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니실린 알레르기가 있다고 알고 있는 환자의 95%는 검사를 통해 확인 시 페니실린 항생제 복용 가능한 사람으로 확인됐다.
대한천식알레르기학회는 지난 15일 약물알레르기 심포지엄을 열어, ‘약물과민반응의 진단과 검사법’을 주제로 진단과 검사, 특히 약물 유발 검사에 대한 최신 지견과 실제 임상 사례 등을 공유했다고 7월 1일 밝혔다.
대한천식알레르기학회 약물이상반응연구팀의 이번 심포지엄은 특히 환자의 약물알레르기를 새롭게 진단하는 것은 물론이고, 특히 최근 치료 성공률 저하와 내성균 및 의료비 증가 등의 문제가 대두되는 ‘기존에 잘못 알고 있는 약물알레르기’를 어떻게 바로잡을 것인가에 대한 내용이 심도 있게 다루어졌다.
약물 이상반응은 예방·진단·치료를 위해 적절한 투여 경로로 상용량의 약물을 투여했을 때 치료 효과 이외에 의도하지 않았던 인체에 해로운 반응이 나타나는 것을 말한다.
흔한 약물 이상반응은 약제가 원래 인체에서 하는 과정을 통해 나타나는 것으로, 협심증으로 질산염 제제를 투약하면 혈관 확장 효과 때문에 협심증은 완화되지만 두통이 발생하는 것이 있다.
약물알레르기는 약물이 본래의 효과와 관련 없는 과정을 통해 발생하는 것으로 두드러기, 혈관부종, 아나필락시스, 약물 발진, 스티븐스-존슨 증후군, 독성표피괴사용해, 드레스 증후군 등이 있다.
독성표피괴사용해 같은 중증 약물 이상반응은 사망률이 무려 40%에 이르며, 원인 약물 규명을 하지 못하고 재복용하면 알레르기 반응은 다시 나타나 환자의 생명을 위협한다.
따라서 약물 알레르기 반응이 의심되면 반드시 전문가를 통한 검사 및 조언을 듣고 이후 약제를 사용해야 한다.
그러나 일반인이나 환자가 약물알레르기가 있다고 말하는 것은 대부분 약물 알레르기가 아닌 약물 이상반응을 의미하는 것일 가능성이 높다.
가장 흔히 오인되는 약물은 페니실린 및 페니실린에서 유래한 페니실린 계열의 항생제다.
페니실린은 1928년 발견된 이후 많은 사람을 살린, 인류 역사의 한 획을 그은 항생물질이다.
1945년 첫 아나필락시스 보고 이후, 1960년대 중반까지 미국에서 매해 300명의 아나필락시스 사망자가 발생했다.
사용 후 아나필락시스 발생 확률은 0.00002% ~ 0.00006%로 드물지만, 치명적인 결과로 인해 페니실린에 의한 약물 알레르기가 주요 관심사가 됐다.
문제는 페니실린 알레르기에 대한 정확한 검사 없이 페니실린 복용 후 발생한 모든 증상을 알레르기로 오인해 인지하는 일이 늘고 있다는 것이다.
정확한 검사를 하는 것은 시간과 노력이 들지만, 약물을 회피하는 것은 간단하기 때문이다.
이처럼 ‘확진되지 않은 페니실린 알레르기 환자’는 사회적 문제가 되는데, 환자의 병력만을 듣고 페니실린에서 유래한 항생제들을 사용하지 않는 것에서 비극이 시작된다.
페니실린에서 유래한 항생제들을 사용하지 못해 페니실린을 대체하는 차선의 약제를 사용하게 되면 질병의 치료 효과가 떨어지고, 위막성 대장염과 같은 항생제 치료로 인한 합병증이 증가하며, 최근 사회적으로 중요한 문제로 대두되고 있는 다제내성균의 확산이 야기돼 결국 사회적으로도 의료비 지출이 증가한다.
더 나아가 ‘확진되지 않은 페니실린 알레르기 환자’에서 원인과 상관없이 사망률이 증가한다는 연구도 있다.
페니실린 알레르기라고 말하는 환자들을 대상으로 정확한 검사 후 페니실린 알레르기가 아님을 진단해주는 ‘약물알레르기 꼬리표 떼기 (delabelling)’를 통해 환자의 의료 비용 감소, 외래 방문 감소, 입원 감소 및 불필요한 항생제 사용 감소 등을 증명한 연구도 미국에서 발표됐다.
또한, 약물알레르기 꼬리표 떼기를 통해 페니실린 알레르기로 알고 있던 환자의 95%에서 페니실린 및 페니실린 계열의 항생제 사용을 문제 없이 할 수 있었다.
약물알레르기 꼬리표를 떼는 작업은 정확한 검사 및 이를 판독할 수 있는 알레르기 전문가에 의해 수행되는 것이 바람직하다.
약물알레르기 꼬리표를 떼는 것만큼 약물알레르기 환자를 놓치지 않는 것도 중요하기 때문으로 이 모두를 수행할 수 있는 알레르기 전문가의 역할이 중요해지고 있다.
아직 우리나라에서는 약물알레르기 꼬리표 떼기에 대한 논의가 본격적으로 이루어지고 있지 않아 이에 대한 의료진들의 인식 개선이 우선 필요한 현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