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고령사회 진입을 앞두고 보건의료계의 혼란과 갈등이 심각하다.
의정 갈등, 간호법 통과 등 직역 별로 민감한 여러 가지 사항이 해결되지 않은 채 시간만 흐르고 있다.
특히나 ‘간호법’은 간호조무사도 당사자인 간호 인력에 관한 법률임에도 위헌적인 간호조무사 시험응시자격 학력 제한이 그대로 남아 있음에도 해결의 기미가 보이지 않아 답답한 심정이다.
헌법재판소와 규제개혁위원회, 심지어 대통령까지 “간호조무사 시험응시자격 학력 제한은 국민의 교육받을 권리와 평등한 권리, 직업선택의 자유를 제한한 위헌성이 있다”라고 인정했음에도 바뀌지 않고 있다.
시험응시 자격이 ‘특성화고 졸업자’와 ‘사설학원 수료’로 제한되어 있는 직종은 우리나라 모든 직업에서 간호조무사가 유일하다.
이 때문에 간호조무사에게는 늘 ‘고졸-학원 출신’이라는 꼬리표가 붙어 있다. 그리고 이 꼬리표는 간호조무사가 최저임금 수준의 저임금을 받고, 열악한 근무 여건과 각종 차별을 받을 때 담보처럼 작용한다. 대졸자도 '고졸-학원출신’이라는 낙인이 찍혀 정당한 대우를 받지 못하고 있다.
게다가 전문대 보건행정학과 졸업생의 경우 간호조무사 시험응시에 필요한 교육과정을 모두 이수했음에도 시험응시 자격이 없어서 사설 간호학원에서 수강료를 내고 1년이라는 시간을 투자해야 한다. 그렇게 해서 간호조무사 자격을 취득하면 ‘고졸-학원’ 출신 취급을 받는 열악한 근무 환경을 마주한다.
간호조무사는 국민건강 증진을 위한 간호의 한 축을 담당하는 필수 간호 인력이다. 따라서 간호사만 아니라 간호조무사도 흔쾌히 지지할 수 있는 간호법이 되어야 마땅하다.
내년 6월 21일 시행되는 간호법에서 제한하고 있는 ‘간호조무사 시험응시 자격 학력 제한’을 폐지하면 된다.
국회는 지난 8월 간호법을 통과시키면서 부대의견으로 ‘간호조무사 시험응시 자격 학력 제한 문제 해결을 위해 이해관계 당사자가 참여하는 사회적 논의를 통해 개선방안을 마련하라“고 제시한 바 있다.
법률로 정해진 것은 아니지만 정부와 국회가 국민 앞에서 한 약속인 만큼 반드시 지켜져야 한다.
간호조무사 시험응시 자격 학력 제한을 해결할 개선방안 마련은 사실 그렇게 어려운 게 아니다. 이미 10년 전에 간호조무사 전문대 양성을 위한 간호인력개편안을 마련한 바 있다. 이때 만들었던 ‘간호인력개편안’을 현실에 맞게 수정 보완하면 된다.
한국판 카스트제도로 불리는 간호조무사 시험응시 자격 학력 제한 문제를 해결하는 것은 초고령사회 진입을 앞두고 국민건강 증진을 위해 꼭 필요한 일이다.
간호조무사가 제공하는 간호의 질 향상을 위해 하루빨리 ‘간호조무사 시험응시 자격 개선 사회적 논의기구’ 구성이 이뤄지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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