기술 여부 확인, 신의료기술평가, 비급여 등재로 이어지는 절차를 거치지만, 동반진단의 경우 대규모 국제 임상연구를 통해 FDA 등에서 안전성과 유효성이 검증된 경우가 많다고 소개했다. 

또한 동반진단은 대상, 목적, 방법 등의 차이로 기존 기술로 인정받기 어려운 경우가 많아 대부분 신의료기술평가를 거쳐야 한다고 설명했다.

원 보험이사는 “이미 검증된 안전성과 유효성에도 불구하고 중복 평가로 인해 최장 15개월간 기술 사용이 제한돼 환자 치료 기회가 줄어드는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Claudin 18.2 동반진단의 경우, 위암 환자를 대상으로 한 글로벌 대규모 임상시험에서 효과가 입증됐고, 한국인 환자에서도 좋은 결과를 보였지만 기존 기술로 인정받지 못해 신의료기술평가를 받아야 하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기술평가 대상이 될 경우 최장 9개월간 기술 사용이 제한돼 임상 현장에서 우려가 커지고 있다는 것이다.

원 보험이사는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두 가지 개선 방안을 제시했다. 첫째, 국제적으로 검증된 동반진단 기술에 대해 신속한 기존기술 분류 절차를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글로벌 임상시험에서 안전성과 유효성이 입증되고, FDA 등 주요국 가이드라인에 등재된 경우 기존기술로 인정해 신속히 적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둘째로는 허가와 기술평가의 통합 운영을 제안했다. 현재는 의약품과 진단제품이 모두 허가된 후 기술평가가 진행되지만, 이를 허가 단계에서 통합 심사로 전환해 절차를 간소화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원 보험이사는 “글로벌 임상시험을 통해 안전성과 유효성이 입증된 동반진단 기술은 신속히 적용돼야 한다”며, “신속한 동반진단 적용은 환자 치료 기회를 확대하고, 의료 시스템 전반에 긍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덧붙였다.

마지막으로, 대한암학회 라선영 이사장은 정밀의료 기반 맞춤치료를 통한 진행성 위암 치료 효과 증진에 대해 발표했다. 

라 이사장은 항암제만 투여했을 때보다 항암제와 졸베툭시맙을 병용했을 때 한국 환자 대상 생존율이 15개월에서 30개월로 두 배 가까이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다만, 이는 서브그룹 분석 결과로 제한된 샘플에서 나온 데이터인 만큼 신중한 해석이 요구된다. 

또한, 라선영 이사장은 한국과 일본에서 유의미한 데이터를 다수 확보했으며, 내년 1월 한국의 새로운 가이드라인이 업데이트될 예정이라며 “기존 NCCN 가이드라인 중심의 치료 방식에서 벗어나 국내 데이터를 적극 반영한 새로운 지침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패널토론서 한국환자단체연합회 이은영 이사는 “환자들이 진단을 받고 신약을 사용하기까지 15개월을 기다린다는 점은 매우 가혹하다. 환자단체는 검증되지 않은 신의료 기술이나 무분별한 치료가 들어오는 것을 경계하고 있지만 중증 암 환자나 희귀질환 환자들에게는 적시에 치료를 시작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밝혔다.

이어 “2017년부터 신속 등재 제도가 시행됐으며, 제도의 개선을 위해서는 환자 중심적인 설계가 필요하다. 동반 진단 기술이 환자에게 신속하고 적절한 치료를 제공할 수 있도록 제도가 뒷받침돼야 한다”고 전했다.

한국의료기기산업협회 체외진단위원회 임지은 보험정책분과장은 IHC 동반진단 기술을 약제와 동시에 시장에 도입하는 데에 있어 나타나는 두 가지 한계점에 대해 밝혔다. 

먼저 “제도가 불명확하고 불확실성이 크다”고 지적하면서 “최근에 Claudin 18.2의 동반진단에 대해 심평원과 상담을 진행한 결과, 동반진단은 약제 급여 공제 결정 후에야 급여 검토가 시작된다고 안내받았다. 심평원 내부에서도 약재와 의료 행위가 연계된 동반 진단의 급여 검토에 대해 상충되는 지침이 있어, 심평원 차원에서 더 명확하고 통합적인 검토 지침이 필요하다”고 했다.

두 번째로는 시장 선진입 루트의 규제에 대해 지적했다. 임 분과장은 “현재 IHC 동반진단 기술은 기술 평가를 거치지 않고 비급여로 시장에 진입할 수 없다. 특히 새로운 바이오마커를 활용한 동반 진단은 기술 평가를 거쳐야 하며, 그 과정에서 많은 시간이 소요된다. 따라서 빠른 시장 출시를 위해 기존 기술 준용 기준을 마련하거나 선진입 루트를 모색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또 이를 바탕으로 두 가지 제안사항도 등장했다. 첫 번째로는 IHC 동반진단 기술의 기존 기술 준용에 대한 명확한 기준을 마련해 예측 가능성을 높이는 것을 제안했다. 두 번째로는 IHC 동반진단의 허가와 신의료기술 평가 통합심사를 도입해, 치료가 시급한 환자들에게 신속히 진단과 치료를 제공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을 주장했다.
 
보건복지부 보험급여과 이민정 사무관 “동반진단 기술의 시장 진입이 원활하게 이뤄질 수 있도록 정책적인 지원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실제 제도를 개선하는 데 있어 중요한 점은 신속한 심사와 명확한 규제 지침을 마련하는 것이다. 이 문제를 해결하는 데 있어 정부 차원의 협력과 적극적인 대처가 필요하며, 앞으로도 적극적으로 동반진단 기술을 지원해 나갈 계획이다”라고 전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의료행위평가부 서희정 부장 역시 “동반진단 기술이 실제로 환자에게 도움이 될 수 있도록 하려면 제도적인 문제가 해결돼야 한다”면서 “이 분야에서 제기되는 불확실성과 혼란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정책적 차원에서의 명확한 가이드라인과 제도의 정비가 필요하다. 동반진단 기술을 기존 기술로 인정하는 방안이나 신속히 시장에 도입할 수 있는 루트를 마련하는 것 등이 중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의료행위등재부 육상미 부장도 “동반진단 기술이 실제로 적용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기 위해서는 제도적 장치가 잘 갖춰져야 한다. 환자들에게 실제로 도움이 될 수 있도록, 동반진단 기술을 빠르게 도입하고, 그 과정에서의 불확실성을 줄여나가는 것이 중요하다. 이를 위해 각 분야가 협력해 보다 나은 방향으로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고 했다. 

좌장을 맡은 대한항암요법연구회 장대영 회장은 “동반진단은 새로운 표적 치료제가 등장하면서 점점 더 중요한 이슈로 떠오르고 있다. 제도적으로 불합리한 점이 있다면 이를 해결할 수 있는 방안을 논의해야 할 때다”라고 전했다.



노영희 기자 nyh2152@medifo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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