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대란 인한 환자 피해 악화중…“실질적 대책 마련해야”

2024-06-05 08:40:46

한국암환자권익협의회, 의료공백 인한 암환자 피해사례 2차 설문조사 결과 발표
일본 의대 정원 증가 사례와 지역 정원제 도입 등 정부에 제안

췌장암 환자 10명 중 6~7명이 정상적인 진료를 받지 못하며 큰 고통을 겪고 있었으며, 신규 진단 환자들의 피해가 더 큰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암환자권익협의회는 6월 5일 췌장암 환자 281명 대상 2차 설문조사 결과에 대해 발표했다.


앞서 한국암환자권익협의회가 실시한 암 환자 189명 대상으로 진행한 1차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56%가 의료공백으로 인해 진료 거부를 경험했다고 답변했으며, 43%의 환자들이 항암 치료가 지연됐다고 응답했다.

주요 환자 피해 사례로 ▲외래진료 지연 ▲항암치료 지연 ▲입원실 축소로 인한 입원 지연 ▲신규 환자 진료 거부 등이 조사됐다.


최근 실시한 췌장암 환자 281명 대상 2차 설문조사에서도 문제가 개선되기는커녕 오히려 악화한 것으로 확인됐다. 응답자의 67%가 진료 거부를 겪었고, 51%는 치료가 지연됐다고 답변한 것이다.

대표적인 5가지 사례를 살펴보면, 첫 번째 사례의 경우 풀피리 하는 동안 전공의 파업으로 입원이 열흘~2주 지연돼, 3월에 항암을 1차례밖에 하지 못했으며, 그로 인해 지방임에도 불구하고 부득이하게 부작용과 불편함을 감수하고 '가방 항암'으로 변경할 수밖에 없었고, 결국에는 약제를 변경하게 된 피해사례가 발생했다.

두 번째 사례는 항암치료 중 간 전이가 왔는데, 새 환자 안 받는다면서 다른 병원에 가라고 거절을 당한 사례이며, 세 번째 사례는 금요일에 병원이 의료사태로 휴진을 하니 항암치료가 한 주 뒤로 지연된 것도 모자라 다학제도 취소돼 과마다 외래를 따로 잡아서 진료를 가야 했던 사례가 있었다.

네 번째 사례는 응급실에서 수혈 좀 해달라고 했더니 호스피스로 가라고 했다가 ‘사전 연명 동의서’에 수혈도 안 된다고 서명했다는 이유로, 혈소판 수치가 23인데도 별 조치 없이 귀가해야만 했던 사례도 있었다.

다섯 번째 사례는 배액관 시술은 늦게 잡혀있고, 복수 때문에 두 달이 넘게 거의 식사를 못해서 참다가 응급실을 방문했는데, 의료진이 “동기들이 다 사직서를 냈다”면서 응급실은 목숨이 왔다 갔다 하는 환자만 오는 곳이라는 호통을 듣고 나와야만 했던 사례였다.

여섯 번째 사례는 복수천자 2ℓ에 혈색소 수치가 7 이하여서 부모님이 병원에 알부민 처방 및 수혈을 요청했지만, 의료파업 사태로 인해 거절당하고 이틀 뒤 갑자기 돌아가신 사례도 존재했다.

한국암환자권익협의회는 “암과 같은 중증 질환 환자들이 이런 고통을 덜어줄 수 있도록 정부와 의료계는 환자 중심의 실질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면서 “더 이상 환자를 의정 갈등의 도구로 쓰는 것을 멈추고, 정부가 의료 개혁을 하겠다는 의지가 있다면 의료계 집단행동으로 인한 의료 공백을 막을 실효적 제도를 재정비함에 주력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의료 개시 명령만으로는 문제를 해결하기 어려우므로, 실효성 있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 환자들의 치료 공백이 발생하지 않도록 의료 공백 발생 시 즉각적인 대응 체계 마련이 필요하며, 이번 사태로 환자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정부가 인정한다면 건정심에 환자단체의 참여를 확대 줄 것을 촉구했다.

또, 병상 수 과밀화로 인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대형 병원의 병상 수를 줄이고, 지역 병원 활성화를 통해 의료자원의 균형을 이루어야 하며, 전공의 수급 문제를 고려해 기존 수도권 병상 허가를 원점에서 재검토할 필요가 있고 지적했다.

이와 함께 내과·가정의학과 등 필수 의료 분야 전공의 비중을 높여 지역 및 공공 의료를 강화하는 것과 비대면 진료가 의료자원 유통의 문제로 이어지지 않도록 공적 관리 체계를 마련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한국암환자권익협의회는 정부와 의료계가 중증 환자들의 어려움을 더 이상 외면하지 말고, 실질적인 대책을 마련해 달라고 강력히 요구하며, 일본의 의대 정원 증가 사례와 지역 정원제 도입을 참고해 볼 것을 제안했다.

2008년부터 의사 부족 문제 해결을 위해 의대 정원을 단계적으로 늘려왔으며, 지역별로 필요한 진료과목의 전공의 채용 수를 정하는 지역 정원제를 도입해 지역 간 의료 자원 분배의 형평성을 높이고자 했던 일본 사례를 참고해 우리나라에서도 의대 정원 증원과 지역 정원제 도입해 중증 질환자들의 의료 접근성을 높이고 의료 공백 문제를 해소할 수 있도록 환자를 위한 실질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민준 기자 kmj6339@medifo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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