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협, 대정부 투쟁 결의…“비대위는 구성 안해”

2024-09-02 06:24:22

31일 긴급 의총, 비대위 설치 건 부결…
간호사는 전공의의 대체재가 될 수 없어 강조

대한의사협회가 31일 긴급 임시대의원총회를 열고 의대 정원 증원 저지·필수의료 패키지 대응·간호법 저지를 위한 투쟁을 선포했다.

의협은 지난 29일 국정브리핑에서 윤석열 대통령이 2025학년도 의대정원 증원 마무리를 공식화했지만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라며 증원 저지를 위한 대정부 투쟁을 이어가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이날 의협 대의원들은 임현택 집행부와 줄곧 갈등해 온 전공의단체 등의 요구에도 불구하고, 비상대책위원회(비대위) 없이 현 체제를 중심으로 총력 대응하기로 뜻을 모았다.

우선 간호법과 의대증원 저지 등을 위한 비대위 설치 여부는 투표 결과  대의원 189명(총원 242명) 중 반대 131명, 찬성 53명, 기권 5명으로 부결됐다.
 
이들은 총회 직후 결의문을 통해 “대의원총회 산하 비대위를 설치하기보다는 (현) 집행부가 의대정원 증원 저지, 필수의료 패키지 대응, 간호법 제정 (대응) 등을 총망라해 ‘사즉생(死卽生·죽기로 마음먹으면 산다)’의 각오로 총력을 다할 것을 결의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그동안의 집행부 노고를 치하하나 비상식적이고 독선적인 정부를 상대하기 위해서, 그리고 회원들의 권익 회복을 위해서는 지금보다 더 많은 노력을 다해줄 것을 촉구한다”며 “대의원회는 절대적인 지지와 지원을 아끼지 않을 것임을 약속한다”고 천명했다.
 
또 “성급한 의대정원 문제는 숙의를 거쳐 추진할 것을 촉구한다”며 “사회적 합의가 이뤄지지 않은 설익은 정책으로 국민의 동의를 얻을 수 없으며, 더 많은 의구심만 양산할 뿐”이라고 강조했다.
 
이와 함께 “지역의료 및 필수의료는 정부의 시스템 개선이 먼저임을 각성해야 한다”며 “단순히 의사 수 증원만으로 고사 위기인 지역 필수의료가 살아나지 않는다”고 언급했다. 의료전달체계 개선과 인력 재배치, 적정 규모의 환자와 함께 일하는 의료시스템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아울러 간호법 입법으로 제도권 안에 들어오게 된 진료지원(PA·Physician Assistant) 간호사는 전공의의 대체재가 될 수 없다고 역설했다.

대의원회는 “오늘의 전공의가 없으면 내일의 전문의는 절대 있을 수 없다”며 PA 관련 법 제정을 즉시 철회할 것을 요구했다.

또한 최근 응급실 파행 등 의정 사태의 근본적 원인은 정부에게 있다고 지적했다.
 
김교웅 의장은 “정부에서 어떤 해결책을 내놓는 게 아닌 상황이다 보니 방법이 별로 없기는 하다. 의료가 계속 망가지고 있다”며 “대통령은 '응급실이 잘 돌아간다'고 하지만, 이형민 교수(대한응급의학의사회 회장) 등 (현장에선) 너무 힘들다고 얘기한다. 이게 (진짜) 문제”라고 지적했다.
 
박형욱 대한의학회 부회장도 “그제 대통령 담화를 보며 굉장히 충격을 받으신 분들이 많았을 거라 생각한다. 의료대란의 심각성에 대해 물으니 의료현장에 가보시라고 말씀하시지 않았나”라며 “현 사태가 왜 발생했는지 극명하게 설명해주는 사례”라고 비판했다.
 
그는 “국민의 생명을 우습게 여기는 거라 생각한다. 현장에 가보지도 않은 분이 여러 문제를 지적했더니 현장에 가보라고 하는 것은 정상적 사고방식으로 이해하기 굉장히 어렵다”며 “저희가 생각할 때, 의료개혁의 대상은 의료기관이 아닌 보건복지부”라고 직격했다.
 
의협 대의원회는 이날 총회 시작 시 낭독한 투쟁선언문을 통해 “수시 모집이 곧 시작되지만 선발은 12월이다. 수시 모집이 2025년 (의대) 정원 확정이라고 머리 떨구지 말자”며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한편 반년 넘게 장기화된 의료공백 사태 수습을 촉구하며 단식에 들어갔던 임 회장은 엿새째인 31일, 건강 악화로 병원에 긴급 후송됐다.

의협에 따르면, 임 회장은 폭염 속 탈수와 어지러움 증상 등으로 전날부터 몸을 가누기 어려웠고 당뇨 등 기저질환도 악화된 것으로 파악됐다.
 
의협 관계자는 “특히 부정맥 증상이 심화돼 의식 저하로 위험한 상태”라며 “응급치료를 받고 회복해 투쟁을 지속해나갈 계획”이라고 전했다.

임 회장은 이날 총회에서 영상 인사를 통해 “부족한 모습으로 많은 우려를 받았지만 분골쇄신의 각오로 싸울 준비가 되어 있다”며 “부디 비대위 구성보다 저와 저희 집행부를 믿고 힘을 실어달라”고 호소했다.


손락훈 기자 kuni1202@medifo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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